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출신' 정지웅 경기북부변호사회 회장 인터뷰

"일단 내딛어라" 어머니 말씀에 퇴사 후 로스쿨 '도전'

국회·은행·대학 등 거쳐 마침내 지방변호사회장으로

공평원칙 수립… 상임이사 공모로 특정지회 소외 방지

"회무 경험은 개인역량 강화에도 도움… 적극 나서길"

올초 이뤄진 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 회장 선거에서는 2명의 후보가 출마해 투표 동수를 기록해 법조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전례 없는 재투표를 거쳐 당선한 인물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의 신예 정지웅(변호사시험 1회·사진)  변호사다.

그는 오랜시간 회무 활동을 하다가 상임이사, 부회장을 거쳐 회장이 되는 기성 지방변호사회의 정석 코스를 밟지 않았다. 고양지회 총무 외에는 별다른 회무 활동을 하지 않았고, 의정부 출신도 아니었다. 

선례와 맞지 않는 인물이었기에 처음 정 회장이 출사표를 던졌을 때 그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정 회장은 남다른 도전정신과 패기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당당히 당선증을 손에 쥐었다.  

"변호사가 되기 전 일했던 첫 직장(코오롱그룹)에서 사표를 낼 때는 두려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법률전문성을 높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지만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가 '일단 내딛고, 그게 땅이면 그대로 나아가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결국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로스쿨에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로스쿨에서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변호사도 되었습니다. 지금의 저를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은 모두 로스쿨에서 이룬 것이죠(웃음)."

정 회장에게 그동안 성취했던 과업과 경력을 묻자 "선거 홍보물에도 쓸 이력이 별로 없었다"며 멋쩍게 웃었지만, 10년 동안 국회의원 비서관, 은행 준법감시실, 로펌 고용변호사 등 다양한 경력을 거쳐온 그의 행보는 예사롭지 않다. 폭넓은 사회 참여도 두드러지는데, 정 회장은 현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과 한양대 로스쿨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이러한 너른 경험은 그가 회무 활동에 투신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  

정 회장은 "국회에서의 경험이 나를 '전투형 인재'로 거듭나게 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제19대 국회의원이던 시절 의원실 비서관으로 약 3년간 근무했다. 이 시기 정 회장은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는 법안 검토보고서를 밤낮없이 작성하고 검토했다. 새벽 2~3시에 일을 끝내고, 오전 7시부터 다시 업무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의원실 한 켠에 놓인 소파에서 선잠을 자거나, 자동차 뒷편에 돗자리를 깔고 새우잠을 청하기도 했다.

개업변호사로서의 치열한 생존 경험은 더 나은 재야 법조계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속 열망을 이끌어냈다. 정 회장은 작은 소호(SOHO) 사무실에서 1인 변호사로 시작했다. 사무직원도 두지 않고 판결문 열람·복사와 기록 제출을 혼자 처리하며 홀로서기에 도전한 것이다. 수임이 어려웠던 시기에는 사무실 고정비용 때문에 혼자 밤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있었다. 고군분투 끝에 그는 지역 사회에서 신뢰받는 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로 자리매김했다.  

"한 명의 평범한 변호사로서 변호사들이 겪는 고충을 깊게 고민해 왔습니다. 경기북부변회 고양지회에서 총무직을 맡으면서 더 많은 생각을 했고, 저와 같은 많은 변호사 회원분들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정 회장이 가장 중시하는 정책 지향점은 '화합과 통합'이다. 의정부, 고양, 남양주 등 3개 지회로 나뉜 경기북부변회가 서로 결속하고 나아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먼저 상임이사 공모제를 실시해 지회별로 균등하게 상임이사를 임명했다. 경기북부변회에서는 처음있는 일이다. 위원회 구성에서도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도록 세밀하게 안배하고 지원금도 회원 수에 따라 분배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의 회무 철학 밑바탕에는 '공평'이라는 가치가 짙게 깔려있다.  

"3개 지회가 있는 경기북부변회에서 어느 한 지회에 혜택이 집중되면 다툼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지원금과 집행부 인선에 있어 공평을 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공평' 원칙에 입각하여 사업계획을 세웁니다. 제 의견대로 모든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여러 상황을 입체적으로 고려한 다음, 다른 관점도 진지하게 검토해 때때로 제 의견을 바꾸기도 합니다."

전체 투표권자의 과반에 이르는 표를 얻은 경쟁력도 이러한 개방성과 배려의 가치에서 나왔다고 정 회장은 평가했다. '화합과 통합'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그는 선거 기간 내내 '네거티브 전략'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실제로 이런 정 회장의 모습을 주의깊게 지켜본 회원들이 상당수 있었다. 

앞으로 정 회장은 회원 권익을 위해서 통합된 목소리를 낼 생각이다. 그는 "법원과 검찰 등 유관기관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회원들이 업무 중 부당한 대우나 불이익을 겪지 않도록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후배들을 향해 도전 정신을 갖고 꾸준히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모멘텀을 찾으라고 당부했다. 나아가 회무도 그러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호문혁 전 사법정책연구원장과 함께 갔던 템플스테이에서 '새로운 보직을 맡으면 새로운 지평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스스로 발전한다'는 말씀을 해주신 게 인상 깊었습니다. 송무 활동을 넘어 다양한 경험을 하면 스스로의 역량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회무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원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보람과 감사함이 따라옵니다.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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