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자운 변호사
조자운 변호사

사람들로 둘러싸인 한 남성이 10여 개의 계단을 춤을 추듯 느리게 오르고 있다. 절반쯤 올랐을까? 이 남성은 그만 계단 옆 바닥으로 추락하고 만다.

그러나 그는 바닥에 설치된 트램펄린의 반동을 이용해 금세 다시 계단 위로 튀어 오른다. 그는 다시 계단을 오르다가 추락하고, 트램펄린의 반동으로 다시 계단으로 돌아와 오르다가 또 추락하고, 그렇게 몇 번쯤 이 행위를 반복한다. 그는 먼저 오르던 계단 보다 낮은 칸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이전에 머물던 칸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한 번에 돌아오지 못해 여러 차례 튀어 오르기만 하고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마침내 이 남성이 계단의 끝, 정상, 가장 높은 곳에 섰을 때 지켜보던 사람들은 박수를 보낸다. 사람들은 무엇을 향해 박수를 보낸 것일까? 그의 성공에 대한 축하와 찬사였을까? 아니면 그의 거듭된 실패를 지켜보았던 자들의 위로였을까?

얼마 전 SNS에서 화제였던 이 1분 38초짜리 짧은 영상은 프랑스의 안무가 요안 부르주아(Yoann Bourgeois)의 행위예술 공연이었다. 사람들은 본래 이 공연이 전하려고 했던 메시지가 무엇이었건, 자신만의 메시지를 찾아내는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는 바닥으로 떨어진 그를 다시 끌어 올린 것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지지와 격려라고 말했고, 누군가는 견고한 사회안전망을 의미한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회복탄성력(Resilience)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가 거듭 실패했음에도 다시 오르기를 멈추지 않는 모습을 보고, ‘공든 탑이 무너져도 다시 공들여 탑을 쌓는 자’들을 떠올렸다.

살다 보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모습을 손 놓고 지켜보아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다. 나의 최선이 언제나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나는 몇 번이고 추락을 반복해야 했다. 이 짧은 영상 속의 남성이 바닥으로 추락할 때 마다 추락하는 나를 떠올렸다.

힘껏 튀어 올라도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던 순간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탑을 쌓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여기서 어떤 메시지를 찾아냈는가?

/조자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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