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지 변호사
권민지 변호사

어제, 아이의 돌잔치를 마쳤다. 관습적 표현을 빌리자면 ‘돌끝맘’이 된 것이다. 정든 일터를 떠나 만 1년 동안 아이와 생활의 전부를 함께 했다. 그와 함께, 약 8년 간 이어온 송무변호사 생활은 일시정지 되었다.

자녀를 간절히 원했다고 하긴 어렵다. 풍문으로 떠도는 미지의 행복을 찾아 나서는 탐험에 가까웠다. 그 경과는? 어느 유명 영화의 대사를 원용하고 싶다.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지난 1년 동안, 깊은 행복에 뿌리내렸다고 느꼈다. 아이가 주는 기쁨이 일상 속에서 잔잔히 일렁였다. 아이가 순하고, 무엇보다 남편이 앞장섰기에 육아도 수월한 편이었다. 가진 복을 이즈음에서 다 써버린 건 아닐지 가끔 걱정될 정도였으니.

얼마 전 새 일터로 나섰다. 낮에는 업무 파악으로, 밤에는 돌잔치 준비로 정신없는 며칠을 보냈다. 돌잔치에 쓸 영상편지 대본을 편집하면서, 늘 건강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간직하며 기쁨을 잘 찾아내기를 바란다고 썼다. 아이가 삶에 필요한 희망과 기쁨을 자가발전 하는 능력을 최대한 키우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렇다면 아이의 정신적 성장을 부모로서 도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그동안 간과했던 결정적인 깨달음에 닿았다.

그렇지만 깨달음으로 표현하기도 민망한, 지극히 평범한 결론이었다. 부모가 아이에게 바라는 삶을 먼저 사는 것이다. 적어도 현재는 본을 보일만한 수준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스스로의 마음가짐에 대한 책임감을 이중으로 무겁게 느끼는 밤이었다.

돌잔치를 마치고 한숨 돌리니, 비로소 ‘워킹맘’이 된 사실이 실감 나게 다가왔다. 만약 자녀를 둔다면, 그 때 쯤이면 ‘워킹맘’이라는 표현은 이미 그 효용을 다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라 오래전 생각했었다.

그러나 ‘워킹맘’이 사라지기는커녕, ‘워킹대디’가 떠오르는 중이다. 부모의 육아 분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숙제가 존재한다. 다시 영화 대사를 원용하면서 낙관할 수밖에 없겠다.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권민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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