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라 변호사/HDC현대산업개발(주) 법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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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고 큰 구름이 파란 가을 하늘을 가득 채웠던 지난 주말 법학전문대학원 동기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내가 졸업하던 해인 2018년 그리고 그다음 해까지는 결혼 소식이 제법 많았다. 그 후 코로나19 대유행으로부터 비롯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하여 한동안 뜸했던 결혼식이 ‘일상 회복’의 본격화와 함께 다시 증가하는 분위기다.

결혼식장에서 평소에 바쁘다거나 거리가 멀다는 핑계로 자주 볼 수 없던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2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오랜만에 만나는 동기들과 길게는 몇 년 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그간 잘 지냈냐는 한마디로 대신했다.

꾸준히 연락하고 지내 온 사이든 특별한 일이 있어야 만날 수 있는 사이든 동기들을 만나면 만남 그 자체로 좋다. 사람들과 함께할 때 에너지를 얻는 나는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무척 소중하고 감사히 여긴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통해 알게 된 지인들과도 인연의 끈을 오래도록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동기들을 만날 때에는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차오름이 동반된다. 아마도 그 이유는 내가 그들과 공유했던 시간이 함께 꿈을 이야기했던 시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 그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나누던 당시의 미완성이었지만 순수했던 우리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재학 중 내가 꿈꾸었던 것들을 이루었을까’ ‘내가 생각하던 법조인의 모습과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닮아있을까’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불안정했던 그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걱정이 무척 많은 편이었다. 당장 시험에 합격 못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했고, 실무 수습 기관을 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웠으며, 송무 경험을 쌓지 않고 사내변호사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이 잘못된 선택은 아닌지 걱정했다. 하지만 운이 좋았는지 그때마다 일은 잘 풀렸고, 나는 지금의 안정된 내 삶 그 자체에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변호사로서 일을 시작한 초기에는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가 나에게 법적인 의견을 구하고자 한다는 것’ 그 자체에 감동하였던 적도 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어떨까. 연차가 조금 쌓였다거나 더 중요한 다른 업무가 있다는 이유로 ‘어떤 요청’에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적은 없을까? 잠시 멈추어 생각해 본다. 다행스럽게도 여전히 나는 모든 업무를 대함에 있어서 책임감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쏟아지는 검토 요청에 감동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2018년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동시에 바라보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나는 지금 그럭저럭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해낼 것이라고.’

 

/김나라 변호사

HDC현대산업개발(주) 법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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