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도 제10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 대통령실 제공)
△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도 제10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 대통령실 제공)

지난달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후보가 자녀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하루 만에 낙마하면서 정부의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검사 시절 정 후보가 학교폭력 가해 혐의를 받는 아들 문제와 관련해 장기간 면피성 송사(訟事)를 벌이는 등 부적절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5일 그의 후보 지명을 철회하였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자녀 관련 사안을 조사하는 데 법적 한계가 있었다”는 다소 옹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이틀 뒤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각계 여론의 악화를 의식한 듯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조속히 보고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하였다.

하지만 이번 인사검증 실패를 둘러싼 정부의 해명은 두 가지 측면에서 국민적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먼저 정 후보의 자녀 문제는 이미 지난 2018년 복수의 언론 매체를 통하여 보도된 바 있었다. 따라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경찰이 이러한 사실을 정확히 포착하지 못하였다는 점은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방대한 인력과 막강한 정보력을 갖추었음에도 이처럼 초보적인 검증에 실패했다면 대대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한 사항이고, 문제점을 인지하였음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묵인하였다면 “제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국민적 비판과 뭇매를 피해가기 어렵다. 인사기획관과 인사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등 대통령실의 인사검증 담당자들이 모두 검찰 출신이라는 점도 이같은 의혹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인사에 있어서는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매는 일조차 삼갈 정도로 신중하고 엄밀하게 접근하여야 한다. 내용 뿐만 아니라 외관과 절차에 있어서도 오해의 소지가 없어야 한다. 따라서 검증 라인이 모두 동일한 출신 배경을 가진 순혈 체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검증 대상에 대한 입체적 평가와 진단에서 난맥상을 보일 수 있다는 비판을 엄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정부의 해명 방식도 그대로 넘어가기 어렵다. 인사검증 실패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면, 정부는 문제 발생의 근본 원인을 찾아 발본색원하는 한편, 합리적인 해결책을 궁구하여 이를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알릴 의무가 있다. 그래야 지도층 인선에 대한 국민 신뢰가 담보되고, 동일·유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간단한 해명을 제외하면 1,2차 인사검증을 맡은 기관 어느 곳에서도 인사 실패를 둘러싼 사과나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발언이 나오지 않았다. 유구무언(有口無言)이다. 이같은 ‘깜깜이’ 인사 정책으로 어떻게 국민들의 신망을 얻을 수 있겠나.

인사가 만사(萬事)이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 수뇌부였던 ‘대본영’은 육군유년학교를 나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육군대학을 수료한 참모로만 구성된 폐쇄적 순혈주의를 채택한 결과, 막료들의 창의성과 작전능력이 크게 저하되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윤석열 정부가 정책 입안과 집행 과정에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시각과 경륜을 갖춘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입체적인 검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사 조직을 쇄신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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