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감사는 내부에서 선출… 법률적 전문성도 부족해 비리 예방에 한계

김병기 의원, 5일 '변호사 외부업무감사 의무화' 내용 담은 관련법 개정안 발의

"변호사, 감사로서 장기간 법률분쟁 감내 가능… '경력 향상' 유인 요인도 갖춰"

"전문성·신뢰성 위해 변호사에 관련 교육하고 위법행위시 강력 처벌을" 의견도

#지난해 1월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의 한 아파트 건축 현장에서 건물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6명이 사망했고 건설회사는 입주민 보상금으로 800억 원의 예산을 마련해야 했다. 붕괴사고의 원인으로는 하도급 문제가 지적됐다.

#서울 초대형 재건축사업으로 관심을 받았던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이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둘러싸고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업단이 갈등을 빚으면서 지난해 4월 공사가 중단됐다. 그러다 같은해 10월 공사가 재개됐지만 준공예정일이 2023년 8월에서 2025년 1월로 늦춰졌다. 공사지연으로 인해 그 사이 원자재값이 상승했고, 공사중단에 따른 손실보상 등을 반영해 3조 2000억 원이었던 공사비는 4조 3600억 원까지 늘었다. 조합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자 지난해 8월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을 도시정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조합 측이 조합원 총회의 의결 없이 1595억 원 상당의 시공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앞선 사례처럼 국내에서는 재개발·재건축 조합과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등에서 발생하는 부정부실 사태와 이로 인한 주민·조합원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이같은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배경에는 각종 비위사실을 감독·견제하는 감사가 내부에서 선출되며, 법률 전문성 또한 부족하다는 사실이 존재한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조합 및 입주자대표회의 감사역은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맡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서울특별시의 재개발·재건축 합동 실태점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서울 소재 31개 사업장에서 603건의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 이중 시정명령과 행정지도가 484건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수사의뢰와 환수조치는 115건에 달해 약 20%에 육박했다.

이같은 위법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부패 발생을 사전에 예방할 수 없는 현행 감사 제도의 구조적 한계가 꼽힌다.  

현행 도시정비법상 조합은 조합원들이, 공동주택관리법상의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주자들로 구성된다. 조합원과 입주자는 권리의무의 귀속 주체가 되는 '본인'이 되고, 조합임원 및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은 '대리인'이 된다. 본인이 대리인들을 완벽하게 감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현행법은 임원들을 견제·감시하는 감사를 두도록 하고 있다.

도시정비법 제41조 제1항은 조합이 반드시 감사를 두도록 하면서, 감사는 정비구역에서 거주하고 있는 자로서 선임일 직전 3년 동안 정비구역 내 거주기간이 1년 이상이거나 정비구역에 위치한 건축물 또는 토지를 5년 이상 소유하는 자 중에서 선출하도록 규정한다. 

또 공동주택관리법 제14조 제6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에 임원으로 2인 이상의 감사를 두도록 하고, 같은 법 제26조 제1항은 300세대 이상인 공동주택의 경우 '주식회사 등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회계감사를 1회 이상 받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 및 도시정비법상 조합의 감사는 조직 내부에서 선출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부정·부실 및 부패 감시가 어렵고, 법률적인 전문성도 담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조합 등의 부패를 예방·적발하려고 시도할 경우 장기간 분쟁을 감내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조합 및 입주자대표회의에 법률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 법률 감리를 의무적으로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병호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해 12월 2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토건 비리·부실 공사 근절을 위한 법률 감리 도입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변호사가 법률 감리가 될 경우 임원들의 행위나 사업 및 관리행위와 연관된 관련자들과의 여러 관계를 살펴보고,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거나 본인들에게 손해를 전가하는 부분을 적발해 장기간의 법률분쟁을 감내할 수 있다"며 "변호사는 법률 분쟁을 직업으로 장기간 수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고 이를 통해 합법적으로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임원들의 입장에서 볼 때 변호사 법률 감리는 법률분쟁을 즉시 수행할 능력을 갖고 경제적 이익과 변호사 경력의 향상이라는 유인을 따라 항상 대리인들을 견제할 준비를 하고 있으므로 부패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구조는 변호사가 큰 불공정성을 막아내는 대가로 이에 비해 작은 선임보수와 성공보수라는 경제적 이익을 유인으로 부여하는 경제적 구조를 통해 적극적으로 사회정의를 실현한다는 변호사제도의 취지와 부합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공동주택감사관 활동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현장에서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감사를 해보니 관련법에는 과태료, 형사처벌, 손해배상 조항 등이 있어 비전문가가 이를 모두 숙지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며 "명확한 해석과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가 감사를 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지난해 12월 2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토건 비리·부실 공사 근절을 위한 법률 감리 도입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배병호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지난해 12월 2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토건 비리·부실 공사 근절을 위한 법률 감리 도입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배병호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같은 업계의 지적을 반영해 지난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작구갑)과 함께 '도시정비법상 조합 및 공동주택관리법상 입주자대표회의의 부패 예방 및 적발을 위한 변호사 외부업무감사 의무화' 연구를 실시했다. 김 의원은 연구 성과를 종합해 지난 5일 공동주택 및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대한 변호사 외부감사 제도 도입을 위한 공동주택관리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에 '300세대 이상인 공동주택의 관리주체는 변호사법 제4조에 따른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를 외부 업무 감사로 두어야 한다. 외부 업무 감사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선정하고 이 경우 입주자대표회의는 변호사법 제78조에 따른 대한변호사협회에 외부 업무 감사의 추천을 의뢰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에는 '시장·군수 등 또는 토지주택공사 등이 아닌 사업시행자 또는 추진위원회는 그 사무의 법률 준수 여부에 관해 변호사법 제4조에 따른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로부터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연구 및 법안발의 지원을 주도한 김기원 서울변회 법제이사는 "'다 빼먹는데 나만 못 빼먹으면 바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재개발 건출 관련 비리가 만연한 가운데 변호사를 외부감사로 둔다면 업으로서 장기간 법률 분쟁을 수행하고 조합 임원들의 비리를 견제해 문제를 유효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이같은 연구 활동에 착수하게 됐다"며 "변호사가 특히 경력과 보수를 얻으면서도 장기간의 분쟁을 감내할 능력을 갖춰 비리를 실효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는 점, 변호사가 충분히 배출되고 있어 변호사의 업역이 더 늘어날 필요성이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되어 법안 발의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변호사 수가 늘어난만큼 업무영역을 늘려 사회 전반에 법의 지배, 공정함이 정작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들이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법률 감리가 공동주택 단지 사정과 문제점에 관해 충분한 관심과 지식을 갖기 어렵고 오히려 입주자에게 내부감사 역할을 맡기는 것이 효과적이다', '변호사가 아파트 관리 업무 관련 전문성을 갖춰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등의 염려도 나오고 있어, 성공적인 변호사 법률 감리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철저하게 전문성과 신뢰성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성중탁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제대로 된 아파트 감사 업무 메뉴얼 조차 없는 현실에서 변호사자격자의 법률 감리 선임 의무화 전에 '관계 법률이 모두 집약된 조합과 공동주택의 감사업무 지침서'를 대한변호사협회가 앞장서 만들어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라 하더라도 모든 변호사가 도시정비법과 공동주택관리법 등 관련 규정을 다 알 수는 없으므로 조합과 아파트 감사를 하고자 하는 변호사는 변협이 시행하는 전문교육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협 등에서 아파트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변호사의 품질관리를 위해 점검을 하고 점검과정에서 관련 법규 위반 사항이 발견될 시 강력한 징계와 형사 고발조치 등을 통해 조합과 아파트 법률 감리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그래야 국민 누구나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의 법률 감리 위촉의 당위성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가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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