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총 기준 100대 기업 임원 현황 전수조사

법조인 임원 2.72%… 삼성전자 26명으로 '최다'

로스쿨 출신 임원도 지속 증가... "주류 바뀔까"

여성 임원 약진 주목… "자본시장법 개정 영향"

△ 삼성전자 본사 전경
△ 삼성전자 본사 전경

국내 100대 기업 임원 가운데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조인은 18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0대 기업 전체 임원의 2.72%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동안 보기 드물었던 로스쿨 출신 임원과 여성 법조인 임원도 올해 대폭 증가했다.    

본보가 2022년 10월 시가총액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임원 현황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반기보고서(2022년 6월 기준)를 통해 전수조사한 결과, 상위 100대 기업 상무보 이상 임원 6613명 가운데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조인은 2.27%인 180명으로 집계됐다. 법조인 임원 중 상근직이 115명, 사외이사 등의 지위에서 기업 경영진을 감시하고 법적 조언을 제공하는 비상근직이 65명이다. 


● 삼성전자, 법조인 출신 임원 26명 '1위'… KT 7명·엔씨소프트 5명

100대 기업 중 가장 많은 법조인 출신 임원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법조인 임원은 김수목(사시 29회) 법무실장(사장), 안덕호(사시 33회) 컴플라이언스 팀장, 김경환(사시 35회) 법무실 법무팀장, 엄대현(사시 31회) 법무실 송무팀장 등 총 26명으로 조사됐다.

구(舊) 미래전략실과 준법경영실 담당 임원을 지낸 김 실장은 지난해 12월 정기인사에서 CE·IM을 통합한 SET부문 법무실장으로 승진했다. '부사장 대우'에서 사장으로 직행한 파격 인사에 삼성전자는 "송무팀장으로서 차별화된 법률지원 및 법무역량 제고를 이끌어왔다"며 "법무 전문성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준법경영을 보다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법조인 임원이 모두 상근직으로 구성됐으며, 오랜시간 법무실을 이끌던 김상균(사시 23회) 사장은 올해부터 삼성전자 임원 공시명단에서 빠졌다.  

이어 KT가 7명, 엔씨소프트 5명, 삼성물산·포스코홀딩스·한국조선해양·삼성카드가 4명의 법조인 임원을 보유했다.

그 밖에 △LG에너지솔루션, 네이버, LG화학,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LG, 하나금융지주, 삼성전기, 삼성SDS, 한화솔루션, 하이브, 삼성중공업, 코웨이, 미래에셋증권, 한진칼, 한국가스공사, 삼성증권, BGF리테일 등이 3명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I, SK, LG전자, 삼성생명, HMM, 두산에너빌리티, KT&G, 고려아연, 삼성화재, SK바이오사이언스, 롯데케미칼, CJ제일제당, SK스퀘어,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현대건설, HD현대, 오리온, 롯데지주, 팬오션, OCI 등이 2명 △KB금융, 현대모비스, 카카오뱅크, 한국전력, 현대중공업, SK텔레콤, 포스코케미칼, 기업은행, 넷마블, 현대제철, 에스디바이오센서, 삼성엔지니어링, 유한양행, 금호석유,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이마트 등은 1명씩 법조인 임원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카카오, 셀트리온, 현대글로비스, 강원랜드, 한국항공우주, GS, 한미약품, 한국금융지주, 현대오토에버 등은 국내 변호사 자격을 가진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기업의 법조인 임원 중 최고령은 OCI 사외이사인 한부환(74·사시 12회) 전 법무부 차관, 최연소 임원은 한국전력 사외이사인 방수란(35·사시 53회) 변호사다.

상근 임원 중에서 최고령은 삼성증권의 홍석조(69·사시 18회) 회장, 최연소는 네이버의 윤소연(39·변시 1회) 책임 리더로 나타났다. 


● '로스쿨' 출신 임원 늘어… 학부는 서울대 출신 114명 '압도적'
 
100대 기업 법조인 임원에 변호사시험 출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법조계를 넘어 기업에서도 로스쿨 출신 '젊은 리더십'이 점차 확산돼 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정기봉(변시 1회) 부사장 △네이버 최수연(변시 1회) 대표이사 △네이버 윤소연(변시 1회) 책임리더 △에스디바이오센서 이은혜(변시 3회) 이사 △삼성증권 정유성(변시 1회) 상무는 로스쿨을 졸업했다. 모두 재조 경험이 없는 비(非) 전관 변호사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 법조인 양성 및 배출 경로가 로스쿨로 일원화되면서, 앞으로 더 많은 변호사시험 출신 법조인 임원들이 기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스쿨을 졸업한 한 사내변호사는 "과거와 달리 변호사 수 자체가 많아지고 사내변호사로 근무하기를 원하는 변호사들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변시 출신 임원들이 속속 나타나는 것 같다"며 "앞으로 전관보다는 사내변호사로 시작해 내부 승진을 거쳐 상근직 임원이 되는 인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별로는 서울대 출신 법조인 임원이 114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고려대가 30명, 연세대가 14명으로 뒤를 이었다. 법학사 출신은 147명이었다. 


●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 법조인 34명 '약진'… 전관 선호 경향도 이어져

여성 법조인 임원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조사대상 임원 중 여성 변호사는 총 34명이며, 이 중 사외이사가 25명, 사내이사 등 상근직 임원이 9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자산 2조 원이 넘는 기업은 이사회에 여성 이사를 1명 이상 두도록 규정한 자본시장법 개정이 여성 법조인 임원의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가장 많은 법조인 임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여성 법조인 임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여미숙(사시 31회)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LG에너지솔루션) △한애라(사시 37회)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SK하이닉스) △김덕현(사시22회) 전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삼성SDI)  △이정미(사시 26회)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금호석유) 등이 주요기업 임원진에 이름을 올렸다. 

100대 기업 임원 중 판사나 검사를 지낸 전관(前官) 출신은 101명으로 전체 법조인 임원 가운데 56.1%를 차지했다. 이 중 판사 출신이 60명, 검사 출신이 51명으로 2년 전 검사 출신이 판사 출신보다 소폭 많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상황이 역전돼 판사 출신이 더 많았다. 

다만 사내변호사 증가에 따라 향후 순수 변호사 출신이 차지하는 임원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사내변호사는 "과거보다 '전관예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강해지면서 기업들도 마냥 전관 출신을 선호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사내변호사들도 최근 10년 사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법조 전문성을 갖추면서 산업 전반에 대한 생리도 잘 파악하고 있는 순수 변호사 출신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남가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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