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준 변호사
이강준 변호사

사내변호사의 업무 중에서 ‘노무’는 산업군과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지는 분야이다. 특히, 올해에는 ‘불법파견’ 관련한 중요한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어 앞으로 더욱 주목해야 할 사안이 되었다.

당해 판결에서 대법원은 도급과 근로자 파견의 구별 기준에 관하여 2015년부터 적용하고 있는 5가지 기준을 종합하여 판단하면서, 이른바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가 불법파견의 징표로 볼 수 있음을 판시하였다. 즉, 전산관리시스템을 통해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작업정보를 전달하는 사실상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재계와 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독일, 일본 등에서는 MES를 통한 정보 공유를 불법파견의 징표로 보지 않으며, 4차산업혁명시대에 역행하고, 산업 현실을 외면하는 판결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MES는 숙련공 등을 통한 종래의 업무 형식에서 벗어나, 시스템을 통해 생산성 향상과 품질관리 등 제조 공정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것으로, 스마트팩토리의 도입 등 제조 혁신을 거듭하는 글로벌 추세에 따라 이미 국내에도 수 많은 기업들이 도입하였다. 이와 같이 많은 기업들이 MES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으므로 당해 판결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또한 도급과 불법파견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엇갈리면서 기업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있다. 즉, 법원은 파견과 도급의 구별 기준들을 ‘각각의 요건’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하여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므로, 법원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어 불확실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현재 파견과 도급의 구별 기준에 관한 법령이 없고 판례로 규율되고 있으며, 산업현장이 다변화되고 있으므로 판결이 일률적이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는 반론이 있다. 또한 형태가 비슷한 유형이라도 도급인의 관여 정도가 다를 수 있고, 업무 공정이나 프로세스가 비슷해 보여도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상이할 수 있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며, 사건을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구체적·개별적으로 판시하는 것이 보다 합당하다는 견해도 있다.

기업에서의 외부 노동력 활용이 불법파견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수십 년이 지나도록 노사 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도급과 파견의 구별 기준을 파견법 등 법령으로 규정하지 않아 법원의 판결과 노동부의 유권해석에 맡겨지고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법원은 (불법)파견의 인정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위해 도급과 파견의 구별기준이 장차 입법을 통해 해결됨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사내변호사의 입장은 현재의 파견 제도에서의 위와 같은 현황을 인식함과 동시에, 법원 등 실무의 태도와 경향을 면밀히 분석하여 사내 불법 파견 요소를 정확히 점검하고 예방함으로써 준법경영을 위한 Risk Manager로서의 역할을 충실해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강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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