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0년 12월 10일 개최된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김신유 판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지난 2020년 12월 10일 개최된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김신유 판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11일 대한변호사협회를 방문해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만드는 데 대한변협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전관예우 관행이 없더라도, 국민이 전관예우가 현존한다고 느낀다면 전관예우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도 첨언하였다.

검찰의 적극적인 전관예우 근절 의지는 무너진 사법 신뢰를 회복하고, 투명하고 건전한 수임질서를 유지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 하다. 하지만 시대에 역행하는 ‘전관예우’라는 구태한 인습을 척결하려는 노력이 단지 법조(法曹)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 곳곳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는 전관예우 행태는 소위 ‘관피아’라 불리는 전직 공무원들에 의해 관행처럼 자행되고 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대표적으로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비롯한 권력형 행정기관 출신 공무원들이 퇴임 후 유관기관에 재취업한 뒤 전문적인 대관(對官)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막강한 규제 권한을 가진 이들 기관은 행정조사 등을 통하여 일선 기업들의 경영에 실질적 영향력과 막강한 위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형사절차에서처럼 촘촘하고 세밀한 법규적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처럼 입법에 빈틈이 생기면 인맥과 연고를 통한 영향력 행사를 찾게 되고, 자연스레 출신 공무원에 대한 전관예우 관행이 뿌리내리게 된다. 각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각급 부처와 지자체 및 유관기관 출신 공무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사실상 수사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권력 기관의 행정조사에서는 형사법에 준하는 절차를 엄수하도록 법령을 개정하는 등 장기계획으로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입법적 개선 노력이 이뤄져야 제대로 된 전관예우 근절 효과를 볼 수 있다.

행정부처 공무원이나 공기업 출신에 대한 전관예우 관행은 그 뿌리가 훨씬 깊고 형태도 다종다양하다. 국민의힘 김학용 의원이 지난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임 사장을 포함한 퇴직 임직원이 재취업한 6개 기업이 도합 6353억 원의 LH 공사용역 등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이밖에도 한국남동발전 등 한국전력 산하의 발전 5사도 지난 5년간 이해관계 있는 특정 업체에 재취업한 전직 임직원이 1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들에게 행정사, 변리사, 세무사 등 각종 자격사 시험의 전부 또는 일부 과목을 면제하여 주는 특혜 제도도 이들에 대한 전관예우를 조장하는 통로로 작용한다. 지난해 치러진 세무사 시험에서는 세무공무원 출신 합격자가 전년 대비 9배나 폭증한 151명에 달해 부정시험 의혹이 터졌다. 공무원 응시자들은 시험을 면제받는 반면, 일반 응시생들은 시험을 치러야 하는 ‘세법학 1부’ 과목에서 과락률이 82.13%에 달해 일반 수험생들이 대거 낙방하였는데, 세무공무원 출신에게 특혜를 제공하기 위해 당국이 해당 과목의 난이도를 강화하였다는 불공정 불만이 제기된 것이다.

이렇게 손쉽게 자격증을 취득한 공무원 출신 전문 자격사들은 자신의 인맥을 활용하여 보다 수월하게 고액의 사건을 수임하고 영리활동을 벌이는 등 일상 곳곳의 영역에서 전관예우 현상을 심화시키게 된다.

전관예우의 본질은 이해상충(conflict)과 불공정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5월부터 시행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도 이 같은 컨플릭트 행위를 규제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
  
검찰이 전관예우 현상을 뿌리 뽑겠다고 나섰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법원과 검찰 고위직 출신 법조인들의 부당한 수임과 변론은 물론이고, 범 정부 차원에서 각급 행정부처와 유관 기관 출신 ‘공무원 전관’이라는 이해충돌 행위까지 척결하고 생활 법치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 진정한 선진 공정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희망을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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