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변호사
이희범 변호사

무너진 마약 청정국의 위상

요새 뉴스를 보면 마약 사범들에 대한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유명 프로골퍼가 동료 여성에게 마약을 탄 음료를 건네 투약하게 했다는 기사, 유명작곡가 겸 사업가가 호텔에서 지인들과 마약 투약파티를 벌였다는 기사, 가정주부와 대학생들이 주택에서 마약을 투약했다는 기사 등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마약을 구해 투약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현실이 되었다. 오랫동안 마약 청정국이라고 불리웠던 대한민국이 어쩌다가 그 위상을 잃고 마약 범죄의 온상이 되었을까?

 필자는 인천·부천 지역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하는 논스톱 변호인으로 활동하다 보니 이런 마약 관련 사건을 누구보다 많이 접하게 된다. 사실 지난 2년간 가장 많이 참여했던 영장실질심사나 법률상담 유형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었다. 처음에는 우연이겠거니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발생빈도를 보며 이건 너무도 심각한 사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나름 마약 전문가인 필자도 모르는 신종마약들이 유통되는가 하면, 그 투약연령층이 10대까지 낮아져 마약에 손댄 중학생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이렇게 마약 범죄는 하루하루 늘어나는 추세이고 그 결과로 우리 사회를, 그리고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에서 마약 구매는 얼마나 쉬울까?
 
플랫폼을 이용하는 10~50대에게 마약 구매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 랜덤 채팅 앱’ ‘즐톡’ ‘텔레그램’ 등에 접속하여 ‘술’ ‘아이스’ ‘찬술’ ‘감기약’ (이는 모두 필로폰을 지칭하는 은어이다)을 구한다고 하면 누구든지 쉽게 그 판매책과 접촉할 수 있다. 이런 마약류들의 1회 투약분 판매 가격은 10~15만원 가량으로 그 판매 금액도 부담되는 선이 아니어서 누구든 쉽게 마약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마약 판매자들은 수사기관의 눈을 피하려고 직접 만나 돈을 받고 마약을 건네는 방식 대신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는 채팅앱과 대포폰, 대포통장을 이용하고, 지하철역 물품보관함, 건물 배전함이나 상가 화장실 등을 이용한 일명 던지기 수법(마약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지 않고, 약속된 장소에 마약을 두고 오는 방식)으로 마약을 판매한다. 마약의 판매구조가 이렇다 보니 마약 판매책, 유통책 등 상선은 검거하기 쉽지 않고, 호기심 등으로 마약을 구매하여 투약하다가 그에 중독되어버린 단순 투약자들만 적발되어 처벌받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호기심에 마약을 투약한 자의 최종지는?

그럼 호기심에 마약을 구매하여 투약한 자의 마무리는 어떻게 될까? 마약은 한번 시작하면 절대 끊을 수 없다. 호기심으로 마약을 접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처음에는 일명 물담배(프리베이스 방식)로 마약을 접하지만 결국 더 강한 쾌락과 자극을 위해 혈관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까지 넘어가게 된다. 마약을 혈관에 직접 주사하는 순간 그 중독성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수준을 넘어서기에 주사방식에 한번 발을 들이는 순간 자제력을 잃고 미칠 듯이 마약을 원하게 된다. 

이렇게 마약에 눈이 멀게 되면 여기저기서 마약을 찾다가 많은 흔적들을 남기게 되고 결국 수사기관의 타겟이 된다. 이외에도 마약 판매자에 대한 입금 내역, 같이 투약한 자의 신고 등으로 결국 어떻게든 수사기관에 적발되어 소환당한다. 이렇게 적발된 범죄자는 모발이나 소변을 강제로 압수당한 이후 강도 높은 수사와 재판을 받아 결국 ‘마약 전과자’가 되는 과정을 거친다. 

늘어나는 마약 범죄,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관세청의 발표에 따르면 2022 상반기 마약류 밀수는 사상 최대치를 이루었다고 한다.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마약 유통이 쉽게 이루어지고 있을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로 마약이 밀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마약 유통이 쉬워지다보니 최근 2년 사이 너무도 많은 마약 관련 범죄가 발생하였고 특히 초범 마약 투약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늘어나는 마약류 관련 범죄는 누구의 책임으로 돌려야 할까? 해상 및 항공 운송을 통한 밀반입 등 많은 양의 마약이 통관되고 유통되게 방관한 국가의 책임인가? 마약 판매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플랫폼을 제대로 단속하고 규제하지 못한 수사기관의 책임인가? 아니면 마약 투약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여 단약 의지를 약하게 만든 사법기관의 책임인가? 분명한 건 이 환상의 콜라보가 대한민국 사회를 좀먹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는 지금이라도 급증하는 마약 적발률과 변화하는 마약 보급 경로 등을 면밀히 분석해 관세청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고, 사법기관도 그간에 관행적으로 해온 ‘솜방망이 처벌’이 마약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무디게 한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우리는 마약류가 국민들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정말 근 시일내에 ‘마약 청정국’이 아닌 ‘마약 공화국’이라고 불리울 수도 있다.

지금 마약을 투약하고 있다면?

한국에서 현재 유통되고 있는 금지 마약류로는 헤로인, 코카인, 아연, 펜타닐,  LSD, MAMA, 케타민, 대마초 등 다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그 종류가 많다. 이런 금지마약류를 투약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 투약중이라면 지금부터 전문가와 상의하여 치료계획과 자수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사실 그동안 법원과 검찰은 마약 사범의 경우 형사 처벌 전력이 없거나 적극적인 치료 의사를 밝히면 이를 감형 사유로 참작해주어 솜방망이 처벌을 해온 경우가 많았다. 특히 초범은 조건부 기소유예나 벌금, 집행유예가 당연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수사기관은 초범일지라도 범죄를 은닉하거나 재범의 위험성이 높아 보이면 구속 수사도 주저하지 않는 등 조금씩 변화를 보이고 있고, 법원 역시 초범의 실형 선고비율을 높이고 있기에 꼭 전문가와 상의해서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희범 변호사

라미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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