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초대 홍보이사 최재윤 변호사 인터뷰

변호사·작가·소통전문가... 어디서든 팔색조 매력 뽐내

학창시절 반장 도맡아... 중학생 때부터 변호사 되기로

"넘치는 내면 에너지 다스리기 위해선 강약조절 필수"

최근 출간 '디지털 권리장전' 호평... 한 달 만에 '완판'

"늘 새로운 도전 꿈꿔... 마지막 순간까지 후회 없도록"

△최재윤 변호사  
△최재윤 변호사  

"다양한 도전에 응하다 보면 생각하지도 못한 기회가 생기고, 귀한 인연들도 만나게 됩니다. 그러한 경험과 인맥이 변호사로서의 커리어(career) 뿐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더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저는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길이 아닌,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며 언제나 새롭게 거듭나고 싶습니다."

성공한 변호사, 베스트셀러 작가, PR 전문가... '원더우먼' 최재윤(사시 52회) 변호사를 수식하는 단어는 수도 없이 많다. 그의 내면에는 자신의 역량을 힘껏 끌어올리는 에너지가 단단하게 자리한다. 하지만 넘치는 에너지는 어디로 튈지 몰라 늘 불안하다. 이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힘 조절이 필수"라고 최 변호사는 말한다.

"사법시험 2차 초시(1차 시험 합격 후 처음 치르는 2차 시험)를 막 끝내고, 고시반에서 공부하던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정말 열심히 공부하던 선배가 있었는데, 언제나 맨 앞자리에서 수업을 듣고 열성적으로 스터디에 임하며, 모의고사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했습니다. 그분을 보며 '왜 나는 저렇게 하지 못할까'라고 생각하며 혼자 위축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선배는 결국 2차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초반에 너무 전력 질주하다 보니 중도에 나가떨어지고 만 것이지요. 그때 저는 강약조절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가진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언제, 얼마를 투입해야 할지 차분하게 힘 조절을 해야 성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

△복싱 스파링 훈련을 받고 있는 최재윤 변호사 
△복싱 스파링 훈련을 받고 있는 최재윤 변호사 

학창시절 반장을 도맡았던 최 변호사는 중학교 때부터 변호사를 꿈꿨다. 그는 언제나 장래희망에 '법조인'이 아닌 '변호사'를 꼭 집어 적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사유가 사뭇 남다르다. 치부(致富)나 입신(入身)이 아닌 "다른 사람을 돕는 데서 내 존재가 증명된다"는 독특한 행복관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앞장서서 늘 무언가를 해왔습니다. 다만 '저 사람을 도와주면 내가 뭘 얻을 수 있지?'라는 계산은 없었어요. 단지 제 능력이 닿는 대로 돕는 것 자체가 좋았고, 또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남을 이롭게 함으로써 제 존재와 가치가 증명을 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사람이 되어야 스스로도 행복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중학생 무렵 '변호사가 되면 이런 것이 가능하겠다'고 판단했고, 그때부터 변함없이 변호사를 꿈꿨습니다. 이후 법대를 나와 변호사가 됐으니, 형식적으로는 그 꿈을 이룬 셈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사람을 이롭게 하는가'라고 자문해보니 많이 부끄러워지네요. 여전히 장래희망을 이뤄나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최 변호사는 개업 변호사다. 대형로펌·기업 같은 '뒷배' 없이 홀로 전선을 누비지만 자립심 높은 최 변호사의 독립적 아이덴티티는 개업 변호사라는 직(直)과 공명한다. 그는 "개업한 덕분에 경력단절 없이 결혼과 출산, 육아 활동을 업무와 병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한 로펌에 들어가 1년 간 고용 변호사로서 훈련을 받았습니다. 이후 독립을 했는데 당시에는 결혼과 임신이 겹치면서 제 인생에도 큰 변화가 찾아온 시기였습니다.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산통이 올 때까지 사무소에서 일을 했고, 심지어 산후조리원에서도 업무를 봤습니다. 둘째를 낳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힘들다면 힘든 시기였지만, 덕분에 여성 변호사로서 임신·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없이 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누구의 구애도 받지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힘을 집중하거나, 경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물론 이 과정에서는 남편의 도움이 컸습니다(웃음)."

변호사 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개업을 망설이는 변호사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법조계에 첫 발을 내딛은지 얼마 안되는 청년 변호사 사이에서는 '개업은 곧 죽음'이라는 공포감마저 확산돼 있는 지경이다. 이는 최 변호사도 마찬가지였다.

"개업을 하면 마음 한 켠에 늘 불안함을 안고 살아갑니다. '이번 달 수입은 얼마지?', '내가 잘하고 있는걸까', '앞으로는 무엇을 해야 하나'와 같은 고민들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과 함께 육아를 하지만 아무래도 어린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더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굳이 번뇌에 잠식 당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처럼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인해, 게을러지지 않고 항상 스스로를 채근한다는 사실은 큰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최재윤 변호사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최재윤 변호사

최 변호사의 주 활동 무대는 IT 기반 스타트업(start-up) 자문 분야다. 개업 초기 그는 특별한 인맥이나 네트워크 없이 잠룡(潛龍)들이 입주한 공유오피스를 찾아다니며 홀로 영업의 외연을 넓혔다. 그때 읽은 논문과 서적 만도 키를 훌쩍 넘는다. 마침내 '미등록 영업'으로 고발 당했던 신생 기업의 사건을 해결하며 주목을 받았고, 이후 많은 회사들이 앞다퉈 그에게 법률자문을 요청했다. 최 변호사는 혁신 기업을 향해 "사업 초기 적법성 검토가 중요하다"며 "준비 단계부터 꼭 변호사와 함께 하라"고 늘 조언한다.

"가능하다면 사업 초기부터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변호사와 인연을 만들어 두셨으면 합니다. 내부인이 아니면서도 회사 사정을 잘 알고, 또 비밀유지 의무까지 있는 변호사가 대표의 가장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습니다. 명쾌한 솔루션까지 제공해줄 수 있고요. 사업을 계속 영위하는 데 변호사라는 존재가 큰 힘이 되어줄 겁니다. 문제 해결은 변호사에게 맡기고 경영에만 집중하시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 변호사는 최근 '디지털 권리장전(어바웃어북 刊)'을 냈다. 올 8월 1쇄를 찍었는데 한 달 만에 완판돼 증쇄에 들어갔다. 각 대형서점의 법률 분야 매출에서도 줄곧 상위 베스트셀러에 랭크됐다. 첫 출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놀라운 성과다.

책은 △디지털 전환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데이터 등 크게 4가지 주제로 나뉘어 구성됐으며, 기술 진보와 상충·교합하는 법률적 담론을 힘 있게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1~2년 간 전 세계의 산업 흐름은 급속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일상도 빠르게 바뀌고 있지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잘 알지 못합니다. NFT, 메타버스, 인공지능 등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들로 인해 나의 삶이 어떻게 바뀌는 지에 대해서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 시민적 권리를 스스로 지키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내용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2021년 최재윤 변호사는 대한변협 초대 홍보이사로 임명돼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 변호사 오른쪽은 이종엽 대한변협회장  
△2021년 최재윤 변호사는 대한변협 초대 홍보이사로 임명돼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 변호사 오른쪽은 이종엽 대한변협회장  

팔방미인 최 변호사의 마지막 '부캐'는 소통·PR 전문가다. 지난해 제51대 집행부 출범 시, 대한변협 초대 홍보이사로 임명됐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최 변호사는 대한변협 공식 유튜브 채널을 론칭하고, 1년도 안돼 2만 명 가까운 구독자를 유치했다. 이 밖에 대한변협 공식 로고송을 제작하고, 변호사들이 서로의 업무와 생활 노하우를 공유하는 '우리는 변호사다!' 프로그램을 만들어 큰 호응을 얻었다.

"그동안 변협에 '공보'이사는 있었지만 '홍보'이사는 없었습니다. 공보가 변협의 공식 입장을 일방향으로 전달하는 고전적 역할이라면, 홍보는 다양한 콘텐츠와 행사를 통해 회원 및 국민 여러분과의 쌍방향 소통을 의미합니다. 소통을 통해 대한변협의 브랜드를 밸류업(value-up) 하고, 보다 친근하고 세련된 변호사상(像)을 정립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기관들과 '법률 토크 콘서트'를 열어 국민과 변호사 사이를 좁히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 주최 측에서 더 크게 행사를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최 변호사가 방점을 두는 활동은 공공 플랫폼 '나의 변호사(klaw.or.kr)'를 적극 알리는 일이다. 나의 변호사는 정확하고 검증된 변호사 정보를 공개해 법률서비스 수요자인 국민에게는 알맞은 변호사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주고, 변호사에게는 홍보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혁신 플랫폼이다. 무상으로 제공돼 국민과 변호사 모두에게 일체의 경제적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주도했으며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가 참여해 만들었다.

△강연하는 최재윤 변호사. 
△강연하는 최재윤 변호사. 

"비용 등 여러가지 제약이 있어 대대적인 홍보는 힘들지만, '가성비' 높은 효율적인 마케팅을 통해 '나의 변호사'를 제법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법원행정처와 협의해 법원의 나홀로 소송 및 전자소송 사이트에 '나의 변호사' 배너가 삽입됐습니다. 사이트의 완성도와 홍보 마케팅을 꾸준히 개선해 나가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일과 삶에서 언제나 진심이었던 최 변호사는 앞으로도 "후회 없는 삶, 도전하는 삶"을 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변호사 자격이 이러한 활동에 날개가 되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는 변호사 자격을 토대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변호사야말로 다른 분야와 융합해 시너지를 내기 가장 좋은 직업입니다. 새로운 길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불안함과 고단함도 늘 따라오지만, 한 평생 나답게 살아야 인생의 끝자락에서 내 삶을 돌아봤을 때 후회가 없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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