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사이… 미술작품 감상, 서킷 주행, 댄스까지 ‘취미 부자’

“사실관계 재구성 통한 설득에 흥미”… 사학도에서 변호사로 '변신'

“서굿 마셜 전 美 연방대법관처럼 전략적 변론으로 공익 실현할 것“

"제한된 관계를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경로로 인연을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으면 운명으로 생각해 잘해보고 싶었고요. 지금도 함께 출연한 사람들과 자주 만나는데, 배울 점이 많고 늘 즐겁습니다."

올초 방영된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 '나는 솔로' 6기에서 '광수'로 출연한 이문원(변호사시험 7회)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유쾌하면서도 차분한 성격을 가진 반전 매력의 소유자다. 

대형로펌 변호사라고 하면 일만 하는 '워커홀릭'이 연상되지만, 그는 와인, 서킷 주행, 댄스, 아이스하키 등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취미와 사회 활동을 즐긴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학교를 그만 두고 한동안 영화에 푹 빠져 살았고, 칸트의 미학 사상에 심취해 미학과에 진학하려다 서양사학으로 전공을 바꾸기도 했다. 미술 애호가인 그는 해외에 나가도 미술관과 갤러리 만큼은 빠뜨리지 않고 꼭 들린다.

"평소 하는 업무가 워낙 딱딱하니까 주말에는 부족한 감성을 충전하기 위해 더 열심히 문화 생활을 즐깁니다. 법조인은 논리적인 생각을 자주 하게 되잖아요. 아무래도 직업이 개인의 성향이나 사고방식에도 많은 영향을 주는데, 너무 한쪽 방향으로 굳어지지 않으려고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의 열정은 정적인 활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에는 뉴진스의 'Hype boy(하입보이)'와 'Attention(어텐션)' 안무를 따라 추는 파격적인 영상을 올렸고, ENA 예능 '나는 SOLO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 프로그램에서는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스윙재즈를 즐기는 모습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범상치 않은 끼와 춤에 대한 사랑은 학부 시절부터 시작됐다. 그는 대학 축제 당시 잔디에 앉아 다른 댄스 동아리의 리허설 무대를 구경하다가 "나도 연습만 하면 저만큼 출 수 있다"며 친구와 즉흥적으로 '댄스 배틀'을 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그는 서울대에 코레오그라피(Choreography) 댄스 동아리 '혼또니(혼자 또 춤추니)'를 창립하게 됐다. 

동아리원들은 유튜브로 유명 안무가들의 춤을 함께 배웠고, 해외에서 열리는 댄스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도 동아리 멤버들과 함께 '앰넷'의 댄스 서바이벌 예능인 '댄싱나인' 출전해 예선 2차까지 통과하기도 했다.

△ 이문원 변호사의 아이스 하키를 즐기는 모습(좌측)과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모습(우측)
△ 이문원 변호사의 아이스 하키를 즐기는 모습(좌측)과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모습(우측)

다재다능한 그에게 왜 변호사가 됐냐고 묻자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글 쓰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며 "이야기를 재구성해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내러티브(narrative)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단순히 사실관계만 풀어내는 것보다 관련 증거를 하나하나 쌓아서 의뢰인에게 유리하도록, 설득력 있는 서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저랑 잘 맞는다고 생각해 변호사를 택하게 됐습니다. 역사를 전공했던 것도 수많은 삶을 재구성해 하나의 일관된 서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 끌렸기 때문이고요. 지금도 변호사로서 법리 주장을 전개하기에 앞서 역사가처럼 의뢰인 관점에서 서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법률적 주장도 결국 이야기가 말이 돼야 설득력을 갖는 것이니까요."

롤 모델로는 최초의 흑인 연방 대법관인 서굿 마셜(Thurgood Marshall)을 꼽았다. 서굿 마셜은 변호사 시절 인종차별과 관련된 공익 사건을 다수 맡았고, 나중에는 연방 항소법원 판사를 거쳐 24년간 대법관직을 수행했다. 흑인 민권운동 당시 인종 분리(racial segregation)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내 인종차별 철폐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서굿 마셜의 '선하면서도 전략적인' 면모에 집중했다. 

"서굿 마셜 전 대법관은 막연한 정의감에 기대지 않았습니다. 치밀하게 기획된 소송전략으로 진보적 판결을 이끌었습니다. 옳은 일이라고 무작정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와 여론이 재판에 미치는 영향까지 전략적으로 고려했죠. 역사적인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사건에서도 중산층 가정의 용모가 단정한 학생이 원고를 대표하도록 신중히 당사자를 선정하여 동정적인 여론을 이끌어내고, 인종차별의 악한 측면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었습니다. 저도 송무변호사의 전략적 치밀함이 공익에도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행히 광장에서도 소속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에 많은 힘을 실어줘서 꾸준하게 공익소송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법무법인 광장 2022 공익활동 보고서’에 게재된 공익사건 승소사례인 △일부 난민심사 행정지침 공개 행정소송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 전역 취소 청구 소송 등이 모두 그의 변론을 거쳤다.  2021년에는 대한변협 국제인권특별위원으로 제1회 국제인권법 아카데미를 기획·추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남북경협' 자문을 수행하다가 북한 인권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언젠가 남북문제와 국제분쟁 해결에도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분쟁해결 전문가인 변호사로서 익힌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국제 분쟁을 해결하고 역사 발전에 기여하는 변호사로 남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지켜봐주십시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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