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현 대한변협 등록 해상 전문 변호사
김 현 대한변협 등록 해상 전문 변호사

해상보험은 영국에서 발달했으므로 해상보험 증권에 영국법준거약관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우리 법원도 영국법 준거약관이 유효하다고 인정한다. 해상보험계약에서 담보(Warranty)는 피보험자가 보험자에게 하는 약속이다. 담보는 보험증권에 표시되거나 법률에 의해 묵시적으로 규정된다. 영국 2015년 보험법에 의하면, 피보험자가 담보를 위반하면 보험자는 담보위반 후부터 위반이 치유되기 전까지 발생한 손해에 대해 면책된다.

영국 해상보험법 제39조는 “① 항해보험에서는 항해 개시시 선박이 해상사업의 수행을 위해 감항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묵시적 담보가 있다. ⑤ 기간보험에서는 피보험자가 선박이 불감항상태인 것을 알면서도 출항하게 했을 경우, 보험자는 불감항성에 기인하는 손해에 대해 면책된다”고 규정한다.

세월호와 관련된 서울고판 2018. 11. 16. 선고 2017나2071933 (원고/항소인 한국산업은행, 피고/피항소인 메리츠화재/한국해운조합) 사건에서, 법원은 피보험자의 ‘악의’는 피보험자가 감항능력 결여의 원인 뿐 아니라, 원인된 사실로 인해 선박이 통상적인 해상위험을 견디어낼 수 없게 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감항능력이 없음을 적극적으로 아는 것 뿐 아니라, 감항능력이 없을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갖추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도 포함한다.

세월호는 구조변경, 과적, 평형수 부족으로 복원성이 취약한 상태에서 운항하다가, 진도 부근에서 급히 우회전하면서 복원성 저하로 배가 크게 기울어졌다. 그리고 제대로 묶이지 않은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선박을 더욱 기울어지게 해 침몰하게 되었다. 즉 화물과적과 부실 묶음으로 복원성에 관한 감항능력이 결여되어 있었고, 이러한 감항능력의 결여와 침몰과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세월호 선주인 청해진해운의 대표이사는 경영전반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고, 상무이사는 대표이사를 보좌하면서 물류팀, 해무팀을 비롯한 각 부서별 업무를 총괄해 점검 감독하는 지위에 있었다. 해무총괄이사는 해무팀의 최고 결재권자로서 운항의 안전에 관한 제반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다. 해무총괄이사는 세월호에서 화물과적과 부실 묶음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대표이사와 상무이사도 증개축 이후 세월호의 복원성이 악화되었고, 적정량을 초과하는 화물이 적재될 경우 세월호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대표이사, 상무이사, 해무총괄이사는 조직적으로 세월호의 입출항과 화물적재, 묶음 등 안전관리에 관한 의사결정을 해오면서, 감항능력이 없을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갖추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고 내버려두었다. 이들의 악의는 피보험자 청해진해운의 악의와 동일시되므로 보험자가 면책되었다. 청해진해운 유병언 회장이 개별 선박의 입출항과 화물영업까지 직접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대표이사, 상무이사, 해무총괄이사가 운영의 주체라고 본 것이다.

/김 현 대한변협 등록 해상 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세창·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