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장악 플랫폼은 손실 만회 나설 것... 이용사업자·노동자에 가혹"

서치원 변호사
서치원 변호사

작년 국정감사는 ’플랫폼 국감‘으로 불리며 소위 '네카쿠배(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 등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문제와 골목상권 침탈 문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진출 등의 문제가 지적되었다. 국회가 당장이라도 문제해결에 나설 것 같은 분위기였으나, 정작 정부가 발의한'’온라인 플랫폼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온플법)'조차 처리되지 못했다. 규제는 혁신을 저해한다는 막연한 프레임 정치와 공정위와 과기정통부 등 부처 간 알력 다툼으로 민생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코로나 국면을 계기로 온라인 상거래는 전례 없던 호황을 누리고 있고, 조만간 온라인 소매 거래액이 오프라인 거래액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마디로 온라인 중심의 유통거래 질서는 대세가 되었고 이러한 흐름은 비가역적이다. 온라인 유통을 잡는 기업이 소매시장을 석권한다. 최근 신세계가 수조원을 들여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까닭이다. 바야흐로 온라인 유통시장은 쿠팡, 네이버의 양강구도에서 삼국지를 연상케하는 치열한 경쟁이 진행 중이다.

혼전의 양상 중에 단연 쿠팡이 눈에 띈다. 쿠팡의 발표자료(미국 증시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조만간 안정적 흑자 전환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수십조원의 매출액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던 쿠팡이 흑자전환을 이룬다면 이것은 아마존보다 십수년 빠른 성과를 내는 것이다. 그러나 주가의 흐름을 보건데 시장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듯 하다. 쿠팡의 롤모델인 아마존과 쿠팡을 비교해보면 마냥 찬사를 보내기에는 석연치 않은 이유가 분명해진다.

아마존의 사업모델은 아마존 웹서비스와 제3자 물류를 통해 운영 자금을 확보하고,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시장의 전자상거래를 통해 영업이익을 확보하여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고 적자를 메우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의 실적을 보더라도 전자상거래 실적만으로는 이윤을 보장하기 힘들고 아마존 웹서비스와 광고 사업의 이익으로 전체 적자를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2021년에는 아마존 웹서비스가, 2022년 상반기에는 광고서비스가 전자상거래 부문의 손실을 만회한 것으로 알려짐).

반면 쿠팡은 전자상거래 부문의 매출이 절대 다수(90% 이상으로 알려짐)를 차지한다. 기존의 대형마트를 온라인으로 옮겨온 것이 쿠팡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시장은 전자상거래 침투율(전체 소매거래 중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온라인 유통 대부분이 내수시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성장가능성에도 한계가 있다.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경쟁압박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전자상거래 부문에서는 어지간해서는 이윤을 내기가 어려운데 어떻게 안정적인 흑자전환이 가능할 수 있는가, 의문을 갖게 된다.

오늘날 우리의 온라인 유통시장을 둘러싼 거대 기업들 간의 경쟁은 지속가능한 모습이 아니다. 언젠가 최종 승자가 된 기업은 지금의 막대한 손실을 만회하려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은 가격차별화와 맞춤형 광고를 통한 알고리즘으로 개별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이용사업자와 노동자에게는 더욱 가혹한 거래조건과 노동조건의 부과로 달성될 확률이 높다. 이러한 합리적 의심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미국과 EU 등은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방지를 위한 입법과 정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 폐해를 금기시하며 혁신성장만 강조하고 있다. 그 누구도 제대로 된 실태 파악에 나서지 않으니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변하는 목소리만 힘을 얻는다.

쿠팡은 중개거래 모델이 아닌 직매입 모델이라는 점에서 다른 온라인 플랫폼과 궤를 달리하지만, '선수와 심판 겸직 문제'는 상존한다. 물건을 사들이는 측면과 판매하는 측면의 이해관계가 대립하기 때문이다. 최근 시민사회에서 쿠팡의 자회사에 대한 차별을 의심하며 문제 제기를 한 것도 온라인 플랫폼의 선수와 심판 겸직 문제는 기업의 선의에 기대어 자율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을 촉구하는 맥락으로 해석된다. 헌법 제119조 제2항은 온라인 플랫폼 시대에도 당연히 작동해야 한다. 그것은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가.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서치원 변호사 / 원곡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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