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옥 변호사·임명공증인
박승옥 변호사·임명공증인

어느덧 봄 기운이 느껴지는 시절이지만, 우리 법조에 법원·검찰의 정기인사철인 2월이 몰고 오는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이 뒤숭숭함 뒤에는 이삿짐들을 싸는 부산함들을 넘어, 좀더 심각한 사정이 있는 것 같다. 법률신문 2월 9일 기사에 의하면 고법판사 사직자 15명 중 11명이,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직자 대부분이, 10대 로펌 행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검사로서 퇴직한 26명 중 10대 로펌 행은 4명이고, 나머지는 검사장 출신이 세운 로펌에 합류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보도된다. 법원·검찰의 인사인지, 로펌의 인사인지, 이상한 일이다.

법조 기수마다의 선두그룹들이 성장하여 가 닿는 길, 로펌의 고액 전관변호사이다. 그들의 경쟁력과 성가(聲價)는 전관으로서 받는 예우가 그 토대일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아닌게 아니라, 파이낸셜 뉴스 2013년 6월 11일자 기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설문조사 결과, 소속변호사의 90%가 “전관예우 여전”이라는 의견을 보였음을 보도한다. 그들의 영입에 성공한 로펌은, 내년의 영입작전에 올해의 자원들을 투입할 것이다. 이쯤 되어, 법원·검찰은 유력한 로펌들의 법률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충원하여 주는 전관변호사 양성소로 전락하였다고 할 수 있겠다.

법원·검찰의 중추적 위치에 이른 이들의 이 행동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이름이 들리지 않으면 가히 두려워할 것이 못 된다고 공자가 말한 나이인 40, 50이 되어, 호구(糊口)를 지향함에 떼로 나서는 이 나라 문과계열 엘리트들을 본다면, 그는 준열히 꾸짖을 것이다. 마음 속이 진실되면 겉으로 드러난다(誠於中 形於外)고 대학은 일렀고, 뜻을 높게 함(尙志)이 선비의 일이라고 맹자는 일렀다. 흉중에 품은 것이 저 금전이었다는 것이니, 두렵기는커녕 족히 볼 것이 없으리라. 아니, 그런 말들은 오히려 사치일 뿐, 법치의 오손을, 법의 지배(Rule of Law)의 훼멸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그 맡은 이들이 주도·감행하는 자멸적 참상이 오늘 우리의 목도하는 바이다. 독립을 수호할 의지를, 능력을 그들은 지니고 있지 아니하다. 국민의 개탄이 오래이건만, 두꺼운 가죽의 우리는 멀리 와 있다. 지금은 큰 위기이다. 


예외·특수가 아닌, 일반이 된 이 모습이 맨정신으로 정상일 수 있는지, 항로를 찾아 전자공간에서 검색되는 다른 나라의 자료들을 거칠게라도 보고 가자.

미국에서 연방판사들은 종신직으로서, 변호사 개업을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은 알려져 있다. 영국의 경우에, 판사들의 변호사 진출은 “법적으로” 금지되지 아니하지만, 판사직의 임명을 수락하는 사람은 퇴임 후에 사적 변호사 업무에로 복귀하지 아니한다는 점에 대한 이해 위에서 그렇게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판사들의 변호사 업계 진출을 허용하지 아니하는 현행의 “관행”은 사법부 구성원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관행으로부터의 결별에 대하여 원칙이 제기하는 이의들을, 적절한 보장책들의 또는 조건들의 부과가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데 대하여 판사들은 납득하지 아니한다. 그리하여 2005년에 사법부 구성의 다양성을 위하여 고등법원 미만 경력의 판사들의 변호사 개업을 일정한 조건들 아래서 허용하기로 한 국무장관의 결정을 영국 판사회의는 전원일치의 반대의견으로 좌절시키고 판사 직역의 성실성을 수호하였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 2018년의 일본 변호사 연합회의 등록변호사 1654명 중에 합쳐서 5% 남짓인 85명이 판·검사 출신이다. 그러나, 우리처럼 일반적 개업으로서가 아니라 공익적 업무의 필요를 위한 것임을, 일본의 법률문화에 정통한 필자의 지인인 박사 한 분은 말한다.

캐나다에서 전직 판사는 변호사 업무에의 진출이 허용된다. 그러나, 사법부의 명예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법정에 변호사로서 그는 출석할 수 없다. 법원에 제출되는 각종 서류에 그 이름을 넣음이 금지됨을 이는 포함한다. 판사 지명이 돈을 잘 버는 퇴직 판사로서의 경력을 향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고, 부당한 이익을 그를 고용하는 측 의뢰인이 받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며, 출석의 허용이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공중의 신뢰의 기본적 필요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박승옥 변호사·임명공증인
공증인 박승옥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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