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명대 유지하던 2차 시험에서 549명 합격시켜 논란

변호사 업계, 노동사건 수임·직역침해 등에 영향 '우려'

"노무사들 경쟁 치열해져 변호사 업무영역 침범할 수도"

△ 공인노무사시험 접수 홈페이지 '큐넷' 캡쳐
△ 공인노무사시험 접수 홈페이지 '큐넷' 캡쳐

줄곧 300명대 합격자를 유지해오던 노무사시험에서 올해 500명대 합격자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유사 직역의 갑작스러운 폭증으로 법조계 안팎도 술렁이는 분위기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달 25일 2022년 제31차 공인공인노무사 2차 시험 합격자가 총 549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년도 합격자보다 227명이나 급증한 수치다. 1년 만에 합격자가 70%나 늘어난 셈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공인노무사 선발 규모는 자격수요 연구 등을 통한 시장의 수급상황을 바탕으로 매년 '공인노무사자격심의위원회'에서 선발인원을 결정하고 있다. 그동안 최종합격 시험선발 결정인원과 실제 최종합격인원은 각각 △2017년 250명/254명 △2018년 300명/300명 △2019년 300명/303명 △2020년 300명/343명 △2021년 300명/320명으로 연초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시험선발 인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올해도 연초에 위원회에서는 시험선발 인원을 300명으로 결정했다. 공인노무사 2차 시험은 절대평가로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 △모든 과목별 40점 이상의 요건만 충족하면 되지만, 지금까지 변환표준점수 등을 적용해 300명대 합격자 규모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올해 2차 시험에서는 당초 결정한 선발인원을 크게 벗어나 549명을 합격시켰다. 아직 3차 면접 시험이 남아있지만, 3차에서 탈락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2차 시험 합격자인 500명대 합격자 수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1차 시험 응시자와 합격자가 크게 증가했고, 이에 따라 2차 시험 응시자가 증가하다보니 합격자 수 또한 늘어났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1차 시험 합격자가 2020년 3439명, 2021년 3413명이었다면 올해 4221명까지 늘었고 이에 따라 2차 시험 응시자도 2020년 3871명, 2021년 4514명에 이어 올해 5128명까지 늘었다"며 "응시자 증가로 2차 합격자 수가 크게 증가한 측면이 있다. 정확한 원인 분석 등을 통해 향후 적정규모가 선발될 수 있도록 노력을 강화해 나가고 최종합격자가 수습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갑작스런 공인노무사 합격자 증가로 변호사업계도 술렁이고 있다. 특히 노동 사건을 주로 다루는 변호사들은 사건 수임 및 업무 영역 침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노동전문 변호사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등으로 노무 분야에 대한 수험생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 공인노무사 시험 응시생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며 "고용노동부에서는 적정규모가 선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이번에 500명대를 뽑았으면 이 기조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 청년변호사는 "공인노무사들의 수가 급증하면 그들끼리도 한정된 파이를 놓고 경쟁이 치열해질텐데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변호사들의 영역을 침범할 수도 있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노동법 분야는 한 해에도 여러 의미 있고 새로 공부할 만한 판례들이 쏟아져 나오는 분야라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한 수험생들이 다른 전문자격사 시험 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진입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법 관련 사건들은 대부분 재판 단계로 넘어오기 보다는 지방노동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 단계에서 마무리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때 당사자들 90%가 노무사를 선임해서 온다"며 "일반 당사자들은 변호사가 지방노동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 단계에서도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고 변호사들도 아직 이러한 시장이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노위나 중노위 대리인으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들이 더 많이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공인노무사 급증으로 변호사들은 진출해보지도 못한 채 공인노무사들만의 시장이 될까봐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남가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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