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법학전문대학원 평가위원회 3주기 평가 공개 '후폭풍'

재정적자 문제도 여전... 근본적인 체질 개선 나서야 할 때

△2022년 9월 26일 제7기 법학전문대학원 평가위원회가 위촉식 후 첫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2022년 9월 26일 제7기 법학전문대학원 평가위원회가 위촉식 후 첫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중 16곳이 지난 5년간 부실하게 운영돼 왔다는 평가결과가 나왔다. 

대한변협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위원장 오해균)는 2일 제3주기 로스쿨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로스쿨 평가위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27조 등에 5년 단위로 전국 로스쿨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다. 이번 3주기 평가는 2017~2021년 진행된 결과를 기초로 이뤄졌다.

평가위 발표에 따르면 △강원대 △경북대 △동아대 △부산대 △연세대 △영남대 △충남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 9개 학교는 '인증' 판단을 받았다. 

이어 △건국대 △고려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아주대 △원광대 △이화여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중앙대 △충북대 등 13개교는 '조건부 인증'을 △경희대 △서강대 △인하대는 '한시적 불인증' 판정을 받았다. 

조건부 인증은 '5개 평가영역 중 부적합 영역이 1개이고, 1년 이내 개선이 가능한 경우'를 말한다. '한시적 불인증은 5개 평가영역 중 부적합 영역이 2개 이상이면서 1년 이내 개선이 가능한 경우 또는 부적합 영역이 1개이면서 1년 이내 개선이 불가능한 경우'다. 

경희대는 평가기간 4년차·5년차에 담당 교원이 없어 민사 모의재판 수업을 진행하지 못했으며, 입학전형 관련 불공정 사례로 교육부로부터 행정 제재를 한 차례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강대는 '학생'과 '교원' 영역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지도교수가 적정 시수를 채워 학생을 지도하지 못하는 사례가 매 학기 3~5명씩 꾸준히 발생했으며, 2020년도 1학기와 2021년도 1학기에는 전임교원 수가 법정 규모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하대는 강의적합성 점수 150점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교원이 존재했으며, 법인전입금과 기부금 합계가 5개년 평균 8.14%로 평가기준 10%를 하회했다.

평가위는 제3주기 평가에서 제1주기(2012)나 제2주기(2017년) 평가 때보다 특별히 기준을 강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로스쿨 교원의 강의적합성' 영역에서 불충족 평가가 상당히 많이 나온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법률전문가를 양성하는 유일한 기관에서 강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취지다. 또 입학 전형과 관련해 불공정 사례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와 로스쿨 입시와 학사운영 전반에 걸쳐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평가는 지난해 평가기준 '셀프완화'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제6기 평가위원회 임기가 종료되고 새롭게 구성된 제7기 평가위원회가 실시했다. 지난 제6기 평가위원회는 2022년 7월 로스쿨의 '교육성과' 부문을 평가할 때 문제지와 답안지, 성적표, 학생 강의평가 등을 확인하도록 한 조항을 없앤 '로스쿨 평가기준 개정안'을 교육부에 제출했다가 홍역을 치렀다. 평가위원회와 평가특별위원회 구성원 중 다수를 차지하는 로스쿨 교원들이 스스로 기준을 낮춘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로스쿨 평가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11명의 위원들로 구성된다. 구체적으로는 로스쿨 교수 4명, 판사 1명, 법무부 공무원 1명, 교육부 공무원 1명, 언론계 인사 3명, 위원장 1명 등이다. 평가위원회 산하 특별위원회는 로스쿨 교수 10명과 변호사 7명, 비법학 교수 1명, 회계사 1명이 포진해 로스쿨 교수들의 두터운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평가위는 "이번 제3주기 평가를 진행하면서 로스쿨의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일부 평가기준 정비 필요성을 확인했다"며 "교육부의 '이행점검사항'과 평가위원회의 평가기준 통일화, 로스쿨 측의 건의사항 등을 검토하여, 교육부와 협의해 더 완성도 높은 제4주기 평가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평가대상 기간 중 3년 동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면이 필요한 수업과 학생지도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지만 해당 사항을 평가기준으로 정량화하기 어려워 평가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었다"고 언급했다.

출처 : 국회 교육위원회
출처 : 국회 교육위원회

한편 도입 13년이 지나도록 개선되지 않고 있는 로스쿨의 부실 재정도 여전히 논란이다. 지난해 국회 교육위원회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7~2021년) 전국 로스쿨의 재정적자는 평균 74억 원에 달했으며, 21개 로스쿨의 누적적자 총액은 1561억여 원으로 집계됐다. 누적 적자액이 가장 많은 곳은 인하대 로스쿨로 5년간 135억 9900만 원의 적자를 봤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15년부터 입학자 경쟁비율이 2배 미만이며, 신사법시험(변호사시험에 해당)합격률이 전국 평균의 절반을 밑도는 로스쿨에 대해 보조금을 감액하는 정책을 시행해 자립 능력 없는 로스쿨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허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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