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론스타는 우리 정부의 부당한 개입으로 인해 외환은행 매각 실패와 지연 등 46억 8000만 달러(약 6조 3000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중재신청을 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금년 8월 31일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는 우리 정부의 부당한 개입과 그로 인해 론스타가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하는 중재판정을 내렸다. 다만, 배상액을 대폭 줄여 청구액의 약 4.6%인 2억 1650만 달러(약 2800억 원)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했다. 대폭 감액이 이루어졌지만, 배상금액과 지연이자(약 185억 원), 소송비용을 합하면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 지급해야 할 배상액은 최소 31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위 판정 결과를 받아든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주무 관청인 법무부는 적법한 취소 절차와 이의신청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의신청 사유가 중재판정부의 명백한 권한 일탈, 판정이유 누락, 심각한 절차규정 위반 등에 국한되어 있는 만큼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의 피땀으로 모은 세금을 낭비할 수는 없다. 대한변호사협회를 포함하여 모든 국민적 역량을 모아 함께 싸워야 한다.

그 외에도 할 일들이 있다. 론스타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선 관련 법제도 검토와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비금융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의 허울을 쓰고 우리 법령을 교묘히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주가 조작 등 매각대금을 높이기 위한 불법행위 등을 조기에 발견하고 제재하여 추가적 불법이 없도록 통제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론스타 사건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던 원인도 살펴야 한다. 당초 국내 금융산업계의 빅이슈인 외환은행 매각 승인 등 중요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알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못했다는 비판, 법률적·절차적 통제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냉정하게 짚어 분석해야 한다. 국민을 고객으로 하는 우리 금융기관을 해외 투기자본이 인수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의 중요사항에 대하여 국민이 알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국민에 대한 정보공개와 투명한 논의를 통한 의견 수렴, 이를 통한 절차적 통제가 이루어지도록 관련 법규도 정비하여야 한다. 유사 사건 재발에 대비하여 정부의 대응체계와 전문가 풀도 갖춰야 한다. 투자자-국가분쟁의 관계 규정과 절차, 실무상 쟁점과 전략을 면밀히 연구해 향후 대응 매뉴얼도 만들어야 한다.

외환은행 매각절차부터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중재판정과 이후 최종 결과확정시까지의 과정, 각 단계별 문제점과 시사점 등을 상세히 분석하고 연구하여 백서도 만들어야 한다.

금융기관 인수, 매각, 중재 등 분쟁 대응 관련 일련의 절차를 동일한 경제 관료와 전문가들이 맡게 해서도 안 된다. 앞선 절차와 관련한 자신의 실책을 덮거나 책임을 면하는게 우선이다 보니 정작 가장 효과적이고 실효적인 대응방안은 외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금융시장의 취약성을 개선하여 외국 투기자본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기초 체력을 키우는 정책적 노력도 서둘러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과 경기 침체로 국민의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외국 투기 자본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는 론스타 중재판정 결과는 국민의 정서를 불편하게 만들고 재정적 근심까지 더하고 있다. 그것도 정부가 받아들인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를 통해 그러한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에 더욱 자괴감을 들게 한다.

전문적, 독립적이면서 책임감 있는 금융 감독체계 마련과 해외 투기자본에 대한 근본적 대응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차원의 문제를 넘어 국제금융 무대에서 캐쉬카우(cach cow) 노릇과 동네북 취급을 당한다는 이미지를 갖고서야 글로벌 금융 강국과 선진 대한민국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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