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변협의 변호사 광고 규정은 대외적 구속력 가진 규범"

"법규명령적 규정을 다른 행정기관이 심사하는 것은 부적절"

김형준 변호사(법무법인 매헌)
김형준 변호사(법무법인 매헌)

최근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이하, '변호사 광고 규정')'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대상이 될 수 있고, 이에 따른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었다. 이러한 주장의 타당성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변호사 광고 규정의 법적 성질과 제·개정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또 규정에 따른 징계 심사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 지 법리적 검토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우선 변호사 광고 규정의 법적 성질과, 규범의 제정 또는 개정 행위의 의미에 대하여 살펴본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법으로부터 위임받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제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공법인'으로서 공권력 행사의 주체가 된다. 또한 변협이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제와 관련하여 정립한 규범도 당연히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헌법재판소 2022. 5. 26.자 2021헌마619 결정).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르면, 변협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제 설정에 있어 공권력 행사의 주체가 되고, 나아가 변호사 광고 규정은 대외적 효력을 가진 법규명령적 성질을 보유한다.

다시 법규명령성을 가진 변협의 공권력 행사와 관련하여, 이에 대한 불복 방법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 보겠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변협의 공권력 행사성을 인정하여 이미 헌법재판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으며, 합헌과 위헌 부분을 나누어 판단한 바 있다. 나아가 변호사윤리장전 제31조 제4항은 "변호사는 변호사 또는 법률사무 소개를 내용으로 하는 애플리케이션 등 전자적 매체 기반의 영업에 대하여 이에 참여하거나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협조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같은 윤리장전 내용은 대한변협 총회 결의에 의하여 통과되었다.

변호사법 제86조 제2항은 "대한변호사협회는 총회의 결의 내용을 지체 없이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동 조 제3항은 "법무부장관은 제2항의 결의가 법령이나 회칙에 위반된다고 인정하면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여 법무부장관의 감독권을 인정하고 있다.

변호사 중개 플랫폼 가입 금지를 천명한 변호사윤리장전과 변호사광고규정은 각각 법무부장관의 감독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묵시적 또는 명시적으로 받은 바 있다.

그런데 법무부장관이 감독권을 행사하지 않아 적법성이 추정되는 유효한 총회의 결의와, 법규명령성을 가진 변호사 광고 규정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 대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든다.

국가로부터 위임을 받은 공권력 행사에 대해서는 전술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의 심사와 법무부장관의 총회 결의 취소권이 규정돼 있다. 즉 변호사 광고 규정은 변호사법 제23조 제2항 제7호 및 같은 조 제4항의 명시적인 위임에 따라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제를 시행하는 데에 필요한 구체적 사항을 정한 것이므로, 상위 법령의 위임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한 상위 법령과 결합하여 대외적인 구속력을 갖는 규범으로 기능하게 된다(헌재 2015. 3. 26. 2014헌마372 참조).

그런데 위와 같은 '공권력 행사',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 규범'에 대하여, 어떻게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변호사 광고 규정이 단순히 변협 내부 기준이 아니며 수권법률인 변호사법과 결합하여 대외적 구속력을 가진다"고 명징하게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행정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는 법규명령적 성격을 가진 공권력의 행사에 대하여 적법성 여부를 판단할 권한이 없다. 변협의 총회 결의 내용과, 규정의 제정 또는 개정 행위가 수권법률인 변호사법과 결합하여 대외적 구속력을 가진다면 이는 법규명령성을 가진 규정을 행정기관이 심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 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심사하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되므로, 어느 법률에도 없는 '추상적 규범통제'를 다른 행정청이 수행하게 되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정상적인 관점에서 변호사 광고 규정과 이에 대한 불복 또는 감독 방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규범 제정 행위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에서 '공권력 행사'에 대한 위헌 여부의 판단이 가능하다. 두 번째, 법무부는 총회의 결의가 법령이나 회칙에 위반된다고 인정하면 이를 취소할 수 있다. 세 번째, 각 변호사에 대하여 위 규정에 따른 징계가 존재하는 경우, 당사자들은 변호사법에 따른 불복 절차에 따라 법원에서 위법 여부를 다툴 수 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관련 법령을 아무리 살펴 보아도,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 규정에 대하여 다른 행정청의 통제가 가능하다는 논리는 법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추상적 규범통제가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사법심사도 아닌 행정청이 이를 판단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지극히 부당하다.

최근 공정위가 변호사 광고 규정과 관련한 전원 회의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최소한의 법리적 판단조차 하지 않고 제재 여부가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마치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가 마치 기정 사실인양 기사화하는 일부 언론 매체의 자극적인 행태가 아쉬울 따름이다.

 

/김형준 변호사(법무법인 매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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