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법, 14일 '온라인 플랫폼 산업의 공정화와 규제방안' 세미나 개최

미국, 플랫폼의 '심판과 선수' 겹업금지 규정… "우리나라도 입법 시급"

박상수 변협 부협회장이 14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산업의 공정화와 규제방안'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박상수 변협 부협회장이 14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산업의 공정화와 규제방안'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중개가 금지된 분야에서는 민간 플랫폼 진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공 분야의 독립성과 공익성을 훼손하지 않는 취지에서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공공화 방식이 적합하다는 취지다. 

(사)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상임대표 김현)은 14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온라인 플랫폼 산업의 공정화와 규제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박상수 대한변협 부협회장은 ‘플랫폼 3유형론 및 플랫폼 공공화와 공정화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먼저 플랫폼을 △구성사업자의 자격이 법으로 엄격히 제한된 것을 형해화하려는 유형(제1유형) △서비스제공자의 중개 및 알선에 대한 금지법규를 형해화 하는 유형(제2유형) △영업행태에 대한 법적 규제는 없으나 불공정한 시장 지배가 문제되는 유형(제3유형)으로 구분한 뒤 규제방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부협회장은 "플랫폼은 네트워크 사업 특성상 (시장에 진입한 플랫폼이) 망을 완전히 독점할 가능성이 있다"며 "(해당 영역의)공공성이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공공화, 민영화 중 어떤 방식을 택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2유형 플랫폼은 공공성으로 인해 소개 및 알선이 전면 금지되고, 광고 등에도 규제가 강해 그간 충분한 정보가 소비자에게 제공되지 못했다"며 "제2유형 플랫폼에 대해서는 그러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면서도 공공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공공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는 ‘플랫폼은 혁신'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있어 노동자 등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제3유형 플랫폼은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공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부협회장은 변호사 중개 플랫폼의 부적절한 광고를 사례로 들며 온라인 플랫폼 규제 입법의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로톡에서는 형량예측 서비스를 제공한다면서 '콩밥식당'이라는 광고를 제작 배포했다"며 "변호사는 이러한 광고를 하면 징계를 받지만 플랫폼은 ‘상인’이어서 이러한 광고를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변호사는 광고 제한규정에 따라 하지 못하는 광고를 로톡 등 플랫폼에서 대신하고 그 대가로 변호사에게 돈을 받는다"며 "이는 결코 공평하지 못하며, 미국 등에서는 이미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는 형태"라고 비판했다.

또 "삼성이 로펌을 세우면 당연히 1위를 차지할텐데 왜 이걸 하지 못하게 하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며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 담론을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플랫폼 업체들이 노출순위 결정이라는 ‘심판’ 역할과 플랫폼 상업적 이용자와 상품, 서비스 판매 경쟁을 하는 ‘선수’ 지위를 겸하는 데서 오는 이해상충을 폐해의 근원으로 봤다"며 “미국에서 플랫폼이 ‘심판과 선수’를 겸업하지 못하도록 규제 법안이 마련된 것처럼 우리나라도 플랫폼 규제를 하루빨리 입법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건축사협회 등 전문직 단체들로 구성된 ‘올바른플랫폼정책연대’는 모두 공공플랫폼을 개발과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변협은 ‘나의 변호사’를,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치과인’을 공공플랫폼으로 출시했으며, 대한의사협회는 ‘나의 주치의’를, 대한건축사협회는 ‘서울건축사랑’을 곧 론칭할 계획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Ending Platform Monopoly Act)’이 입법화된 상태다. 이 법은 사업 확장 제한 등 사전 규제와 이해상충 소지가 있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사후규제 등을 골자로 한다. 또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구성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각종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EU집행위원회도 '플랫폼 노동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입법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에는 플랫폼이 △종사자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지 △유니폼 등 외모와 품행 기준을 설정하는지 △업무의 질을 감독하는지 △업무의 수락 또는 거부를 제한하는지 △고객 기반을 구축할 능력을 제한하는지 등의 5가지 기준 가운데 2가지 기준을 충족하면,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법이 적용되는 노동자로 보는 원칙이 담겼다.

좌장을 맡은 김학자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이 14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산업의 공정화와 규제방안' 세미나에서 발표자들의 의견을 정리해서 말하고 있다.
좌장을 맡은 김학자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이 14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산업의 공정화와 규제방안' 세미나에서 발표자들의 의견을 정리해서 말하고 있다.

정길호 (사)소비자와 함께 상임대표는 "플랫폼 유형과 서비스 다양화로 인해 규제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와 소비자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법적 규제가 정말 해법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소비자 후생이 플랫폼 경제를 통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은 해외에서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회 구성원이 납득할 만한 근거를 토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런저런 기준을 마련하더라도 모두를 만족시키고 입법목적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문제 해결과는 동떨어진 또 하나의 규제법안만 만들어지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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