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식 기자
우문식 기자

조지 오웰(1903~1950)이 현대에 살고 있다면 '빅브라더'의 형태를 보다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회적 평판(social reputation)을 비롯한 개인 정보를 광범하게 수집해 빅데이터 형태로 보관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의 성향과 니즈(needs)를 꽤나 구체적으로 예측해 낸다. 예측 가능성은 통제와 조종 가능성을 함축한다. 언론, 쇼핑, 정치, 심지어 의료와 법조마저 모두 본령을 떠나 휴대폰 속 이모티콘으로 둔갑해 버리는 이 신통한 빅브라더는 다름 아닌 '플랫폼'이다.

기술 발달을 사회 혁신과 혼동하는 플랫폼 예찬론자들은 플랫폼이 가진 내재적 위험성을 애써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소비자 후생'은 기실 천문학적 손실을 감수한 적자 마케팅 위에 쌓아 올린 모래성에 불과하다. 시장 독과점 후에는 손실 회수를 위해 늘 역변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플랫폼은 시장의 플레이어가 되기 보다는 시장 자체를 대체하는 경향이 짙다. 중개인이면서 스스로 사업자가 되어 뛰어드는 반칙도 서슴지 않는다. 경쟁법 영역에서의 시장 독과점과 불공정 문제, 개인정보 보호 문제, 노동 문제, 알고리즘의 편향성 문제 등 플랫폼 경제의 후과는 이제서야 수면 위로 하나씩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27일 '온라인플랫폼공정화네트워크'가 주최한 '플랫폼의 독과점에 따른 노동자·판매자 실태 진단 국회 토론회'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개최됐다. 토론에서는 쿠팡의 △선수와 심판의 겸직 문제 △리뷰조작 의혹 △독과점 문제 등 다양한 이슈를 다뤘다. 이날 참석자들은 "변칙적 활동에 능한 플랫폼들은 자율 규제만으로는 제대로 규율하기 어렵고, 법률을 통한 적절한 공권력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하고,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토론회에서는 쿠팡 사례를 집중적으로 검토했지만, 플랫폼의 폐해는 한 두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난 10년 간 전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저금리와 양적 완화가 지속되며 플랫폼은 갈 곳 잃은 잉여 자본의 매력적인 배출구가 돼줬고, 혁신을 가장해 대세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시장 독점을 지향하며 고용불안정을 '자유로운 노동'으로 포장하는 등 기존 사회 안전망을 교묘히 잠탈하는 속성은 '민주주의의 적(敵)'으로 일변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포섭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온플법' 통과가 절실한 이유다.

/우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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