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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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통계에 의하면 최근 5년간 국내 마약 밀수 단속량이 18.4배 증가하였고, 마약 관련 범죄 역시 7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에는 유명 음악인이 1000명분의 마약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돼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굳건하게 유지해 왔고, 적어도 총기나 마약으로부터는 안전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누구나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자부심이 무색하게 최근 마약류가 우리 사회 속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펜타닐 등 의약품 형태로 공급되는 마약류의 경우, 청소년들도 쉽게 구입하여 패치 형태로 투약하고 있다는 조사보고서도 나왔다. 마약은 인간의 정신과 신체를 비가역적으로 파괴하고, 국민들의 근로 의욕과 자활 의지를 꺾으며, 건강권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또 각종 범죄의 1차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복용과 유통뿐만 아니라 소지나 접근조차 철저하게 금지되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대마초 등 이른바 ‘연성(soft)’ 마약에 대하여는 오히려 양성화를 통해 국가가 관리할 필요가 있으며, 중독자들은 처벌이 아닌 치료의 대상으로만 다뤄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그러나 이미 대마 등 연성 마약류를 양성화시킨 네덜란드와 같은 국가들은 현재 유럽 내 마약 공급의 총판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자체적인 무장 사병(私兵) 집단까지 보유한 마약 카르텔이 국가와 시민사회 전체를 좀먹고 있는 일부 중남미 국가들의 사례들을 살펴볼 때 마약에 대해서만큼은 온정주의적 시각을 거두고 철저하고 단호한 법적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도, 근래 우리나라의 마약단속과 형사적 대응 능력은 급격히 쇠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약 수사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역할 분담을 무시한 채 검찰의 마약범죄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입법이 시도되기도 했으며, 국가정보원의 기능이 축소되면서 해외 마약범죄에 대한 첩보수집과 초기 대응 역량이 현저히 저하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다행히 최근 법무부와 관련 기관 등이 적극 나서 근래 급증하는 마약범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 중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6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마약 범죄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하였다.

한때 세계적 제국이었던 청나라는 19세기 초 서양 열강이 뿌려놓은 아편의 씨앗이 사회 곳곳에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쇠락과 파멸의 길로 접어들었다. 중국 역사상 가장 번영했던 건륭제의 치세가 막을 내린지 불과 40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흠차대신 임칙서 등이 아편 근절을 위하여 힘겹게 노력했으나 이미 아편에 속속들이 중독된 제국은 끝내 성공하지 못하였고, 결국 망국의 운명을 피하지 못하였다.

이처럼 무서운 마약의 폐해 앞에 여야나 검경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좁은 영토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전파력을 가진 사회에 살고 있다. 마약 범죄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위해 초당파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다시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회복하여 국민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 인프라가 재건되어야 선진 강중국의 가능성을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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