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두달만에 챗GPT 이용자 1억명 돌파… 국내 공공기관 등 적극 도입 분위기

무료법률상담에 챗GPT 접목한 일본 사례도… 빠른 해외 법조계 움직임 '눈길"

"인공지능은 변호사 대체 못해… 법률보조 등 한정된 역할로만 활용 가능할 것"

chatGPT 메인화면
chatGPT 메인화면

사람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구사하는 최첨단 자연어 처리 모델 챗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열풍이 거세다. 100만 이용자 확보에 걸린 시간은 넷플릭스가 3.5년, 스포티파이가 5개월, 인스타그램은 2.5개월이었는데, 챗GPT는 단 5일 만에 이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달 이용자는 1억 명에 달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정부와 공공기관도 챗GPT 도입에 적극적이다. 교육청에서는 챗GPT를 이용한 교육을, 경찰청은 국제공조 업무에 필수적인 영문서 작성을, 각 지방자치단체는 민원서비스 제공을 시도하고 있다. 정부도 '연도별 신성장 4.0 전략 로드맵'에 '한국판 챗GPT 개발을 위한 제도 지원'을 추진하면서, AI는 우리 삶에 더 깊숙하게 들어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 1750억개 매개변수 지닌 AI챗봇 'ChatGPT'… 사용자 급증

챗GPT는 2022년 11월 오픈에이아이(OpenAI)가 내놓은 대화 전문 챗봇이다. 흔히 "AI 같다"고 말하는 특유의 어색한 대화가 아니라 마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매개변수가 많을수록 표현이 세밀하고 복잡해지는데, 2018년 출시된 챗GPT의 첫 번째 버전 ‘GPT-1’는 1억 1700만 개, 2019년 출시된 두 번째 버전 ‘GPT-2’는 15억 개, 세 번째 버전 ‘GPT-3’는 1750억 개 매개변수를 갖고 있다. 오픈AI는 올해 인간의 시냅스 수와 비슷한 수준의 100조 개 매개변수를 갖춘 GPT-4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식 버전인 챗GPT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바탕으로 한 'GPT-3' 모델의 변형으로서 지난해 12월 공개됐다. 다만 2021년 9월까지의 텍스트 출처를 기반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 이후의 사건 등에 대해서는 검색이 불가능하다. 'GPT-2'는 문법적으로 올바른 텍스트 생성에 초점을 뒀지만, 챗GPT는 이전 대화 이력에 따른 대화의 맥락을 이해함에 따라 더 자연스럽고 흥미로운 대답을 생성하도록 했다.

유료 서비스도 출시됐다. 오픈AI는 1일 블로그를 통해 '챗GPT 플러스(ChatGPT Plus)' 요금제를 소개했다. 해당 요금제를 사용하면 △사용량이 많을 때도 이용 가능 △응답 속도 향상 △새로운 기능 우선 제공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요금제는 미국 고객부터 우선적으로 이용이 가능하며, 추후 저비용 플랜, 비즈니스 플랜, 데이터팩 등 옵션도 내놓을 방침이다. 무료 이용 서비스 역시 계속 유지된다.

이밖에도 오픈AI는 △텍스트 설명을 이미지화 하는 ‘DALL-E’ △프로그래밍 언어와 응용프로그램을 위한 코드를 생성할 수 있는 ‘Codex’ △강화형 기계 학습(reinforcement learning) 알고리즘 개발 및 비교 플랫폼 ‘OpenAI Gym’ △AI 구동 로봇을 위한 연구 프로그램 ‘OpenAI Robotics’ △온라인 전략게임 도타2를 플레이하는 AI팀 ‘OpenAI Five’ 등을 개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챗GPT의 기반이 되는 초거대 인공지능(AI)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특허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특허청(청장 이인실)에 따르면, 관련 특허출원은 2011년 530건에서 2020년 1만 4848건으로 크게 늘었으며, 최근 5년간 연 평균 증가율은 61.3%에 달한다. 출원인 수는 미국(35.6%, 1만 5035건), 중국(31.0%, 1만 3103건), 일본(11.6%, 4906건), 우리나라(11.3%, 4785건)순이다.


● 챗GPT, 미국 변호사시험 통과할 뻔… 판결에 이용한 판사도

챗GPT의 등장으로 세계 법조계는 "인공지능이 법률가를 대신할 수 있는가"라는 화두와 맞닥뜨렸다. 

챗GPT가 객관식 문제 95개와 논술 문제 12개로 구성된 미국 변호사시험에 '거의' 합격하면서 이러한 논쟁에 불씨를 당겼다. 미네소타대학교(University of Minnesota)에서 진행한 이 실험에서 챗GPT가 헌법학 등에서 받은 점수는 합격 커트라인인 평균 C+였지만, 수학이 포함된 객관식 문제 등에서는 저조한 점수를 내면서 최종 합격에 이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시카고-켄트(Chicago Kent College), 버서리어스(Bucerius) 로스쿨, 스탠퍼드 법률정보학센터(CodeX)의 연구진들은 "다음 버전인 'GPT-4'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콜롬비아의 판사 후안 마누엘 파딜라(Juan Manuel Padilla)는 아동 의료권 소송에서 판결문을 준비할 때 챗GPT를 사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챗GPT에 판결을 위한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느 정도까지 의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모토에 다이치로 일본 변호사가 만든 '벤고시닷컴(변호사닷컴·弁護士ドットコム)'에서 챗GPT를 활용한 무료 온라인 법률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벤고시닷컴에 축적된 법률상담 100만 건을 활용할 계획이다.

조슈아 브라우더 두낫페이 설립자가 트위터를 통해 "로봇 변호사가 말하는대로 법정에서 변론을 하면 100만 달러를 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조슈아 브라우더 두낫페이 설립자가 트위터를 통해 "로봇 변호사가 말하는대로 법정에서 변론을 하면 100만 달러를 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비법조인 사이에서도 챗GPT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나오고 있다. '로봇 변호사'를 자처하는 기업 '두낫페이(DoNotPay)'의 설립자 조슈아 브라우더(Joshua Browder)는 미국 대법원에서 "에어팟을 착용하고 '로봇 변호사'가 말하는 그대로 반복하는 형태로 변론을 하면 100만 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교통위반으로 기소된 사람이 '로봇 변호사'를 고용할 계획이었으나 미국 변호사들의 적극적인 반대로 무산됐다.

디자인 에이전시 대표 그렉 아이젠버그(Greg Isenberg)는 디자인 서비스 제공에 대해 계속해서 대가를 지급 받지 못하자, 변호사가 아닌 챗GPT를 통해 10만 9500달러 청구메일을 작성했다. 약간의 수정을 거쳐 발송한 메일에 지불을 약속하는 답변을 받았다.

미국의 리걸테크 기업들은 앞다퉈 챗GPT를 이용한 각종 서비스를 내놓는 중이다. △아이언클래드(Ironclad)는 계약서 검토를 하는 'AI 어시스트'를, △로드로이드(LawDroid)는 문서 요약과 작성 등을 돕는 '로드로이드 코파일럿(LawDroid Copilot)'을 △DocketAlarm은 모든 문서를 3가지 포인트로 요약하는 'DocketSheet' 서비스를, △Lexion은 계약조건 초안 작성과 요약 등을 돕는 ‘AI Contract Assist’를 발표했고, 일부는 실용화 됐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AI기술은 변호사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호주계 로펌 앨런스(Allens) 소속 변호사들은 뉴스레터를 통해 "챗GPT는 잘못된 정보나 말이 안 되는 답변을 쓰기도 한다"며 "챗GPT가 전 세계 지식을 모두 갖고 있지 않으며 2021년 이후 입법에 대한 고려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챗봇이 숙련된 변호사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니"라며 "챗봇을 이용해 법률자문을 제공할 때 실무자는 저작권 등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제3자 자료를 복제하지 않은 최신 정보인지를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니콜 블랙(Nicole Black) 미국 뉴욕주 변호사는 미국변호사협회 저널(ABA Journal)을 통해 "ChatGPT에서 얻은 결과는 종종 오류로 가득 차 있고, 어떤 경우에는 완전한 거짓"이라며 "(챗GPT에 질문을 했을 때)존재하지 않는 캘리포니아 윤리 조항을 언급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 "변호사 업무는 복합추론영역… 인공지능 대체 불가"

국내 법조계에서도 복합추론영역에 있는 변호사의 업무를 인공지능이 모두 대체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어쏘 변호사의 일부 업무는 대체할 수준에 다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상직 변호사
이상직 변호사

이상직(사법시험 36회)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인공지능은 재미는 있지만 의뢰인의 디테일한 요구사항까지 끄집어낼 수 있는 능력은 아직 갖고 있지 않다"며 "사기 사건 100개가 있다고 다 같은 사건일 수 없고 의뢰인의 니즈도 다 달라 일관된 하나의 답을 챗GPT가 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챗GPT 등 인공지능은 (변호사가) 아이디어를 얻고 더 구체적인 자료를 찾아보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다"면서도 "챗GPT 등 인공지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건 의뢰인을 합리적으로 변호사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은 자본과 기술의 결과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이어서 공공분야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의뢰인을 위해 진실을 찾고 정당한 권리를 절차적으로 보호하면서 공정한 결과로 이끄는 일은 변호사만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영익 변호사
임영익 변호사

임영익(사시 51회) 인텔리콘연구소 대표 변호사는 "챗GPT가 상용화된다기보다는 이와 유사한 모델이 네이버, 페이스북 메타, 구글 등에서 우후죽순처럼 나올 것"이라며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 법률구조공단 등에서 먼저 인공지능을 이용한 법률서비스를 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변호사가 하는 업무는 복합 추론 영역이어서 (인공지능이 도입되더라도) 변호사 역할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어와 한국 법률에 대한 2차적 학습을 마치게 되면 법률 보조, 스마트 법률비서로는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향후에는 변호사 업무 중 일부는 대체할 수 있게 될 수 있지만 완전한 대체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특히 챗GPT는 확률 기반이어서 오류의 가능성이 항상 숨어있으므로 책임성 문제 등을 모두 해결하고 실질적으로 널리 퍼지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

강민구(사시 24회)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현 단계에서는 챗GPT가 영어 자료에 특화돼 있지만 상반기 중 네이버에서는 한글DB를 기반으로 한 한국형 챗GPT를, 구글과 카카오 등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관건은 한국의 법률 관련 DB가 얼마나 오픈될 것이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법률 자료들이 광범위하게 공개되고 판결문 전면 공개가 되면 법조계에 크나큰 태풍이 불 것"이라며 "특히 어쏘 변호사 역할의 상당 부분이 인공지능 챗봇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수년 전 영국 BBC의 향후 20년 후 직업변화 예측에서 법조인의 50%가 그 직을 잃는다고 예측했다"며 "2045년쯤에는 50~70%정도 법조인이 실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정치한 논리구조에 인간적인 면도 갖고 있는 법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법관이 고려해 볼 정도의 타당성을 지닌 새로운 법 논리’를 창출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단순히 기존 법리를 묻거나 조문을 설명해주는 선에서는 변호사보다 속도 등 면에서 뛰어난 면도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우선 자문 영역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이후에는 송무 영역에서도 어쏘변호사의 역할까지 소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도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영업 비밀,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내용이 들어간다거나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품에 대한 저작권 문제 등 법적인 문제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한편 국회에서도 인공지능 관련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국회의원(경기 수원시정)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채용 관련 규정을 마련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국회의원(서울 성북구갑)은 인공지능 회사의 알고리즘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해당 알고리즘을 제출받아 볼 수 있도록 한 '개인정보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또 최근에는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 소위를 통과하기도 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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