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변호사
 이지은 변호사

‘소년심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비롯해 가장 최근 종영한 ‘천원짜리 변호사’까지 2022년은 그야말로 법정 드라마 전성시대였다.

이들 드라마를 보면 항상 등장하는 대사가 있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그 사명으로 한다.”  사실 공익활동 준수의무를 법률상 의무로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까지 부과 되는 직업은 전문직 중에 변호사가 유일하지 않을까 한다.

그럼에도 ‘잠잘 시간도 부족한데 무슨 공익활동이야?’라는 생각으로 한 번쯤은 툴툴거린 적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꽤 많은 변호사들이 공익활동에 매진하고 있고, 친한 연수원 동기는 대형 로펌을 나와 전담 공익활동가로 전향하기도 하는 등 남다른 이타심으로 중무장한 선후배들을 많이 목격하였다.

물론 이들에 대한 경외심을 뒤로하고, 속칭 생계형 변호사인 나로서는 공익 전담변호사로 살아가는 것이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국선변호인 과 같은 공공 변호사를 비롯해 한국성폭력위기센터 등 각종 단체를 통한 공익활동 기회는 무수히 많아졌고, 그 과정에서의 경험은 사선에 비해 더 큰 만족감을 줄 뿐만 아니라, 본업을 수행함에 있어서도 자양분이 되고 있다.

그 중 소년보호 국선보조인으로서 맡게 된 첫 배당 사건은 꽤 많은 의미와 숙제를 남겨주었다. 사안은 보호자 위탁 처분이 될 사건이 아니었는데도 아이는 보호자 위탁처분을 원한다고 하고, 아이를 둘러싼 주변 여러 기관들은 오로지 시설의 입장만을 최우선으로 한 의견을 주어 나를 심각한 고민에 빠트렸다. 심리결과는 1호 시설 위탁처분이었는데, 뜻과 달리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음에도 아이는 뛸듯이 기뻐했다. 그 아이를 보며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짧은 접견에서 소년과의 라포(rapport)를 형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Sympathy(연민)를 넘어 Empathy(공감)로 사안에 접근하여야 한다는, 그간 잠시나마 잊고 지냈던 초심을 상기시켜 주는 사건이었다. 법률상 의무로 시작하였지만 결국은 나를 위한 공익활동이 아닌가. 

/이지은 변호사

법무법인 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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