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변회가 추천한 사자성어 중 전국변호사 투표 거쳐 선정

전북변회 성장현 변호사 추천… "차별없이 적재적소에 인재 등용"

2위에 토영삼굴(兎營三窟)… "사건 사고 많았던 지난해 반성 의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변호사들이 뽑은 2023년 계묘년(癸卯年)의 '신년 사자성어'는 해불양수(海不讓水)다. 직해하면 "바다는 어떠한 물도 사양하지 않는다"는 뜻인 '해불양수'는 포용력의 필요를 강조하는 의미로 널리 사용된다. 설문에 응답한 변호사 396명 중 29.5%(117명)가 선택했다. 

'해불양수'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인물인 관중(管仲)의 업적을 쓴 책 관자의 형세해(形勢解) 편에서 유래했다. 

관중(管仲)이 제나라 왕인 환공(桓公)에게 화살을 쐈으나, 그 화살은 환공의 허리띠에 맞아 환공이 죽지 않았다. 하지만 환공은 왕위에 오른 뒤 관중을 제2인자인 승상으로 추대했고, 관중은 환공을 도와 제나라를 강대국으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해불양수'는 전북지방변호사회(회장 홍요셉)가 추천한 사자성어다. 본보 '신년 사자성어'는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 등에서 신년에 알맞은 사자성어를 추천 받은 뒤, 전국 변호사들이 투표를 통해 이 중 하나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 성장현 변호사
△ 성장현 변호사

전북변회에 '해불양수'를 추천한 변호사는 성장현(변호사시험 8회) 변호사다. 성 변호사는 "내년에는 서로를 포용하면서 모두를 아우르는 따뜻한 해가 되길 바란다"며 추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최근 변협과 지방회 선거가 진행 중인데 복수 후보자가 있는 선거가 끝나고 결과가 나오면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며 "법조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선거 때 어떤 후보를 지지했는지에 관계 없이 능력 있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도 세대 간 자신이 생각하는 바와 신념만 옳다고 생각하면서 서로 반목하는 경향이 짙다"며 "하나의 생각, 이념만이 옳은 게 아니라 모두를 포용하는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해불양수'가 최다득표를 한 데는 최근 대한변협과 각 지방변회에서 선거를 치르면서 후보들 간 선거전이 치열해지자, 선거 이후 양분되는 법조계에 대한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초동에서 법무법인을 운영하는 한 대표변호사는 "2023년뿐 아니라 늘 마음에 담아둬야 할 사자성어로 보인다"며 "법조계도 서로 탓하거나 차별하지 말고 합심해서 적정 변호사 수를 정하는 등 법조계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 청년변호사도 "최근 오픈카톡방을 만들어 상대측 후보를 음해하거나 흑색선전을 일삼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며 "새해에는 서로 포용하는 희망찬 분위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2위는 유비무환(有備無患)과 동의어인 '토영삼굴(兎營三窟)'이 차지했다. 응답한 변호사 26.5%(105명)가 "유달리 사건 사고가 많았던 지난해를 반성하면서 2023년에는 나라와 민족, 개인과 사회,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안전을 위하여 유비무환의 자세로 철저한 대책을 미리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추천 이유에 공감했다.

3위로는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로 삼는다"는 뜻의 '수석침류(漱石枕流)'가 25%(99명)의 지지를 얻어 선정됐다. '수석침류'에는 다가오는 새해에 독단적인 판단으로 억지만을 주장하는 사람이 아닌,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합리적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지도자가 우뚝 서기를 바라는 추천인을 비롯한 법조인들의 마음이 담겼다.

뒤이어 석과불식(碩果不食)이 15.2%(60명)로 4위, 화광동진(和光同塵)이 3.8%(15명)로 5위를 각각 차지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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