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늘 웃음과 따뜻함으로 대해 주시던 분입니다." "청렴하면서도 인간미 있고 아랫사람을 두루두루 살피며 아껴주시던 분이었지요."

지난 14일 윤관 전 대법원장이 87세의 나이로 영면에 들었다. 법원장(法院葬)으로 치러진 장례에는 수많은 법조계 인사들이 찾아와 거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법관 재직 시절의 그를 기억하는 많은 동료, 후배들은 언제나 그를 '따뜻하고 청렴한 법관'으로 기억했다. 

윤 전 대법원장의 별세 소식과 함께 대법원장 시절 영장실질심사 제도를 도입한 성과와 대법원장실 등에 걸려 있던 대통령 사진을 떼어낸 일화와 청와대에 법관을 파견하거나 정보기관 직원이 법원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한 에피소드도 다시 조명됐다. 법원 내 '수도승'이라는 별칭으로 불릴만한 인물이었다는 생각과 함께 과연 지금 법관의 모습은 어떠한가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는 크게 저하됐다. 지난 달에는 대법관 재직 시절 '대장동 개발 의혹'에 연루된 기업의 대주주와 부적절하게 접촉하고, 퇴임 후에는 해당 기업으로부터 매달 고액의 자문료를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이 변호사 등록을 신청해 논란을 빚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은 변협의 두 차례에 걸친 변호사 등록 신청 철회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이는 자신이 오랜시간 봉직했던 법원에 누를 끼치는 행동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법원과 검찰에서 최고위직을 역임했던 명망가가 다시 변호사로 등록해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한 관행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전관예우'는 필연적으로 현관의 부패를 전제한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과감한 국민적 결단이 필요하다.   

윤 전 대법원장은 항상 판사들이 정의를 향한 열정과 용기가 부족함을 걱정했다고 한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법부가 되기 위해서는 법원 구성원들이 윤 전 대법원장의 이러한 유념을 마음 깊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 

 

/남가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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