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열린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검사나 피의자, 변호인 등 관계인을 불러 심문할 수 있는 사전 심문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을 지난 3일 입법 예고하고 다음달 14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제도는 피의자 등이 장차 발부될 영장의 집행에 미리 대비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 개정 없이 규칙 개정만으로 도입하게 될 경우 법령 간 체계정합성을 해칠 우려가 있어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개정안은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심문기일을 정하여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개정안 제58조의2). 이 경우 판사는 수사기관이 놓치고 있거나 혹은 모순되는 부분들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관 등 관련자들을 직접 불러 확인할 수 있으므로, 압수수색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을 사전에 거를 수 있게 되는 등 피의자의 권리를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개정안 조항의 문언 상 ‘압수수색 대상물 소지자’ 등도 법관이 심문할 수 있는데, 이들에게 심문기일을 통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피의자 등에게 중요 범죄에 대한 증거인멸 및 인멸교사 가능성을 열어주게 될 우려가 있다. 
 
나아가 개정안은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 여부를 법원의 재량에만 맡겨두고 있다. 사전 심문제도를 법원의 임의적 판단에 일임하는 것은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사법절차에서의 공정성 시비를 야기할 우려가 크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행정처는 “일부 복잡한 사안에서 제한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일부 복잡한 사안’과 ‘제한적 실시’ 또한 불명확한 개념이어서 현실적으로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것인지 여전히 가늠하기 어렵다. 대체로 정치인과 경제인 등 지도층 인사의 사건에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 제기되고 있는데, 이들에게 영장 발부 전에 심문기일을 지정하여 통지하게 되면 힘 있는 자들에게만 영장 집행에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게 되고, 이러한 선별적 심문제도는 전 국민적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또한 현행 형사소송법제는 피의자의 방어권과 수사의 밀행성을 조화롭게 반영하여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체포구속과, 물적 증거를 대상으로 하는 압수수색 사이에 엄연히 차등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번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은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사전 심문제도의 도입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과 수사의 밀행성 사이 균형을 도모하고자 한 형사소송법 취지에 반할 수 있고, 법체계와도 부조화할 가능성이 있다. 

압수수색영장 발부는 최소한으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피의자의 방어권은 두텁게 보호되어야 한다. 하지만 규칙 개정의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실체적 진실 발견을 통한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형사사법의 기본 사명을 훼손하고, 절차의 공정성과 염결성에 관한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할 수 있는 임의적인 심문제도 운영을 별다른 구체적 기준 없이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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