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수 변호사
도진수 변호사

진시황이 신하들에게 분서갱유에 앞서 불타버릴 책 속의 지혜를 한 문장으로 줄여 가져오라 했다고 한다.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며칠을 꼬박 걸려 가져온 것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였다. 솔로몬 설, 알렉산더 설도 있는데, 어떤 버전이든 핵심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메시지다.

누군가는 플랫폼이 혁신이라 하고, 누군가는 혁신의 탈을 쓴 독점이라 한다. 법조계에서 플랫폼을 옹호하는 쪽은 청년 변호사를 자주 내세운다. 기성세대가 장악한 변호사 시장에서 청년 변호사의 개업과 광고는 매우 어려운데, 법률 플랫폼이 해결책이라는 이유다.

변호사 시장에 던져졌을 때, 누군가로부터 지금 잘하고 있다는 말 한마디 듣는 게 간절할 정도로 막막했다. 다행히 장사를 해봤고 망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 그 업계에서 살아남은 건 고객에게 제일 진심이었던 장사꾼 하나뿐이었는데, 그 장사꾼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 했다. 초짜 변호사라 작은 사건에도 유난 떤다는 평은 들었지만, 의뢰인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의뢰인은 승패와 상관없이 또 사건을 맡겨주셨고, 지인을 소개해주셨다. 그 장사꾼의 방식은 업종을 가리지 않는 필승법이었던 모양이다.

세상의 진리에 따르면, 법률 플랫폼이 청년 변호사에게 제공한다는 해결책도 공짜가 아니다. 한 사건 기준으로 주머니는 정해져 있으니, 공짜가 아닌 만큼 법률서비스를 덜 받는 의뢰인이든, 그만큼 수임료를 빼고 받는 청년 변호사든 둘 다 패자다. 승자는 언제나 그만큼을 주머니에서 가져가는 법률 플랫폼이다. 의뢰인 신뢰도 공짜가 아니니 시간이 들고 발품이 든다. 갈증 때문에 바닷물을 마시면 더 목이 마르듯이, 그 값을 제때 치르지 않은 청년 변호사는 계속 법률 플랫폼을 마실 수밖에 없다.

다행히 변호사 업계에는 똑똑한 사람이 많고, 우리 협회는 대안을 내놓았다. 공공플랫폼 ‘나의 변호사’ 이야기다. 따로 내는 돈은 없지만, 등록비와 매달 회비를 내니 공짜가 아니다.

청년 변호사에게 정말 필요한 건 구멍 뚫린 주머니가 아니라 값을 치른 온전한 주머니, 시간과 발품 아닐까.

/도진수 변호사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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