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온라인분향소 헌화 1만명… 로아시아 "법조계테러, 법치 위협"

설문결과 변호사 48% 신변위협 경험… 호신용품등 공동구매 진행

추모시 공모전 개최, 테러대응협의체 구성, 안전교육 등 대책 마련

△ 7일, 대한변호사협회가 마련한 온라인분향소에서 법률사무소 방화테러 사건 희생자에게 헌화한 사람의 수는 1만 3명이다.
△ 7일, 대한변호사협회가 마련한 온라인분향소에서 법률사무소 방화테러 사건 희생자에게 헌화한 사람의 수는 1만 3명이다.

법률사무소 방화테러 사건이 발생한지 반년이 지났지만 희생자를 위한 추모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변호사 등 법률사무종사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국제법률단체에서도 방화테러와 관련한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가 마련한 '온라인 분향소'에는 법률사무소 방화테러 사건에서 희생된 변호사와 법률사무원들을 추모한 사람의 수가 1만 명을 넘었다(7일 기준).

법률사무소 방화테러는 지난 6월 9일, 소송에서 패소한 천 모 씨가 상대편 변호사에게 앙심을 품고 사무실로 찾아가 인화물질을 뿌리고 방화를 저질러 변호사와 사무직원 등 6명이 숨지고 40여 명의 무고한 시민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이다.

변협은 사건 당일 성명을 내고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사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의뢰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변호사를 향한 부당한 감정적 적대 행위와 물리적 공격이 재발하지 않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이 자리잡기를 강력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후 자체적인 사고 수습에 나선 변협은 13일 '법률사무소 방화테러 사건 대책 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 특위는 유가족을 중심으로 사고 수습 및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골몰했다. 그 결과 △방범업체 및 호신용품 취급 업체 제휴 △회원대상 안전 교육 실시 △법조인 테러 예방 등을 위한 입법 활동 △법원·법무부·검찰·경찰 등과 협력 체계 구축 △재판 불신 해소를 위한 디스커버리제도(증거개시제도)의 하반기 입법을 위한 공론화 등의 활동이 전개됐다. 

변호사업계 곳곳에서 피해자와 유족을 위한 금전적인 지원도 진행됐다. 변협은 6월 14일 자체 예산으로 1억 5000만 원을 지원하고, 6월 14일부터 7월 4일까지 전국회원을 대상으로 모금한 성금 1억 4377만 5000원을 추가로 전달했다. 부산지방변호사회(회장 황주환)는 4472만 원, 광주지방변호사회(회장 진용태) 2462만 원을 대구지방변호사회(회장 이석화)를 통해 피해자와 유족에게 전달했다.

[대구=남가언 기자] 6월 10일 합동분향소를 찾은 이종엽 대한변협회장을 비롯한 대한변협 임원들이 헌화 후 묵례를 하고 있다
[대구=남가언 기자] 6월 10일 합동분향소를 찾은 이종엽 대한변협회장을 비롯한 대한변협 임원들이 헌화 후 묵례를 하고 있다

2022년 6월 15일부터 약 2주간 전국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변호사 신변위협 사례' 결과, 신변위협을 받은 경험이 있는 변호사가 응답자(1205명) 중 무려 48%에 달했다. 가해자의 49%는 소송 상대방 또는 소송 상대방의 가족 등 지인으로 나타났으며, 44%는 의뢰인이나 의뢰인의 가족 등 지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인 위협 행위로는 언어 폭력이 448건(45%)으로 가장 많았고, 방화나 살인 고지 등 협박(14%)과 폭행 등 물리력 행사(9%)도 있었다. 

무엇보다 사무실에 아무런 방호·방범시설이 없다고 응답한 변호사가 72%(862명)에 달해, 많은 법률사무소가 다양한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변협은 호신용품 업체와 즉각 업무협약을 맺고 가스분사기와 삼단봉 등 방호용품을 시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조치했다. 구매시 경찰청 소지허가 신청도 협회가 대행했다. 또 ADT캡스 운영사인 SK쉴더스와 협약을 맺고 변호사들이 △무인경비 △출입통제(필요 시 근태) △폐쇄회로(CC)TV 설치 △도난·화재 보상 △경호 서비스 등을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KT텔레캅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변호사 사무실 CCTV 영상 녹화·무인경비 등을 지원했다.

[대구=남가언 기자]대구지방변호사회가 지난 24일부터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범어역 11번 출구 지하 아트랩범어 오픈갤러리에서 '제4회 문화·예술제'를 열고 있다. 이번 문화·예술제에서는 대구의 변호사 사무실에 소송 상대방인 50대 남성이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총 7명이 숨지는 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 30여 편을 선보였다. 한 대구 시민이 길을 가던 중 발걸음을 멈춰 세우고 전시된 추모시를 찬찬히 읽어보고 있다.
[대구=남가언 기자]대구지방변호사회가 지난 24일부터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범어역 11번 출구 지하 아트랩범어 오픈갤러리에서 '제4회 문화·예술제'를 열고 있다. 이번 문화·예술제에서는 대구의 변호사 사무실에 소송 상대방인 50대 남성이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총 7명이 숨지는 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 30여 편을 선보였다. 한 대구 시민이 길을 가던 중 발걸음을 멈춰 세우고 전시된 추모시를 찬찬히 읽어보고 있다.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시 공모전도 진행됐다. 수상작으로 뽑힌 '그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고(대상)'와 시인 김진의 '어찌 놓을 수 있을까(우수상)', 김혜현 변호사의 '어둠은 깊고 빛은 멀리서 오니(가작)'를 포함한 37개 시는 지난 10월 대구지방변호사회가 개최한 '제4회 대구지방변호사회 문화·예술제'에서 공개돼 많은 호응을 얻었다. 

중장기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변협은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박태근)와 함께 '전문인 대상 테러행위 대응 공동협의체'를 구성하고 지난 10월에는 공동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의체에서는 각 단체별 테러 대응 방안을 공유하는 한편 △법조·의료인에 대한 보복범죄를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대외 협력체계 구축 △변호사공제재단 설립 △폭력 대응 매뉴얼 마련 등 방안을 논의했다.

공동협의체는 "전문인에 대한 무분별한 폭력과 테러범죄는 전문 서비스의 공급과 발전을 위축시켜, 궁극적으로는 국민 권익과 생명 보호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크다"며 "전문인의 서비스 노동에 합당하고 안전한 근무 환경을 마련함으로써 더이상 전문인들이 부당한 폭력과 테러에 의해 희생당하지 않는 대안을 함께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위기 대응 및 안전교육'도 큰 호응을 얻었다. △자기보호 및 신변보호 방법 △보복적 폭력 행위 등에 대한 범죄 심리 △유형별 위기상황 현장대응 방법 (범죄 신고 시점 포함) △응급처치 및 화재대피 방법 등을 주제로 한 교육에 많은 회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즉각적인 테러 대응 방법을 체득했다.

11월에는 아시아 태평양 50여 개국의 법조인 1500여 명이 회원으로 있는 로아시아(LAWASIA)에서 방화테러 사건과 관련한 성명을 냈다. 로아시아 "모든 분야와 전문 분야의 변호사들은 고객의 이익을 증진하고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행동하며, 이는 문명 사회에서 사회 정의와 안정성의 기반을 이룬다""법조계를 겨냥한 폭력과 테러는 무고한 생명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법치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대구= 남가언 기자] 방화가 벌어진 대구 수성시 범어동 우정법원빌딩 앞에, 전날 건물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탈출하기 위해 창문을 깬 흔적이 남아있다. 전날(9일) 재판 패소에 앙심을 품은 천 모씨가 소송 상대방 대리인이 근무하는 변호사 사무실에 방화 범죄를 저질러 김 모 변호사와 사무직원 등 6명의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했다. 2022.06.10.
[대구= 남가언 기자] 방화가 벌어진 대구 수성시 범어동 우정법원빌딩 앞에, 전날 건물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탈출하기 위해 창문을 깬 흔적이 남아있다. 전날(9일) 재판 패소에 앙심을 품은 천 모씨가 소송 상대방 대리인이 근무하는 변호사 사무실에 방화 범죄를 저질러 김 모 변호사와 사무직원 등 6명의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했다. 2022.06.10.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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