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성 변호사
조은성 변호사

얼마 전 출근길, 줄지은 전세버스 행렬을 보았다. 신도시에 고등학교가 신설되기까지 구도심으로 통학하는 학생들을 위해 한시적으로 제공되는 통학 차량이었다. 그날 오후 교육청은 특정 신도시 아이들만을 위한 통학 차량 운행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저촉되는 여부에 관한 자문을 요청했다.

하루는 지역 맘카페에서 자녀가 체육시설 관장에게 폭행당했다는 어머니의 성토글과 그 아래로 달린 대단한 화력의 댓글들이 눈에 띄었다. 어머니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며칠 뒤 사무실은 아동학대 등 죄명의 형사사건을 선임했다.

시의 경계결정위원회에 참석할 때면 심의·의결안에서 하나같이 친숙한 지명의 토지들을 볼 수 있다.

전체 인구수가 서울 영등포구쯤 되는 중소도시에서 일하다 보니 지역의 현안을 밀접하게 접할 기회가 많다. 소문으로 떠돌던 일이 얼마 뒤 구체적인 분쟁이 되어 나의 업무로 주어지고, 이편이 옳다고 생각했던 지역의 현안을 머잖아 저편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일로 마주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일들은 결국 이곳을 거처로 삼은 나와 우리 가정에도 그대로 체감된다. 

중소도시 송무변인 내게는 이렇듯 지역의 일에 관련하는 생동감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2년 전 입사지원서 말미에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들도 하나둘 해나가고픈 바람이 있습니다”라고 썼었다. 지금 나는 그저 내 앞에 주어진 작은 일 하나를 해낼 뿐이나, 내가 속한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울려 살아가는 존재 방식을 배우고 있다. 미덥지 못하고 막연했던 바람이 감사하게도 이루어진 셈이다.

중국 선종의 삼조(三祖) 승찬이 쓴 신심명(信心銘)에는 ‘일즉일체(一卽一切) 일체즉일(一切卽一)’이라는 시문이 있다.

‘하나가 곧 전체요, 전체가 곧 하나이니’.

송무(訟務)는 소송에 관한 사무임이 틀림없지만, 그 내용이 내 삶의 근거지와 밀접해지자 다름 아닌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아웅다웅 살아가는 일의 일부로서 바라보아진다. 보람과 함께 책임감을 느끼는 요즘이다.

 

/조은성 변호사

법무법인 위 원주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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