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일 개정 민소법 시행 따라 민사·행정·특별사건 판결문 공개

법조계 "판결문 참고해 충실한 변론 가능 기대… 형사사건도 공개를"

"개인정보 유출·여론에 의한 재판 독립 침해 문제 어떡하나" 우려도

△ 법원 '판결문 열람 신청' 홈페이지 화면 캡쳐
△ 법원 '판결문 열람 신청' 홈페이지 화면 캡쳐

올해부터 확정되지 않은 민사·행정·특별 사건의 판결문도 인터넷을 통해 열람할 수 있게 됐다. 법조계는 일단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사법부에 대한 신뢰 회복 등에 일조할 수 있다며 반기는 모양새다. 하지만 법원 내부에서는 미확정 하급심 판결문을 공개할 경우 개인정보 및 기업 영업비밀이 유출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1월 1일부터 개정 민사소송법이 시행됨에 따라 누구든지 판결이 선고된 사건의 판결서를 인터넷 등을 통해 열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2013년 1월1일 이후 확정된 형사 사건 판결문과 2015년 1월1일 확정된 민사·행정·특허 사건의 판결문만 인터넷을 통해 검색·열람이 가능했다. 확정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인터넷을 통해 열람할 수 없었다.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에 민사소송법은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확정된 사건의 판결서 등의 열람 및 복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종합법률정보시스템에서 검색 할 수 있는 판결은 대법원 판결의 9.75%, 각급 법원 판결의 0.19%에 불과해, 재판 공개라는 헌법적 요청을 충족시키고 판결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판결문 열람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2020년 8월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과 이탄희 의원이 각각 판결문 검색·열람 가능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민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어 같은해 11월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두 법률안을 병합해 심사하고 이를 통합·조정해 위원회 대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은 열람 및 복사가 가능한 판결서를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판결서'에서 '판결이 선고된 사건의 판결서'로 수정하고, 대상이 되는 판결서는 대법원 규칙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판결서에 기재된 문자열 또는 숫자열이 검색어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공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시행일은 올해 1월 1일부터로 정했다.

법사위는 지난 2020년 11월 18일 이같은 내용의 민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다음날인 19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곧바로 의결됐다.

대법원은 1일부터 시행된 개정 민소법에 대해 "판결문 공개 범위가 확대돼 국민의 알권리가 더 두텁게 보장되고 판결의 투명성·공정성·책임성이 강화될 것"이라며 "인터넷 열람 서비스의 편의성 개선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사들은 미확정 판결서 공개 확대를 위한 법률적 근거가 마련된 것을 두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이어 형사 미확정 판결문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도 조속히 의결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충실한 변론을 위해 판결문을 공부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급심 판결문은 미확정 상태가 많아 구하기가 쉽지 않다보니 변호사들이 친한 판사 등 법원 관계자에게 부탁해야 할 때가 적지 않다"며 "사설에서 운영하는 판결문 검색서비스를 정액제로 결제해 유료로 구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미확정 판결문 공개를 통해) 이러한 번거로움이 줄어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급심 판결문이 공개된다면 판사들이 판결문 작성에 더욱 신중을 가할 것이고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대법원은 법리를 중점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자세한 사실관계과 이에 대한 개별적 판단을 내 의뢰인의 사건과 비교하기 위해서는 하급심 판결문이 필요하다"며 "국민들이 재판에서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형사사건도 미확정 판결문까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선 판사들은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 여론에 의한 재판 독립 침해 등을 이유로 이번 미확정 판결문 공개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판결서 공개 범위를 확대하면 개인정보보호 침해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기업 사건의 경우 영업비밀이 노출될 위험이 있는데 이같은 개인정보는 한 번 침해되면 회복하기가 힘들다"며 "특히 미확정 형사사건까지 판결문 공개 범위가 확대되면 자칫 무죄추정의 원칙이 훼손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가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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