최재석 변호사
최재석 변호사

몇 년 전 ‘전세난’으로 많은 임차인들이 옮겨갈 집을 제 때 구하지 못해 큰 고통을 겪었다. 이번에는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역전세난’으로 인해 제 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애를 먹는 임대인들이 크게 늘어났다. 주택 임대차 현장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분쟁 유형은 임대차계약기간의 확정, 임대차보증금의 반환 이행, 임대차목적물의 유지·수선 및 원상회복 범위 확정과 관련된 것들인데, 역전세난 상황에서는 당연히 첫 번째, 두 번째 유형의 분쟁이 급증한다.

역전세난의 주된 요인으로는 주택의 공급 과잉, 한국은행 기준 금리의 급격한 상승, 대출 실행의 애로를 꼽을 수 있는데, 2020년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임법’)에 따른 ‘계약갱신요구권’ 제도 또한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이에 더해 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임차인의 ‘해지권’이 임대차계약관계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임대차 기간과 관련해서는 주임법 제4조 제1항 “기간을 정하지 않거나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2년으로 본다. 다만, 임차인은 2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다”에 따라 임차인에게 최소 2년의 계약기간이 보장된다. 그에 더해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로 임차인은 총 4년의 기간을 보장받는다(주임법 제6조의3 제1항·제2항). 갱신요구권 행사시 차임과 보증금은 종전 약정의 20분의 1을 초과하여 증액하지 못하도록 하고(같은 조 제3항 단서), 임대인이 자신이나 직계존·비속의 ‘실제 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후 정당한 사유없이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 임차인에게 환산월차임 차액의 2년분을 배상하도록 해(같은 조 제5항·제6항) 갱신요구권의 실효성을 보장했다. 입법자는 더 나아가 갱신임차인에게 일방적 해지권까지 부여했다(같은 조 제4항·제6조의2).

임대인에 대한 3중 불이익(계약체결의 자유 제한·시세 차손의 부담·법정손해배상책임) 부과는 다소 과한 측면이 있지만 임차인의 주거생활 안정 강화라는 주거복지정책 차원에서 타당성과 합리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임차인의 일방적 계약 단축까지 허용하는 것은 민법상 계약의 기본원칙을 무너뜨리고 임대인의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는 과도한 입법이다. 임대차는 당사자 간에 강한 인적 신뢰관계가 존재하는 계속적 계약이다. 계약발생(갱신)을 강제하는 형성권을 행사한 임차인에게 계약소멸(해지)을 강제하는 형성권을 재차 부여하는 것은 법논리적으로 모순이고 법익 균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임대인·임차인 모두 일정 기간 내 갱신거절 또는 조건변경에 관한 적극적 의사표시를 하지 않아 ‘묵시적 갱신’이 된 경우, 임차인에게 해지권을 부여하는 규정(제6조, 제6조의2)은 임차인이 의도하지 않은 계약관계에서 벗어날 기회를 부여하는 차원이라는 점과 상가건물의 갱신 임차인에게는 해지권이 주어지지 않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역전세난에서 임차인은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계약종료와 동시에 보증금을 반환받는 방안, 갱신요구권을 행사하면서도 원래보다 보증금을 낮추는 조건으로 갱신하는 방안(임차인은 주임법 제7조에 따라 시세보다 높은 보증금의 감액을 비율 제한 없이 청구할 수 있다), 갱신요구권을 행사하되 기존 조건대로 갱신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두 번째, 세 번째 옵션을 활용한 임차인은 언제든 해지를 통지하여 3개월 후 임대인을 이행지체에 빠뜨리게 할 수 있다. 계약 갱신으로 2년 이후를 대비했던 임대인이 불의타를 맞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덧붙여, 앞서 언급한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의 유효함을 임차인만이 주장할 수 있게 하는 편면적 강행 규정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최초 2년은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타당하나, 재계약·재재계약 이후 단계에서 임차인이 임의로, 또한 자신의 필요에 의해 2년 미만으로 합의하였다가 이후 변심한 경우까지 2년을 강제하는 것은 계약상대방의 신뢰보호 차원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법원은 이러한 경우에도 신의성실 원칙, 금반언 원칙 적용에 극히 소극적이다). 입법론적으로 주임법 제4조 제3항으로 “제1항은 임대차가 개시되어 2년(또는 4년)이 경과한 이후의 임대차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정도의 보완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

/최재석 변호사

대한법률구조공단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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