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직장 동료를 스토킹하던 가해자가 법원 선고를 하루 앞두고 피해자를 살해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지 3개월 가량 흘렀다.

당시 피해자가 어렵사리 용기를 내어 가해자를 고소했지만, 법원이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논란이 일었다. 왜 구속하지 않아 범죄를 예방하지 못했냐는 취지다.  

이 사건은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파생된 '불구속 수사 원칙'과 '피해자 보호'라는 두 가지 중요한 가치 사이에서 법원이 처한 '딜레마' 상황을 함축한다. 현행법에서는 '주거가 일정하지 않거나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를 구속 요건으로 삼는다. 고소 당시 가해자는 주거가 일정했으며, 혐의도 순순히 인정했다. 법원으로서는 구속와 불구속이라는 선택지 중 하나만 택해야 했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부랴부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조건부 석방제'다. 범죄 혐의가 일정 수준 소명되지만, 구속수사 필요성까지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 전자장치부착 내지는 피해자 접근금지 등의 조건을 붙여서 석방할 수 있는 제도다.  

국회도 '조건부 석방제' 조항을 포함한 스토킹범죄처벌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법조계는 "구속와 불구속이라는 일도양단식에서 벗어나,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면서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법원은 스토킹범죄 뿐만 아니라 폭행과 살인미수 등 여러 사건에서  "증거인멸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국민들은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이해할 수 없었고, 법원으로서는 구속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어쩔수 없이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해야 했다. 

하지만 조건부 석방제가 도입된다면 법원은 불구속 수사 원칙과 피해자 보호 사이의 적절한 중간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건부 석방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지금이 제도를 도입할 적기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조건부 석방제 도입 논의가 진행됐지만 별다른 논의 없이 폐기됐었다. 이번 국회에서는 하루빨리 개정안을 통과시켜 국민의 안전과 기본권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남가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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