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시험을 공정하게 치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그렇게 어렵고 큰 요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청년들은 불공정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치르지 않는 시험과목에서만 응시자 82.13%가 탈락해 '공무원 몰아주기' 논란이 일었던 제58회 세무사시험을 치렀던 수험생의 말이다. 당시 공무원 출신 세무사시험 합격자는 지난 5년 평균 20명에서 151명으로 급증했다.

그간 일부 공무원들은 국가자격시험을 치를 때 경력을 인정 받아 1차 시험 전부, 또는 1차 시험 전부와 2차 시험 일부를 면제 받는 '공직경력 인정 특례제도'의 혜택을 받았다. 법무사, 세무사, 공인회계사, 공인노무사, 변리사 등 전문자격증 15종이 관련 법에 따라 공직경력을 인정해주고 있다.

시험 점수 1점, 2점을 올리기 위해 청춘을 바친 젊은이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전문직 자격을 취득한 후에도 불공정한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공무원 사회의 '전관 몰아주기' 관행이 특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은 국민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져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설문 결과, 응답자 3534명 중 77%가 공무원에 대한 시험 특혜가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근속연수가 길면 전문성은 보장된다는 전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만약 공직 경험만으로도 자격 적합성이 인정된다면, 시험을 치르더라도 당연히 통과할 수 있다. 하지만 권익위에 의하면, 지난 5년간 전문자격사시험에서 공직경력 면제자의 최종 합격률은 관세사시험 0.39%, 변리사시험 1.98%, 공인노무사시험 1.78%다. "경력이 실력을 보장해준다"는 공무원 집단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셈이다.   

권익위가 한국정책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공직사회의 기득권 카르텔 방지 및 전관특혜 관행 개선' 공개토론회에서도 "전문성을 근속연수로만 판단할 수 없으며, 무자격자가 무임승차하지 않도록 공무원 경력자도 공정하게 1차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에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공감했다. 다만 공무원에게는 시험 특혜가 아닌 보상책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우리 사회는 청년들이 '공정 사회'에서 정정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하며, 그 과정에서 투명성도 확보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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