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등, 9일 '진료계약의 민법 편입 심포지엄' 공동 개최

의료제공자 의무, 과실추정규정 등 담은 민법개정안 제시

"대법원 법리 기반으로 한 개정안, 의료수준 향상시킬 것"

△ 박호균 변호사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열린 '진료계약의 민법 편입 개정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박호균 변호사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열린 '진료계약의 민법 편입 개정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의사와 환자가 체결하는 '진료계약'을 민법상 계약에 포함시켜 환자의 증명책임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인재근·오기형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과 함께 '진료계약의 민법 편입 개정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박호균(사법시험 45회)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변호사가 '의료계약의 민법전 편입 필요성과 개정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변호사는 "진료계약은 운송계약, 근로계약 못지 않게 자주 체결되지만 이에 관한 민법 규정이나 특별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생명과 건강을 다룬다는 특수성에 비춰보면 어떤 법률관계보다 강도 높은 보호와 법적 안정성이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계약 관계에서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금전배상을 통해 어느 정도 피해배상은 가능하지만 죽음이나 손상된 신체는 돌이킬 수 없다"며 "민법에서 (의료계약을) 전형계약으로 도입해 두텁게 규율하고 다른 계약과 상이한 특성을 감안한 규정도 함께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과실 추정과 증명부담 전환 문제 등과 관련해 환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방향으로 (의료계약을 민법상 계약으로)입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독일 등 외국에서도 민법에 진료계약이 도입되는 등 의료사고에 대한 계약법적 근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진료계약의 민법 편입을 위한 TF(위원장 박호균)'에서 제안한 민법 개정안에는 △의료계약 개념 규정 △정보제공의무, 사전동의, 설명의무와 같은 의료제공자의 의무를 담은 규정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규정 △진료기록 작성과 보존의무, 비밀유지의무 등 의무 규정 △진료기록 작성이나 보존의무 관련 일정한 사실관계에 관한 증명담보 기능을 포함하는 규정 등이 담겼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통계지표'에 따르면 2021년 진료비 심사건수는 13.6억 건에 달했다. 이 수치는 비급여를 제외한 급여 진료비만 해당하므로 실제 체결되는 의료계약 건수는 이를 넘어설 것으로 추측된다.

진료계약 입법화 목소리는 10여 년 전부터 주장돼 왔지만, 법안 통과가 번번히 무산되면서 최근에는 논의 자체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 2011년에는 제3기 민법개정위원회 제5분과위원회가, 2012년에는 제4기 민법개정위원회 실무위원회에서 의료계약 입법화를 논의했었다.

△ 남민지 변호사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열린 '진료계약의 민법 편입 개정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 남민지 변호사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열린 '진료계약의 민법 편입 개정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박수곤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의료계약은 국민 실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계약 중 하나"라며 "민법이나 민사특별법상 전형계약으로 규율되지 않는 현 상황은 법적 흠결이 많고, 법적안정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계약이 유상인지 무상인지를 구분해서 의료제공자 책임 성립과 그 범위에 관해서도 차이를 두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며 "향후 입법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현장에서의 운영 실태를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민(변호사시험 6회)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변호사는 "TF에서 제안한 민법 개정안은 의료소송 관련 종래 대법원이 구축해 온 법리들을 기반으로 한 내용"이라며 "확립된 대법원 법리를 명문화한다는 측면에서 개정안이 입법된다면, 법적안정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구축해온 위 법리들은 환자측의 입증책임을 경감 혹은 완화하기 위한 내용이 적지 않다"며 "개정안이 입법되면 환자 측의 권리 구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민지(변시 6회) 법률사무소 이원 대표변호사는 "환자 및 보호자에 대한 정보제공 및 설명의무의 추가는 의료서비스의 발전을 위하여 바람직한 변화"라며 "그 동안 의무기록을 대충 작성한 관행은 악습이 분명하며 의무기록은 환자의 향후 치료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계약의 민법 편입은 의료기관과 의료진, 그리고 환자 측을 모두 보호하고, 우리나라 의료수준을 향상시키는 토대가 될 것"이라며 "의료계약의 민법 편입 후 예상되는 정보제공 및 설명 업무 증가를 해결할 방안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엽 협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진료계약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생명 및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분쟁도 많이 발생하는 분야"라며 "현실적으로 의료를 제공하는 측에 자료가 편재하여, 과실, 인과관계 등을 입증하여야 하는 환자 측이 증명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포지엄이 다양한 관점에서 TF가 제안하는 민법 개정안을 심층적으로 검토하고, 진료계약의 당사자를 보다 강도 높게 보호하면서도 법적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진료계약의 민법 편입을 위한 TF'에서 마련한 민법 개정안 내용
'진료계약의 민법 편입을 위한 TF'에서 마련한 민법 개정안 내용

 

/임혜령 기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