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 변호사
김예지 변호사

“충분히 발전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는 저명한 SF 작가 아서 C. 클라크의 말을 보다 현실적으로 적용한다면, “충분히 발전한 인공지능은 변호사와 구별할 수 없다”로 변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ChatGPT로 시작된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는 정말 마법과 같이 어떤 질문을 해도 막힘 없이 답을 제공해 준다. 알파고와 같이 특정 분야에 있어 이미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훌쩍 뛰어넘은 지는 오래지만, 결국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일상적인 ‘일’이란 본질적으로 (대부분) 언어라는 매개를 이용하여 축적된 지식을 이용하거나 응용하여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일진데, 이 챗봇 서비스들은 바로 이러한 기능에서 놀라울만한 성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직업 자체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인공지능이 인간의 쓸모를 대체할 것인가의 논의로 대부분의 담론이 매몰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 물론 기술 발전으로 인한 노동구조와 그에서 파생되는 인간의 직업에 대해서 변호사 특히 사내변호사들로서는 앞으로 이러한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여야 할 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최근 유명한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를 사용해 본 결과 업무 관련하여 필요한 경우 ⑴ 판결문 요약 ⑵ 특정 산업에 적용되는 법조문 나열 ⑶ 법률상의 특정 제도(e.g. 성년 후견인 제도에 대해 설명해 줘, 라고 요청하는 경우)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 등의 요청에 대해 빠르게 그리고 상당한 정확도로 결과물을 산출해 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서비스마다 학습한 데이터의 날짜가 다르고 최신 데이터는 반영되어 있지 않은 등 오류도 많기 때문에 항상 교차검증을 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이러한 오류는 점차적으로 수정될 수 있는 것이고, 언젠가는 현실적인 법률 쟁점이나 자문 요청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술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 경우에는 사내 변호사의 역할은 이러한 법률 전문 인공지능의 답변을 입력하고 검증하는 범위로 업무가 축소될 것이다. 소송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지금 챗봇의 수준으로도 충분히 서면의 요약이나 서면의 아웃라라인 등을 작성하는 데 있어 활용을 할 수도 있고, 종국에는 서면을 작성해 주는 인공지능 서비스 역시 탄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사내변호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일단 익숙해져야 한다. 맨 처음 구글 검색이 어색했지만 나중에는 업무에서 떼 놓을 수 없는 동반자가 되었던 것처럼. 그리고 지금 내 업무가 무엇이든 활용해 보는 연습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처음 결과물은 아마 직접 수행하는 것보다 못할 것이다. 그래도 활용 자체에 의미가 있다. 챗봇의 답변을 맹신하면 안 되지만 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내 지식이 깊어지기도 한다. 충분히 발전한 과학 기술이 변호사와 구별할 수 없다면, 결국 기업은 그 변호사를 고용할 것이다. 미래의 동료와 먼저 친해지면 대체되기보다는 함께 일할 수 있지 않을까.

/김예지 변호사
한국오라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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