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교법적 검토, 입법적 고찰, 결론 -

박시형 변호사
박시형 변호사

이 글은 2022년 11월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의 연구과제로 승인된 '등기법상 집행정지제도 도입에 관한 연구'를 3회차로 축약한 세 번째 글입니다. 

1. 비교법적 검토

가. 독일
독일 민법(이하 BGB)은 부동산등기로써 부동산물권을 공시하면서 등기 내용의 정당성을 추정할 수 있는 추정력(Vermutung)을 명문으로 규정한다. 등기를 신뢰하고 거래한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해 권리취득자가 무권리자로부터 권리를 취득하였다 하더라도 그 등기가 진정하지 않음을 모른 경우에는 유효하게 그 권리를 취득하고, 이에 반하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리하여 부동산등기업무 담당공무원은 등기절차와 서류 등을 실질적으로 심사하는 실질적 심사의 원칙(Pruefungsgrundsatz)에 따라 등기 신청의 적법성을 판단한다.

한편 독일에서는 부동산등기실무에서 '부당한 등기'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등기원인증서에 공정증서의 작성과 공적 인증을 요구하며, 물권행위의 무인성까지 인정하기 때문이다. 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거나 잘못된 등기가 발생하는 것을 아주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등기신청인의 손해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로 정정등기제도, 이의등기에 의한 공신력의 배제 및 피해자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제 등을 두고 있다.

그런데 등기정정청구권을 행사하여 부실등기를 정정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BGB는 등기정정청구권 행사로 등기가 정정되기 전까지 제3자가 물권을 선의취득 하는 것을 방지하게끔 등기의 공신력을 차단할 수 있는 이의등기(Widerspruch)제도를 두고 있다.

독일 부동산등기법도 등기관의 결정(처분)에 대하여 항고를 허용하는데 항고 시 등기절차를 정지하는 효력을 원칙적으로 부여하지는 않고 있다. 그래서 등기소는 등기각하에 대한 항고 제기와 관계없이 수리된 다른 등기신청을 실행할 수 있는데, 다만 이러한 경우 항고심에서 항고인의 신청이 인용될 때 각하된 등기신청의 실행이 이미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 경우 항고인의 손해를 피하기 위하여 항고법원이 재판 전에 임시명령을 선고하거나 부동산등기소에 가등기 또는 이의등기를 지시하여 원심재판의 집행에 대한 유예를 명할 수 있는 장치를 두고 있다.

나. 일본
일본은 종래 부동산등기의 신청절차를 서면에 의한 신청에 한정하여 등기권리자, 등기의무자 및 그 대리인이 등기소에 출두하여서만 등기를 신청할 수 있었으나, 온라인에 의한 등기신청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등기의 정확성을 확보하고자 등기관에 의한 본인확인조사권한을 새로 규정하였다. 그리하여 기본적으로 형식적 심사주의를 채택하면서 ‘등기관에 의한 본인확인’ 제도를 보충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등기관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은 상급행정청인 법무국장에 심사청구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심사청구 이후 법원에 처분의 취소의 소나 재결의 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또한 심사청구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처분의 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도 있다. 이는 법원이 아닌 법무국 또는 지방법무국의 장에게 신청서를 제출하고 심사받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행정심판절차와 유사하다.

2. 입법론적 고찰

가. 필요적 집행정지의 검토
판례(대법원 1987. 11. 20.자 87마1095 결정)의 해석에 의할 때 등기관의 각하처분에 대하여 등기접수번호를 그대로 보전할 수 있는 특별한 조치가 없는 이상, 각하처분이 종료된 후에 이에 대한 불복으로 이의신청을 하여도 이의할 대상과 이익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만약 등기관 각하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시 필요적 집행정지를 하되 집행정지의 예외를 둔다면 집행정지의 예외에 대한 결정을 위해 이의사건을 재차 심리해야 하는 문제를 생각할 수 있다.

한편으로 집행정지의 예외를 허용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이해관계인 내지 다른 제3자의 권익을 해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생각컨대 신속을 요하는 집행정지제도 자체의 특성과 그동안의 등기실무 관행에 비춰 볼 때 집행정지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그에 관한 별도의 결정이 필요한 형태로 도입된다면 활용도가 낮을 것인바, 등기관의 각하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시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할 수 있고, 신청 시 필요적 집행정지를 해주되, 그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집행정지에 대한 이의절차를 둠으로써 해소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나. 불변기간의 설정
현행법에는 등기관의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의 기한 제한이 없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언제라도 등기관의 각하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이 가능하다.

그래서 집행정지 제도를 도입하면서는 이의신청의 제기기한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등기를 둘러싼 이해관계를 조속히 확정지음과 동시에 필요적 집행정지제도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장치로 기능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즉시항고 제기기간을 3일로 제한하고 있는 ‘구 형사소송법 제405조’를 기간이 지나치게 짧아 위헌이라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등기가 신속히 처리될 필요가 있는 점과 통상의 민·형사소송에 비해 사건이 간이하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의신청 제기기한이 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의신청서에는 이의신청의 취지와 이유까지 적어야 하고, 이의신청 절차에서 새로운 사실에 의한 이의가 금지되므로, 이의신청서 제출에는 취지만 적고 이유를 생략하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이 점을 고려하면 이의신청서 작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허여할 필요가 있다.

위 사항을 종합하면, 이의신청 제기기한을 등기관의 처분을 송달받은 때로부터 5일 내지 7일 정도로 설정함이 적절하리라 생각된다.

이외 부동산등기법, 상업등기법, 기타 관련 법령의 체계와 문구를 분석한 결과, 집행정지제도는 현행 법체계에 큰 변화 없이 도입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 제안 법문


필요적 집행정지제도를 두는 안으로서 개정법을 위 표와 같이 제안해본다(위 표 참조).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그러한 논의에 따라 집행정지제도를 원칙으로 하거나, 집행정지를 예외로 마련하는 안 등이 도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집행정지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각하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시 일정기간 동안 기존 등기신청의 접수순위를 보전할 필요가 있다.

3. 결론

등기관의 처분에 대한 이의절차의 개선방안으로 등기전담 사법보좌관의 교육운용제도, 공증의 활성화 등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안은 이의절차의 개선방안에 있어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집행정지가 부수하지 않아 형해화된 지금의 불복절차를 당사자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이에 본 연구보고서에서는 현행 이의신청제도의 문제점을 이론적인 면과 실무적인 면으로 검토, 논증한 한편, 각국의 입법례를 참고하여 현행 등기법상 이의신청제도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개정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물론 제도 도입의 반작용으로서 이해관계인 등으로부터의 이의신청 남용 및 이로 인한 진실한 권리자의 불편과 손해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은 본문에 기술한 바와 같이 상업등기법 제77조, 부동산등기규칙 제161조에 따른 조치로써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보다 이의신청제도를 활성화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훨씬 크다는 점은 자명하다. 이의신청 활성화로 관련 사례가 쌓이면 법원, 등기소, 신청대리인, 국민의 등기사무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높아지며, 등기관 입장에서도 결정에 참고할 자료가 생성되므로 등기소 업무의 통일, 편리가 도모될 수 있다.

등기법상 이의신청제도는 등기법상 유일한 사법적 불복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이론상의 맹점과 실무상의 난점으로 인해 그동안 법률사각지대에 있었다. 모쪼록 본 연구를 통해 법률가들이 현재의 등기법상 이의신청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인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박시형 변호사
법무법인 선경
대한변협 등기경매변호사회 회장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