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보단 학문에 흥미"… 수의사에서 변호사로 '변신'

"변호든 진료든 통찰력 있어야 좋은 결과 낼 수 있어"

수의료 소송에 한정 않고 '원스톱 컨설팅' 제공 호응

"수의료 특수성 설득이 가장 어려워... 제도적 개선을"

"동물병원에 반려동물 유기 사례 심각... 법 개정해야"

"변호사와 수의사는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사태의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의사 출신' 유도엽(변호사시험 6회) 법률사무소 친(親) 대표변호사는 "변호든 치료든 뛰어난 통찰력이 바탕이 되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유 변호사는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공중방역수의사로 군복무를 마쳤다. 곧바로 동물병원 개업이 가능했지만 그는 다시 충남대 로스쿨에 입학해 2017년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는 모교에서 수의법 강좌를 맡고 있으며, 최근 '수의법규(OKVET 刊)'를 출간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수의과대학 6년, 군대 3년, 로스쿨 3년. 

그가 쉼없이 달려오던 사이 반려동물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했다. 수의서비스 시장의 단위 사업체당 매출액은 2008년 1억 1074만 원에서 2019년 3억 7804만 원으로 세 배 가량 늘었다. 관련 업체도 2970개에서 4205개로 규모의 성장을 이뤘다. 

"수의대 시절부터 동물 진료보다는 수의학 자체에 더 흥미가 있었습니다. 수술 등에 따른 체력적인 부담도 심했고요. 본과 3학년 시절에는 야간 당직을 서다가 갑자기 쓰러진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변호사도 일과 삶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정도로 일이 많아 체력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이 부분은 실패인 거 같습니다(웃음). 그래도 변호사업을 하는 지금이 '제자리를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유 변호사는 수의업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건 유형으로 '명예훼손'을 꼽았다. 의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는 오히려 드물다. 수의사의 과실을 입증한다 하더라도 위자료 액수가 200~300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다.

또 의사는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처벌 받을 수 있지만, 수의사는 '과실 재물손괴'에 해당하므로 처벌규정이 없다. 그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수의사들을 위한 맞춤형 법률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수의사에게 불만을 갖게 되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글을 올리는 사례가 많습니다. 병원 측 과실이 없더라도 비난글이 올라오면 자연스레 해당 병원을 꺼리게 되지요. 따라서 사건이 소송화 되기 전부터 보호자의 심리를 바탕으로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진료부를 꼼꼼히 작성하고, 진료비 영수증을 진료항목과 약제별로 구체적으로 정리하여 둘 것을 수의사분들께 추천하고 있습니다. 물론 녹음이나 폐쇄(CC)회로 영상을 미리 확보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동물 소송에서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수의료 영역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특수성을 소송 관계자들에게 납득시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일반적인 의료상식은 모두 인간을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동물사건에서 이러한 지식을 여과없이 대입하면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반려동물 발치(發齒)를 하다가 턱뼈가 골절된 사건'을 언급했다. 이러한 상황은 사람에게서는 발생하기 힘들다. 당시 수사기관과 보호자도 수의사의 의료과실을 의심했다. 하지만 유 변호사는 치아가 안 좋은 상태에서 발치를 하게 될 경우 동물은 턱뼈 골절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아지나 고양이는 이빨을 남김 없이 발치해도 살아갈 수 있고, 이 사건 반려견은 병원에 오기 전부터 영구치 42개 중 9개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반적인 의료상식에 기반해 수사할 경우, 동물사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외적 상황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의학 영역이 워낙 독특하다 보니 이를 수사기관 등에 잘 설명하고 납득시키기가 매우 힘듭니다. 위 사건을 처리하면서 한계도 많이 느꼈고요." 

특수한 영역에서 전문가의 판단과 일반 상식에 간극이 있다면 이 같은 상황이 두드러질 수 있다. 유 변호사는 이를 메우기 위해 동물 의료감정 등을 실시하는 기관을 별도로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경우 상급 종합병원의 전문의 감정 의견을 듣는 등 비교적 객관적인 증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동물은 대학병원에서조차 감정을 꺼려하는 편입니다. 어쩔 수 없이 지역 수의사회의 의견서와 논문을 인용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증명을 시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동물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감정을 하는 기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유 변호사는 수의사이기에 앞서 동물을 사랑하는 동물애호가다. 그는 반려동물을 동물병원에 유기할 경우 제대로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동물권 보호의 사각지대가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동물보호법상 유기동물은 '도로·공원 등의 공공장소에서 소유자 등이 없이 배회하거나 내버려진 동물'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동물은 공보험이 없어서 보호자가 체감하는 진료비가 훨씬 높습니다. 사람처럼 MRI, CT 촬영도 하고 입원비도 비쌉니다. 하루하루 입원비가 쌓이다 부담이 커지면 갑작스레 소유주와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소유자가 소유권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연락이 두절되면 다른 곳에 분양을 보내는 등의 조치도 취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동물 소유자 등이 동물병원에 진료 의뢰를 하고 일정 기간 이상 연락두절이 되면 해당 동물을 동물보호법상 '유실·유기동물'로 포함시키는 방법으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의사 출신이지만 그가 수의료 분쟁이나 동물병원 관련 사건만 맡는 것은 아니다. 유 변호사는 법조인으로서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일단 변호사로서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은 그 다음입니다. 지금도 수의료분쟁은 전체 수임 사건의 50%를 밑돌고 있습니다. 대신 영업 양도와 근로·임대차 관련 사항까지 함께 자문하는 '수의사를 위한 원스톱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반 사건을 잘 다룰 수 있어야 전문분야에 대한 공략 포인트가 더 잘 보이고, 자신감도 상승할 수 있습니다. "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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