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특허심판 '임의적 전치주의' 도입' 심포지엄

대한변협, 기동민·김병기·황운하 의원과 공동 개최

특허심판에서 '임의적 전치주의' 도입 목소리 나와

"특허청 공무원으로 구성된 심판부... 믿을수 있나"

권리범위 확인심판은 기속력 없어... "중복, 폐지를"

특허분쟁은 단일한 특허침해소송으로 해결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에 부합하지만, 우리나라는 '강제적 심판전치주의'와 '권리범위 확인심판' 두 제도를 유례 없이 중복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에 신속한 분쟁 해결과 당사자의 소송비용 부담 감소를 위해 특허심판에서 '임의적 전치주의'를 도입하고, 특허침해소송과 중복되는 권리범위 확인심판 제도를 폐지하는 등 특허분쟁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더불어민주당 기동민·김병기·황운하 의원과 함께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특허심판의 임의적 전치주의 채택과 특허 권리범위 확인심판 폐지에 관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이종엽 협회장은 인사말에서 "현재 시급하게 논의돼야 할 것은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이 아니라, 국민들을 고비용과 절차 중복 및 지연에 시달리게 하고 있는 현재의 특허분쟁 제도"라고 지적했다.

기동민 의원은 "특허권 권리범위 확인심판은 소송절차 지연 등 문제점으로 존폐 논쟁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고, 특허 무효나 권리범위 등에 관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 필수적으로 특허심판원의 특허심판을 거쳐야 하는 필요적 전치주의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며 "특허 소송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합리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당사자가 특허심판과 특허소송 선택할 수 있는 임의적 전치주의가 바람직" 

이날 첫 세션에서는 배병호(사법시험 27회)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가 '특허심판의 임의적 전치주의 채택에 대한 소고'를 주제로 발표했다. 

배 교수는 "24년전 행정소송법과 법원조직법 개정에 따라 2심제였던 행정사건을 3심제로 하고, 서울에 1심인 서울행정법원을 설치하면서 행정심판법상의 행정심판을 필요적 전치주의에서 임의적 전치주의로 변경했다"며 "이에 따라 비용이 거의 없는 행정심판제도와 비용이 들어가는 행정소송제도를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돼 국민의 권리구제 제도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허심판에서는 '필요적 전치주의' 때문에 특허심결과 특허침해소송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특허 분쟁 처리과정에서 지방법원과 특허심판원의 견해 차이가 생길 수 있고, 그로 인해 심리가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당사자가 특허분쟁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을 신속하게 받으려는 것이, 특허제도나 특허심판제도를 침해하지 않는다면 굳이 특허심판제도를 강제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허심판원은 원처분을 한 특허청 소속기관으로 특허심판부의 심판장과 심판관이 모두 특허청 소속 공무원이어서 심판원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특허법원의 활성화로 특허권자의 보호환경이 많이 개선된 상황에서는 당사자가 특허심판원의 심판을 선택할 수 있는 임의적 전치주의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용섭(사시 26회) 전북대 로스쿨 교수는 "특허심판을 임의전치화 할 경우 특허심판과 법원의 소송이 동시에 진행되는 문제점이 지적될 수 있다"며 "권리구제절차가 사실상 4심제가 돼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임의전치주의를 채택하게 되더라도 특허심판을 거친다면 중복적으로 제1심 행정법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고등법원급의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있도록 해 재판의 신속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법원의 사건 부담을 덜고 신속한 재판이 가능하도록 행정심판과 제1심 행정소송을 선택하는 이같은 투트랙 경쟁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행정심판 전치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원, 권리범위 확인심판 심결 기속력 부정... 분쟁해결 기능 못 해"

한편 특허침해소송 절차에서는 특허침해 및 특허권의 유·무효에 관한 판단을 법원에서 동시에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와 중복되는 '권리범위 확인심판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허권 권리범위 확인심판은 특정기술이 특허권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심판이다. 사실관계 확정이 아닌, 기술 범위를 기초로 권리의 효력이 미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권리관계 확정을 목적으로 한다.

이와 관련 △침해분쟁에서 중간확인 판단에 불과해 확인의 이익이 있는지 논란이 있고, △실무상 침해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에서 권리범위 확인심판을 기다리느라 소송절차가 지연되며, △심결은 침해소송에 대한 기속력이 없고 증거방법의 하나에 불과해 결론이 상충될 경우 무의미하다는 등의 폐지론의 입장이 대두됐다. 

반면 권리범위 확인심판 제도를 통해 침해금지청구나 손해배상청구에 이르지 않고 화해가 성립하는 등 분쟁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존치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 신용우 변호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신용우 변호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특허 권리범위 확인심판 폐지'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신용우(변호사시험 1회)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권리범위 확인심판 확정 심결의 기속력에 대해 대법원은 '동일 당사자 간 동일 사실에 기한 침해소송에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며 불인정하고 있다"며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권리범위 확인심판은 권리의 효력범위에 관한 것으로 특허발명의 무효사유까지 판단할 수 없다'며 '(권리범위 확인심판은) 세계적으로 거의 입법례가 없는 제도로 본질적으로 사법작용에 속하는 기능을 행정청에 부여한 것으로 특허법원으로의 관할 집중, 일반 법원의 전문성 강화 등을 통해 그 실제적 기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판시했다"고 했다.

이어 "이같은 권리범위 확인심판의 효력과 판단범위 때문에 △침해사건 판결 확정 후 상반된 내용의 심결 확정 시 재심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특허침해소송 진행 중 청구된 권리범위 확인심판의 확인의 이익 인정 여부 등의 논란이 있고, △소송비용 부담 증가 △모순·저촉 판단 위험 △분쟁의 신속한 종결 저해 우려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권리범위 확인심판은 그 심결에 대한 기속력이 인정되지 않으며 특허권 침해 여부 및 손해배상청구 등과 독립된 절차로서 궁극적 분쟁해결 수단으로 기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권리범위 확인심판 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특허청이 판정의 대상물인 기술에 관해 특허발명의 기술적 범위에 속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판정제도'를 도입했는데, 우리나라도 이같은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며 "△특허법원 관할 집중 △기술전담 재판부 및 기술조사관 확대 등 우리나라 법원의 기술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최재원(변시 3회) 대한변협 감사는 "특허심판원은 행정부의 행정심판에 불과하고 심판부 구성 역시 쉽게 변경되는 등 특허청 전관 변리사들이 사건을 수임하는 데 있어 그 역할이 매우 크다"며 "특허심판원의 경우 전관 변리사들이 사건 수임 이후, 자신과 친한 심판관을 재판부로 이동시키는 것도 가능해 전관예우의 폐해가 매우 심각하다는 점에서 이같은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홍승기 인하대 로스쿨 교수, 박진영 세계일보 기자, 전희정 대한특허변호사회 이사, 이욱재 아시아투데이 기자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남가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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