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24일 '김정은 체제의 북한주민 인권' 세미나

"사형 범위 확대, 처벌 강화 추세 지속… 변론권도 없어"

"식량접근권에 큰 문제… 선의만 갖고 접근해선 안 돼"

"외부정보 유입과 내부정보 활성화 위한 지원책 필요"

△24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김정은 체제하의 북한주민 인권 세미나'에서 송수현(왼쪽 두 번째) 한별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24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김정은 체제하의 북한주민 인권 세미나'에서 송수현(왼쪽 두 번째) 한별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북한주민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북한인권재단'을 하루 속히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6년 북한인권법에 따라 설치하기로 한 북한인권재단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6년째 이사 추천을 거부하면서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24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김정은 체제 하의 북한주민의 인권 세미나'를 열었다.

주호영(사시 24회)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를 통해 "6년째 북한인권재단이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유엔인권이사국 연임에도 실패했다”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인류의 보편가치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영호 의원도 "북한인권법이 제정됐는데도 북한 인권 문제를 다뤄야 할 핵심 단체인 북한인권재단이 이사 추천 문제로 정체된 상태"라며 "국회에서 북한인권재단이 설립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변론권 등 보장 없는 무법지대… 연좌제부터 폐지해야”

△ 주성하 기자가 24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김정은 체제하의 북한주민의 인권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주성하 기자가 24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김정은 체제하의 북한주민의 인권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인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는 '김정은 시대 북한 생명권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북한은 형법보다 김정은 개인의 말이 우선한다"며 북한을 '사법체계가 존재하지 않는 무법지대'로 정의했다.

주 기자는 "북한 생명권의 가장 핵심적 문제는 바로 '연좌제'"라며 "정치범 수용소가 아니라 그 근본 뿌리(연좌제)부터 잘라버려야 북한이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젊은이들이 김정은 체제에 반대하더라도 의견 표명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정치범이 되면 얼굴도 모르는 8촌까지 수십, 수백 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정치범과 관련된 사람들이 재판을 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고 변론권도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정치범은 비공개 재판을 받아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며 "사형제도 자체가 고무줄 잣대라 마음대로 형량을 높이거나 줄일 수도 있지만 정치적 범죄는 무조건 사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또 "법조항만 따지면 북한의 법에 세밀하게 잘 규정된 것 같지만 법률에 의해 판결 받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법전만 보면 북한에 아주 상식적인 시스템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 형법상 사형대상범죄와 그 구성요건 및 법정형(주성하 기자 발표자료)
△ 형법상 사형대상범죄와 그 구성요건 및 법정형(주성하 기자 발표자료)

최근 북한에서는 처형 대상의 범위가 확대되는 등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다.

주 기자는 "2022년 8월 평안남도당 해산 사건, 2021년 김일성고급당학당학교 사건 등 사례에서 보듯이 특정 집단의 구성원이 잘못했을 때 연대 책임을 물어 수많은 사람을 처벌하고 해당 기관(단체)을 해산시키는 일이 많아졌다"며 "탈북도 예전엔 대다수를 생계형으로 판단해 노동단련형을 선고했지만, 현재는 정치적 범죄로 간주해서 평균 15년형에 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사형에만 주목하는데 실제 5년 이상 형을 받고 (정치범수용소나 교화소에) 들어가면 사실상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며 "김정은 체제 초기에는 형벌을 유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김정일 시절보다 더 잔인한 판결이 많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 형법은 △국가전복음모죄 △테로(테러)죄 △조국반역죄 △파괴, 암해죄 △민족반역죄 △비법아편재배·마약제조죄 △마약밀수 및 거래죄 △고의적 중살인죄 등을 사형대상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송수현(사시 45회)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생명권을 박탈하는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한 범죄가 너무 많은 게 문제"라며 "법에 근거하지 않아도 정치적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사형을 집행하고 있고, 집행 과정에 제대로 된 절차 보장과 실질적 변호가 없다는 점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 "북한의 불공정한 식량접근권 문제… 배급제도 변동 없을 것"

△ 이문원 변호사(왼쪽)가 24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김정은 체제하의 북한주민의 인권 세미나’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 이문원 변호사(왼쪽)가 24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김정은 체제하의 북한주민의 인권 세미나’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허만호 경북대 명예교수는 '김정은 집권 10년과 북한주민들의 식량권'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현 북한 식량 상황에 대해 "극단적 자급자족 체계로 농업기반 자체가 붕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1970년대에는 농지를 더 확보하기 위해 다락밭을 개간하는 등 정책을 시행하고 1980년대 후반에는 비탈밭까지 개간하면서 산지를 황폐화 시켰다"며 "1980년대 후반에는 공적배급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석탄도 필요해서 나무를 계속 남발하다 보니 160만 ㏊(헥타르)의 산지가 헐벗은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림이 파괴돼 갈수기나 홍수기에 산림이 조절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멀쩡했던 논밭도 망가지고 토사가 강바닥을 낮게 만들어 가벼운 비에도 홍수가 나는 등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앞으로도 북한에서 아사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계급차별정책 △구매력 감소 △정책적 우선순위와 간부들의 착복 등 식량접근권과 관련한 구조적 문제가 전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변협에서 탈북자 인터뷰를 한 결과, 단 한 번도 예외없이 계속 아사자가 나오고 있다"며 "(식량 문제가)호전되더라도 아사자가 계속 나오는 것은 단순히 식량총공급량의 문제만이 아니라 식량접근권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에서 식량위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고, 또 죽어가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며 "절대적 식량 공급 감소도 중요한 변수지만 취약계층의 식량접근권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엔은 기아 발생 지역을 지원할 때 규칙이 있는데 우리는 그런 걸 완전히 무시하고 선의만을 가지고 접근하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북한의 2010~2014 양곡년도 식량수급 상황(단위: 만 톤), 허만호 교수 자료
북한의 2010~2014 양곡년도 식량수급 상황(단위: 만 톤), 허만호 교수 자료

토론에 나선 이문원(변시 7회)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1990년대 중반 국가배급제도가 붕괴되고 기근이 이어지면서 장마당에서 이뤄지는 상행위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라며 "북한은 국가배급제도 외의 비공식 부문에서 이뤄지는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환경을 조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배급제도 밖에서 생계를 꾸릴 수밖에 없는 이들이 경제활동 범위 확대 과정에서 정치적, 사상적 이유로 체포, 구금 및 처벌 위험에 노출된다"며 "식량권 위협이 북한주민에 대한 인권침해로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유엔에 제출한 VNR보고서에서 '우리 정부의 우선순위는 인민의 물질문화적 수요를 국가배급제를 통해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천명했다"며 "시장경제적 원리를 일부라도 차용하려는 입장도 전혀 보이지 않고 앞으로도 관련 제도 개혁이나 장마당을 비롯한 사적 경제활동 활성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 "표현의 자유는 인권의 필수요소… 북한주민이 외부정보 접촉 가능케 해야"

△ 이재원 변호사가 24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김정은 체제하의 북한주민의 인권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이재원 변호사가 24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김정은 체제하의 북한주민의 인권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이재원(사시 26회) 법무법인 을지 변호사는 ‘김정은 시대 의견 및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 변호사는 "북한 헌법 제67조의 문언만 보면 마치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북한의 헌법은 장식적 규정에 불과하다"며 "서문에서부터 북한이 김일성, 김정일의 사상과 영도를 받는 주체사상에 입각한 사회주의 체제임을 밝히고 있으며, 헌법 자체가 규범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정권 수립 이래로 오직 체제 유지를 위해 언론을 철두철미하게 선전선동의 도구로 만들었으며, 철저하게 사상을 통제해 인민들의 의견 및 표현의 자유를 감시하고 억압하는 정책을 취해왔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북한 주민들의 의견 및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북한인권법을 제대로 시행하고, 대북전단금지법도 즉각 폐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 수령독재체제는 거짓말과 폭력이라는 두 기둥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며 "우리가 북한 주민들에게 의견 및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제대로 확보해주고자 한다면 북한주민들이 북한 어디에서나 외부정보에 자유롭게 접촉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수단을 우선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인권법을 제대로 시행하고 방송법을 개정해 민간대북방송에 주파수를 배정하고 북한 전역에 자유의 전파를 송출해야 한다”며 “대북전단금지법도 즉시 폐기해 김정은의 추악한 정체를 북한주민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에 참여한 이해든(변호사시험 6회) 변호사도 "북한인권법의 정상 집행을 위해 북한인권재단을 조속히 설립하고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북한인권기록센터, 북한인권기록보존소도 구성돼야 한다"며 "북한주민의 표현의 자유 및 정보접근법을 침해할 뿐 아니라 인권 유린 피해자인 북한이탈주민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추구하는 것을 막는 대북전단금지법은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주민의 정보접근권 증진을 위해 북한주민들에 대한 외부 정보 유입과 북한 내부에서의 정보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북한인권 상황 개선, 북한인권재단 설치부터… R2P 책무도 인식해야”

△ 김태훈 변호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24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김정은 체제하의 북한주민의 인권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김태훈 변호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24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김정은 체제하의 북한주민의 인권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김태훈(사시 15회) 사단법인 북한인권 변호사는 '북한인권 상황의 개선 대책’을 발표하면서 북한인권재단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만약 더불어민주당의 재단이사 추천 부작위 등으로 재단 설립이 계속 지연된다면, 대통령령으로 이와 유사한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김 변호사는 "북한인권재단은 북한 인권 보호 증진을 위한 북한인권법의 목적 사업을 수행하는 핵심 기구"라며 "북한인권실태조사, 남북인권대화, 인도적 지원 등을 위한 정책대안 개발 등 북한 인권 증진 관련 연구 정책을 모두 이 재단에서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6년 북한인권법 시행 직후 서울 마포구에 재단 사무실이 마련됐지만 이사진이 구성되지 않아 (재단이) 출범하지 못했다"며 "다른 여야 추천 몫은 추천이 완료됐지만 제1야당이 재단상근이사직을 요구하면서 이사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 국회의장이 통일부에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당연히 기본권 보장을 해줘야 한다"며 "북한주민들에게도 헌법 10조에 따른 기본권을 보장하도록 제정된 것이 북한인권법이니 이를 시행하지 않은 것 역시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만약 재단 설치가 어렵다면 이전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존재하는데도 통일준비위원회를 대통령령으로 설치한 것처럼 북한인권재단과 유사한 북한인권사업을 하는 기관을 구성하는 방안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수정(사시 55회) 법무법인 파라클레투스 변호사도 "북한인권재단의 활동이 정상 궤도에 올라 북한주민 인권 증진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루는 데 일조해야 한다"며 "재단의 실질적 운영을 통해 짜임새 있게 경제적 원조뿐 아니라 국가에 대한 신뢰, 인권 의식 향상 또한 있어야 통일 이후 있을 사회적 혼란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대책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박선기(군법 3회) 법무법인 대동 변호사는 '북한인권과 보호책임'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북한정권 악행은 R2P(Responsibility to Protect)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R2P는 자국민과 다른 모든 사람들에 대한 대규모 잔악행위에 대한 국가 책임과 국제적 대응을 뜻한다. 국가는 자국민을 4대 악행(Genocide, Crimes Against Humanity, War Crimes, Ethnic Cleansing)으로부터의 보호 책임을, 국제사회는 각국 자국민 보호책임을 격려하고 지원할 책임을 지닌다. 만약 특정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다. 

박 변호사는 "R2P는 아직 국제규범으로서 지위는 갖고 있지 못하지만 조만간 강력한 국제규범으로 자리잡을 것을 확신한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 헌법에 의해서 우리나라에도 더욱 더 강하게 (R2P가)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북한인권재단도 R2P의 기본책임이고, 대북전단금지법은 본말이 전도된 반헌법적 법률"이라며 "북한인권보호체계는 단순히 국내적 문제가 아니라 R2P에 근거한, 국제 규범에 의한 대한민국의 기본 책무라는 점을 정치인들이나 법률가들이 명확히 인식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종엽 대한변협회장은 "북한주민의 인권을 증진하는 일은 남북한 주민들이 정전체제에서 벗어나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온전히 누리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전제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 동족이자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 주민의 인권에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그 개선책 마련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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