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시위로 어쩔 수 없이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데, 이번에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떨어졌다고 하네요."

지하철 내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집단 시위가 수도권 주요 역사에서 수개월 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서울시내 주유소 곳곳에서 휘발유가 품절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직장인들로서는 지하철을 이용해야 할지, 자가용을 이용해야 할지 아침마다 고민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셈이다. 다행히 화물연대가 9일 파업을 자진 철회하면서 시민들은 한숨 돌리게 됐다. 

전장연과 화물연대가 실력 행사에 나선 근본적인 이유는 장애인과 화물 기사들의 처우 개선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하기 위함이다. 이들의 목소리는 분명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다. 전국 268개 역 중 연단 간격이 10cm가 넘어 장애인들이 발빠짐 사고를 당할 수 있는 역이 151곳에 달한다. 차주가 정당한 운임을 보장받지 못하면 과로·과속의 위험이 높아져 국민들이 안전하게 물자를 공급 받을 수 없게 된다. 이것은 변호사들이 정당한 상담·수임료를 받지 못하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것과 매한가지다.

하지만 전달 방식과 시점을 조금 더 세련되게 고민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일 계속되는 지하철 시위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느 역에서 시위가 진행되는지 휴대폰 검색창부터 두드리는 시민들로서는 일선 주유소에 기름이 떨어질 때마다 "이제 자가용 이용도 어렵게 되는 것 아닐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일상이 붕괴되는 지경에 다다르면 여러 불편을 감수하면서 까지 장애인과 노동자의 권리에 공감하려 했던 사람들도 점차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여론이 싸늘하게 돌아서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뒤늦게 정부와 여당이 처음 제시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화물연대도 찬반투표 끝에 파업을 철회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었다.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도 국민적 공감은 필수다. 나의 불편을 호소하기 위해 남의 불편을 볼모로 잡는 행위도 합리적인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누구도 민심과 싸울 수 없다.   

 

/우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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