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재임 시절 '영장실질심사 제도 도입' 대표적 성과로 꼽혀

장의위원장에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이종엽 변협회장 등 위원으로

△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윤관 전 대법원장의 빈소.
△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윤관 전 대법원장의 빈소.

법원 내 '수도승'으로 불리며 청렴한 삶을 살았으며, 사법개혁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 윤관 전 대법원장이 14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전남 해남 출신인 윤 전 원장은 광주고와 연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58년 제10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다. 1962년 광주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조인의 길로 들어선 윤 전 대법원장은 광주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광주지법 장흥지원장, 서울민사지법·형사지법 부장판사, 광주고법·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지법 북부지원장,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청주지법원장, 전주지법원장 등을 지냈다.

1986년에는 대법관으로 임명돼 제9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역임했고, 1993년에는 제12대 대법원장으로 임명돼 1999년 퇴임할 때까지 37년간 판사로 재직했다. 이후에는 법무법인 화백 고문변호사, 영산대 명예총장, 법무법인 화우 고문변호사 등을 지내다가 2010년부터는 변호사 업무를 휴업했다.

윤 전 대법원장의 대표적인 사법개혁 성과는 재임시절 1997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판사는 수사기록만 보고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피의자의 사정과 수사 과정의 문제를 살필 겨를이 없이 우선 구속부터 진행한 뒤 추가 수사를 하는 수사 편의주의적 관행이 만연했다. 

윤 전 대법원장이 영장실질심사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하자 검찰은 "피의자 신병 확보가 어려워진다"며 이를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하지만 윤 전 대법원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제도 도입을 이뤄냈다. 

1995년 대법원이 서초동으로 청사를 이전할 때 대법원장실 등에 걸려있던 대통령 사진을 떼어낸 것도 유명한 일화다. 청와대에 법관을 파견하거나 정보기관 직원이 법원에 출입하는 일도 금지했고, 대통령이 외국을 오갈 때면 대법원장이 공항에 나가 맞이하던 관례도 없앴다.

이처럼 재임 기간 동안 사법부의 그릇된 관행을 바로 잡고 스스로도 청렴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져 한 때 '수도승'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이밖에도 대법원장으로 일하면서 '사법제도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세계 각국 사법제도를 연구하는 한편, 법원조직법 등 5개 법률 개정도 추진했다. △기소 전 보석 제도 도입 △간이 상설법원 설치 △상고심사제와 증인신문 방식 개선 등도 주요 업적으로 평가된다.

상훈으로는 1999년 청조근정훈장, 2015 제1회 법원의 날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상했다.

윤 전 대법원장의 장례는 15일부터 연세대학교 신촌장례식장에서 법원장(法院葬)으로 치러지고 있다. 대법원은 장의위원회를 꾸려 오는 16일 오전 8시 영결식을 거행한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장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등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오현 씨와 아들 윤준(광주고법원장), 윤영신(조선일보 논설위원)씨, 남동생 윤전(변호사)씨 등이 있다.

 

/남가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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