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8일 '영상재판 확대와 국민의 사법접근성' 심포지엄 개최

재판부별 영상법정 설치… 서울중앙지법 영상재판전용법정도 등장

변호사 사칭, 제3자 개입 등 우려 '여전'… 영상재판 요건 개선 필요

△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1층 청심홀에서 열린 ‘영상재판 확대와 국민의 사법접근성’ 심포지엄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1층 청심홀에서 열린 ‘영상재판 확대와 국민의 사법접근성’ 심포지엄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법원의 영상재판이 확대 시행된지 1년이 지난 가운데, 그간의 성과와 보완점을 짚어보고 미래지향적 대안을 점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처장 김상환)는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1층 청심홀에서 '영상재판 확대와 국민의 사법접근성'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김 처장은 개회사를 통해 "작년까지만 해도 생소하게 느껴지던 영상재판이 이제는 우리 일상에 자리잡았다"며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영상재판 경험이 있는 법관들과 변호사들의 80% 이상이 영상재판에 대해 보통 이상의 만족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상재판은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가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면서 증언할 수 있도록 하고, 해외 거주 중인 소송관계인도 거주 국가에서 직접 재판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며 "재소자나 도서지역 주민도 많은 시간과 노력 없이도 재판 절차에 참여할 수 있게 돼 기일 운영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축사를 통해 "향후 영상재판이 국가적 재난 상황 속에서도 재판 진행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시공간 제약 없이 효율적이고 신속한 재판을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심포지엄에서 나온 논의에 따라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법률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은 "영상재판 확대 시행은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사법접근성 확대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안 대표발의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영상재판에 대한 제도·예산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영상재판 확대 시행했지만 변호사들은 잘 몰라... 더 널리 알려야"

△ 유아람 부장판사(가운데)가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1층 청심홀에서 열린 ‘영상재판 확대와 국민의 사법접근성’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유아람 부장판사(가운데)가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1층 청심홀에서 열린 ‘영상재판 확대와 국민의 사법접근성’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영상재판'은 재판부 및 소송관계인 전부 또는 일부가 법정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영상과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할 수 있는 다른 장소에 출석해 진행하는 절차다. 1995년 ‘원격영상재판에 관한 특례법’을 시행하면서 경주와 울릉도 등 특정 지역에서 영상재판을 실시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이후 영상재판은 수년 동안 이용되다,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중단됐다. 그러나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증인에 대한 영상신문을, 2016년 민사소송법을 개정해 증인과 감정인에 대한 영상신문을 다시 도입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확산 상황에서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면서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 변론준비기일에 영상재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21년에는 본격적으로 영상재판 범위를 확대했다. 국민의 사법접근성을 향상시킴으로써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법원행정처는 영상재판 운영 지원단을 구성해서 민사소송과 형사소송 규칙, 원격 영상 재판의 실시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 개정을 논의했다. 재판사무시스템과 영상재판 프로그램 구축 업무도 맡아서 진행했다.

초기에는 사건별로 화상회의방을 개설했으나 영상재판이 점차 증가하면서 재판부별 고정적인 영상법정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현재는 전국 법원 재판부 수를 고려해 약 3000개의 영상법정이 설치된 상황이다.

법원행정처가 지난 9월 2일에서 6일까지 코트넷 전자우편을 통해 법관 443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법관 중 40.4%가 영상재판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으며 11.4%가 매우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재판 결정 시 고려요소로는 ‘당사자의 거주 장소,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가 43.7%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는 ‘당사자의 신청 등 의지’가 25.1%로 뒤를 이었다.

현재 영상재판은 △증인신문 △조정기일 △변론기일 및 변론준비기일 △구속 청문절차에서 활용되고 있다. 영상 증인신문은 다시 △화상증언실 이용 영상증인신문 △해바라기센터 연계 증인신문 △찾아가는 영상법정 등의 방식으로 구분된다.

화상증언실은 영상과 음향설비 등 편의시설이 우수하고 증인지원관이 법원에 상주해서 특별증인지원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중앙지법 조정센터도 영상조정기일을 운영하고 있다. 조정전담법관이 적합한 사건을 선별하고 직권으로 관련 서류를 송달한다. 조정전담변호사가 조정위원으로 조정기일을 진행하고, 조정이 성립되면 법관이 영상으로 참여한다. 영상조정 진행사건의 조정 성공률은 37.9%로, 조정회부 사건 전체의 성공률 27.1%보다 약 10% 가량 높은 수치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0일 영상재판 전용법정을 개소하기도 했다. 이곳에는 85인치 대형 패널, 발언자 감지카메라 등 영상재판에 최적화된 설비를 마련했으며, 총 7개 호실 중 1인실 2개 호실은 민원인 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중계형 방청실을 설치함으로써 전용법정에서 진행 중인 재판을 영상법정에 접속해서 방청할 수 있다.

이날 법원행정처 영상재판 운영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유아람 부장판사는 '영상재판 확대 법률에 따른 준비 경과 및 시행 성과'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대한변협의 협조를 받아 설문조사를 한 결과 변호사의 37.1%가 영상재판 확대시행 관련 내용에 대해 잘 모른다고 응답했다"며 "법관들은 확대 시행에 대한 내용을 잘 알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변호사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상재판을 해보지 않은 이유도 '신청방법을 모른다'는 답변이 36.9%로 가장 많았는데, 대부분 소송관계인이 신청해서 영상재판이 실시되는 사례가 많은 편"이라며 "변호사들이 영상재판 신청이나 실시방식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면 제도를 이용하는 데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홍보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기술 문제로 인해 재판이 지연되거나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영상재판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며 "전산 장비와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영상재판에 대한 기술적 장애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상재판 요건 완화해 적극 활용해야"… '인터넷 법원' 설치 주장도

△ 경정원 판사가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1층 청심홀에서 열린 ‘영상재판 확대와 국민의 사법접근성’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경정원 판사가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1층 청심홀에서 열린 ‘영상재판 확대와 국민의 사법접근성’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경정원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국민의 사법접근성 향상을 위한 영상재판의 다양한 활용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영상재판 허용 요건 완화 등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경 판사는 "현행 소송법상 민사사건의 변론기일을 영상으로 진행하기 위한 요건은 교통 불편, 그밖의 사정으로 당사자가 직접 출석하기 어려운 때"라며 "이 요건을 어떻게 해석할지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그 밖에 사정'을 좀더 폭넓게 해석해 사법접근성을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영상조정기일 등의 요건을 개정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법원이나 관공서가 아닌 다른 곳에서 영상재판을 활용하면 제3자가 개입할 우려가 있다"며 "아직까지 그런 사례는 없지만 제3자가 부당하게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중개시설을 이용하거나 대면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논의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무단촬영이나 녹화, 중계를 방지하기 위해서 '녹화 금지' 등과 같은 워터마크를 삽입하고 화면 캡쳐를 금지하는 등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 판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전자소송과 영상재판 제도를 결합한 '인터넷 법원' 설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상법정에서 전자적으로 모든 소송절차가 이뤄지는 영상재판 전문 법원이 설립되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며 "토지관할이 별도로 없어서 전국적으로 변동되는 사법 수요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영상재판의 효율성과 유용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영상재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애라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헤이그 증거조사협약이 처음 성안됐을 때는 비디오 링크에 의한 증인신문을 상정하고 있지 않았다"며 "해외에 거주하는 증인을 우리나라 법관이 직접 화상으로 신문하는 직접조사 방식을 헤이그 증거조사협약에서 허용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직접 조사방식으로 외국에 있는 증인에 대한 영상 증인신문을 실시하고자 하면, 반대로 우리나라에 있는 증인을 외국 법원이 화상으로 신문하는 것 또한 허용해야 한다"며 "이러한 내용으로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헤이그국제사법회의에도 알려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희동 서울동부지검 검사도 "국제법상 외국법원이 다른 국가에 체류 중인 증인에 대한 영상 증인신문을 진행하면 증인 소재국의 주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대부분의 국가가 외국에서 사법적 행정적 증거를 자국 승인 없이 채증하는 행위를 금지학 프랑스, 스위스 등 국가에서는 형사처벌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접 증인신문이 허용되더라도 외국 법원에 의한 선서 절차 진행은 증인 소재국의 주권 침해로 간주되기도 하므로 반드시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며 "증인소재국의 규정 및 절차를 확인하고 외국 당국의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는지 해당국에 문의해 주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전문 조력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김민규 변호사(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1층 청심홀에서 열린 ‘영상재판 확대와 국민의 사법접근성’ 심포지엄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 김민규 변호사(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1층 청심홀에서 열린 ‘영상재판 확대와 국민의 사법접근성’ 심포지엄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변호사 사칭이나 영상재판 접속 불량 등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민규(변호사시험 3회) 대한변협 교육이사는 "비대면 활동은 대면 활동보다 부정이 개입될 여지가 크고 부실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학이나 기업에서도 회의나 교육을 가급적 대면으로 실시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비대면 참가를 허용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사설 법률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상담과 수임이 늘어나면서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변호사인 척 활동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으며 실제로 '검사 출신 변호사’를 사칭하던 법조 브로커가 실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며 "영상재판에서도 신분 확인을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상재판 요건이 지나치게 형식적이면 변호사 대리제도의 근간을 위협하게 되지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재판 내용과 절차, 그 외관에서도 오인의 소지가 없도록 여러 리스크를 신중하고 입체적으로 조정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원행정처는 논의 과정에서 나온 우려사항에 대한 개선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관련 매뉴얼을 만드는 등 조치를 할 계획이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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