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실수도,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순간적 간과도 아닌, 복수 팀의 다수 인원이 수개월에 걸친 긴 시간 동안 실수, 불찰, 안일이라는 핑계를 댈 정도로 저작권, 그 중에서도 '작가의 동의'라는 개념이 미미하고 나약한 것일까요?"

소설 '아몬드' 극화가 허락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연극 상연 4일 전에 알게 된 원작자 손원평 작가가 창비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한 말이다. 2017년 출간된 소설 '아몬드'는 올해까지 100만부가 넘게 판매된 스테디셀러다. 이번 사건 이전까지 손 작가는 '즐거운 독서 경험'을 위해 영상화는 허락하지 않았지만, 일회성으로 끝나는 연극화, 뮤지컬화는 허락한 사례가 있었다.

작가에 따르면 '아몬드'의 출판사인 창비(창작과비평)는 전에도 같은 연출의 공연을 허락했으니 이번에도 허가할 것이라고 전제했다고 한다. 연출자인 민새롬 대표는 건강 악화로 실무를 하지 못했고, 과거 공연처럼 주최 측이 대신 2차 저작물 제작 허가를 받을 것으로 착각했다고 했다. 이에 공연을 주최한 용인문화재단은 이미 저작권료를 지급했고, 저작권 승인 허가를 극단에 일임하도록 계약서에 명시했다고 해명했다. 

결론은 하나다. 출판사, 연출가 등 관계자가 모두 '저작권자의 허락'을 등한시했다. 작가가 '떠밀리듯' 허락하지 않았다면 저작권 침해 연극이 상연될 뻔했다.

입장문에는 진정어린 사과나 대책보다는 핑계와 변명이 눈에 띈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 재발방지를 위한 성찰이나 대안을 내놓기보다는 변명을 늘어놓는 데 급급한 태도야말로 이번 사태를 추동한 근본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저작권 분쟁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이번 사태가 말뿐인 사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저작권 의식을 조금이나마 높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저작권 문제에서 작가의 권리를 우선하는 문화가 공연·출판계에 자리하기를 기대해 본다. 

/임혜령 기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