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행정조사에 대한 변호사 조력권 강화 세미나 개최

"세무조사부터 변호사가 적극 참여해야… 법리 발달 필요"

"세무조사 내용이 수사 증거 되기도" vs "행정조사일 뿐"

△ 김형준 변협 부협회장(사진 가운데)이 20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행정조사에 대한 변호사의 조력권 강화 관련 세미나 Ⅱ'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김형준 변협 부협회장(사진 가운데)이 20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행정조사에 대한 변호사의 조력권 강화 관련 세미나 Ⅱ'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공정위 등 권력기관에 의한 행정조사에서는 피조사자에게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같이 형법상 피의자·피고인에게 인정되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권력형 행정조사'의 경우 조사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이 이루어지는 등 사실상 형사절차로 인식·작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취지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20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행정조사에 대한 변호사의 조력권 강화 관련 세미나 Ⅱ'를 열었다.

이날 김형준(사시 45회) 대한변협 부협회장이 '세무조사 관련 변호사 조력권 강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부협회장은 "세무조사는 압수수색 영장이 없어도 자료 제출 등을 거부하면, 국세기본법 제88조 '직무집행 거부 등에 대한 과태료' 규정에 따라 심각한 불이익을 입을 수 있어 자료를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장 없이 진행한 세무조사의 진술·증거가 그대로 조세범칙수사에서도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수사기관에서는 관련 문제를 다시 수사하기보다는 행정기관에서 조사한 증거를 확인하는 절차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세범처벌절차법 등에서는 변호사, 세무사, 공인회계사 등이 압수수색절차에 참여할 경우, 당사자가 조력권을 보장받았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데 '변호인'이 아닌 '대리인'의 참여만으로 형사절차상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형사절차에 비해 행정조사는 증거조사 및 증거능력 부여 부분이 완화돼 변호인들의 증거법상 다툼이 많지 않다보니 관련 판례들이 축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부협회장은 '권력형 행정조사'에서 피조사자의 법익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변호사가 세무조사 단계부터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세범 처벌 절차에서는 세무조사 단계부터 변호사가 사안에 개입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다"며 "세무조사는 세무사시험 출신도 아닌 국세청 출신 세무사에게 많이 몰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행정조사에서의 전관예우는 (법조계보다) 결코 덜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법 문화 때문에 변호사들이 세무조사 단계부터 적극 참여할 수 없어 법리(法理)가 발달하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관행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판례의 힘이 필요하다"며 "기존의 관행에 반발하는 당사자가 세상을 바꿀 수 있으며, 이를 돕는 것이 변호사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최유미(변시 4회) 법률사무소 인곡 대표변호사도 "압수수색절차가 개시되면 이는 이미 사법영역으로 진입한 상황과 다름없는데, 세무사나 공인회계사가 당사자를 위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세무조사가 끝난 뒤 사건을 맡은 변호사는 조사과정 중에 어떤 일이 발생했고, 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게 된다"며 "결과적으로 변호사는 피상적인 문제를 지적하거나 세무사·공인회계사가 주장하는대로 금전적 차이 정도만을 언급할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세무조사 당시 가볍게 진술했던 내용이 조세범칙 수사에 그대로 적용돼 강력한 증거가 되어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며 "이러한 권력적 행정조사가 진행될 때는 당사자에게 최대한의 진술기회 부여,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 보장 등 형법상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게 보장되는 기본 권리 및 원칙을 그대로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양영진(사시 52회) 국세청 행정사무관은 세무조사는 수사를 위한 수단이 아닌 행정조사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양 사무관은 "세무조사는 NTS정보분석, 해외정보교환 빅데이터 등을 토대로 세무 검증을 하는 것이 주류"라며 "원칙적으로 은닉된 형사상 증거를 새롭게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절차 증거로 사용될 것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세무조사가 수사의 '수단'으로 행해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세무조사 과정에서 과세자료 수집이 적법한 이상, 과세자료의 형사상 증거능력 유무는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또 "세무조사는 대부분 납세자 동의 및 협력에 의해 과세자료를 수집하는 게 대부분이고 압수수색을 동원하는 건 유흥업소, 불법 대부 등 민생침해 탈세 대응 시에만 이례적으로 활용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세무공무원은 사법경찰직무법상 사법경찰관리가 아니라는 점 △조세범칙사건에 대한 처분 중 형사고발은 수사 단서에 해당하고 고발이 있어야 형식상 수사절차로 이행되므로 범칙처분 이전 조사 활동을 수사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 △대법원도 조세범칙사건에 대한 통고처분을 '형사절차의 사전절차'로 판시한 적이 있는 점 등을 반박 근거로 제시했다.

이어 차상진(변시 3회) 차앤권 법률사무소 파트너 변호사가 '금융감독원 검사 및 제재절차에서 금융기관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개선방향'을 발표하고, 전별(변시 3회) 케이앤파트너스 파트너 변호사·연승재(사시 48회)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토론했다.

이종엽 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국세청이나 금융감독원 등에서 이뤄지는 행정조사는 강제성을 띠는 권력형 행정조사"라며 "결과에 따라 당사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이뤄질 수 있을 뿐 아니라 형사처벌과 결부돼 실질적으로 수사와 같이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행법상 행정조사에서 피조사자의 기본권 보장 및 적법절차 보장 수준이 매우 미흡하고 실질적으로 적법절차원칙과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이번 세미나에서 행정조사에서 변호사 조력권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이 제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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