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인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8로 떨어졌다는 통계청 발표가 22일 나왔다. OECD 회원국 평균도 안되는 꼴찌다. 지난해 출생한 신생아 숫자도 25만 명 아래로 내려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은 0.59명으로 17개 시도 중 가장 적다. 정부가 출산 지원 예산에 280조를 투입한 것 치고는 초라한 성적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의 걱정이 늘어난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맞벌이 부부가 일과 가정을 동시에 돌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실시한 '2021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22.9%가 "육아휴직을 전혀 사용할 수 없다"고 답했으며, 26.4%가 "활용 가능하나 직장 분위기 등으로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절반 가량 육아휴직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에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지만 불이익 범위와 기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 이에 고영인 의원 등은 '불리한 처우'의 구체적 정의와 행위를 △파면, 해임, 해고 등 불이익 조치 △징계, 정직, 감봉 등 부당한 인사조치 등으로 명시해 근로자의 불이익을 차단하고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15일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처럼 육아휴직을 사용해도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돕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합리적 제도가 문화를 선도하여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활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출생률 저하 기조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부모가 아이를 수월하게 양육할 수 있도록, 일·가정 양립을 둘러싼 사회적 공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허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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