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는 서울대... 국공립대 로스쿨 적자폭 상대적으로 커

교원 인건비가 적자 주요 원인… 등록금 수입 2배인 곳도

법조계 "로스쿨 통폐합 등 고강도 구조조정 실시할 필요"

출처 : 교육부  
출처 : 교육부  

전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심각한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간(2017~2021년) 각 로스쿨의 재정적자는 평균 74억 원에 달했으며, 21개 로스쿨의 누적적자 총액은 1561억여 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 사이 흑자를 낸 로스쿨이 단 한 곳도 나오지 않아, 로스쿨 재정적자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일본처럼 자립 능력을 상실한 로스쿨을 통폐합하는 등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 로스쿨 재정적자 5개년 평균 75억 '심각'… 흑자낸 곳 한 군 데도 없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1개 로스쿨 현황 자료에 따르면, 각 로스쿨은 지난 5년간 재정 적자가 평균 74억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술적으로 매년 15억여 원의 적자가 발생한 셈이다.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영남대 로스쿨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출처 : 교육부 (붉은색 표기는 장학금 제외 시 흑자)  
출처 : 교육부 (붉은색 표기는 장학금 제외 시 흑자)  

최근 5년간 누적 적자액이 가장 많은 곳은 인하대 로스쿨로 5년간 135억 9900만 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서울대가 131억 8600만 원 △서울시립대가 108억 3700만 원 △부산대 94억 2100만 원 △전북대 90억 2600만 원으로 국립·시립대학교 로스쿨이 적자 규모 상위권을 차지했다.

뒤이어 △중앙대 89억 1000만 원 △제주대 84억 5700만 원 △강원대 84억 2400만 원 △한국외대 81억 1300만 원 △경희대 76억 5200만 원 △경북대 74억 3700만 원 △충북대 74억 3300만 원 △건국대 65억 1900만 원 △한양대 58억 7700만 원 △아주대 57억 300만 원 △동아대 49억 1300만 원 △서강대 47억 6900만 원 △성균관대 40억 9700만 원 △충남대 40억 3100만 원 △전남대 39억 6300만 원 △원광대 39억 4700만 원 순이었다. 

인하대는 2014~2018년 조사 자료에서도 124억 9739만 원의 적자를 기록해 가장 많은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는데, 최근 자료에서도 누적 적자액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또 2014~2018년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는 46억 5885만 원, 부산대는 103억 9909만 원, 전남대는 8억 2517만 원의 흑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번에는 흑자를 낸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이에 개원 13년차를 맞은 로스쿨이 만성적자의 늪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장학금 지급액'을 제외했을 경우에는 △성균관대 80억 9200만 원 △전남대 23억 1100만 원 △한양대 19억 1700만 원 △동아대 14억 1400만 원 △충남대 13억 6200만 원 △원광대 9억 3800만 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 주요 원인은 '교원 인건비'… 일부 로스쿨, 등록금 수입의 2배

△이난달 26일 한양대에서 열린 2023년도 법학전문대학원 공동 입학설명회에서 수험생들이 각 학교 부스를 찾아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임혜령 기자 
△이난달 26일 한양대에서 열린 2023년도 법학전문대학원 공동 입학설명회에서 수험생들이 각 학교 부스를 찾아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임혜령 기자 

로스쿨 만성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교원 인건비' 지출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대부분의 로스쿨에서 등록금 수입보다 교원 인건비 지출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특히 적자 규모 상위권을 차지한 인하대와 서울시립대를 포함해 강원대, 제주대는 교원 인건비 지출이 등록금 수입의 2배였다.     

등록금의 30%를 장학금으로 지급하도록 한 의무 규정을 제외한 '등록금 대비 순수 교원 인건비'를 고려했을 때 가장 큰 적자폭을 기록한 학교 역시 인하대로 87억 9400만원의 순손실이 났다. 이어 서울시립대(-71억 1700만원), 제주대(-60억 4400만원), 강원대(-57억 8000만원), 전북대(-50억 6100만원) 순이었다. 

국공립 대학 로스쿨의 적자폭이 상대적으로 높은 배경에는 등록금 자체가 사립대에 비해 저렴한 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방 사립대 로스쿨 교수는 "정부의 로스쿨 설치·인가 기준 자체가 너무 높다"며 "정부의 과도한 교원 확보 요구(학생 12명 교수 1명)와 등록금 수입의 30% 이상을 장학금으로 편성하도록 하는 규정 등으로 인해 누적 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교수는 "각 로스쿨이 교육부에 신청한 학생 정원에 맞춰 교수를 초기에 임용했는데 실제 배정된 학생 수가 그만큼 미치지 못하면서 학생 대비 교원수가 과도해진 측면이 없지 않다"며 "판사, 검사, 변호사 등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교원으로 채용할 때에는 근무 당시 급여를 고려하다 보니 인건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측은 "로스쿨 설치 인가 기준이 고비용 구조"라며 "예를 들어 정원이 40명이라도 법정 교원 확보는 20명 이상 유지해야 하고, 장학금 지급 비율을 등록금 대비 3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 또한 적자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결원보충제 등 미봉책으로는 한계... "고강도 자구방안 필요" 

로스쿨 측은 교원 확보율 등에 관한 규정을 완화하거나 교육부에서 재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결원보충제 연장 여부를 앞두고, 이를 추가로 연장하거나 아예 법제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 지난 3월 열린 '결원보충제 문제점과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지난 3월 열린 '결원보충제 문제점과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결원보충제도는 제적이나 자퇴 등의 사유로 로스쿨에 결원이 발생한 경우 다음해 입시에서 빠져나간 인원 만큼 정원 외 입학을 허용하는 제도다. 로스쿨 인가 과정에서 법학관 신축, 교원 증원 등의 사유로 비용을 과다 지출했다는 점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로스쿨 측이 재정난을 이유로 추가 연장을 계속 요구해 지난 10년간 3차례 연장됐다.  

하지만 이 같은 '언발에 오줌누기식' 미봉책이 오히려 로스쿨의 자립 능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반론이 거세다. 로스쿨이 도입된지 13년이나 지났고, 한시적으로 도입된 시행령도 이미 3차례나 연장해 주었는데 재정난을 극복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때라는 취지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15년부터 입학자 경쟁 비율(수험자수/합격자수)이 2배 미만이며, 신사법시험(변호사시험에 해당) 합격률이 전국 평균의 절반을 밑도는 로스쿨에 대한 보조금을 감액 조치했다. 그 결과 한때 74개에 달했던 로스쿨의 절반 가량이 폐교하거나 통폐합됐다. 

박상수(변시 2회) 대한변협 부협회장은 "저출산 시대를 맞아 대학들도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서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는 로스쿨의 상황을 그대로 방관해서는 안 된다"며 "로스쿨의 부실 재정은 '교육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로스쿨을 4년제로 개편하여 수지 개선과 교육의 충실성을 모두 높이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관계 부처들이 로스쿨 운영의 합리화를 위한 대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결원보충제는 로스쿨 편입학 제도를 형해화시키는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법학전문대학원법)에 따르면 로스쿨은 학칙에 따라 원칙적으로 편입학이 허용된다(법 제25조). 하지만 국내 로스쿨이 결원보충제를 통해 정원을 꾸역꾸역 유지하면서 편입학 제도는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편입학 제도가 시행되면 원하는 로스쿨에 가기 위해 무리하게 재수·반수를 반복하는 현상이 줄어들어 로스쿨 입시에 투하되는 사회적 비용도 아낄 수 있다.

편입학이 허용되면 지방 로스쿨이 고사(枯死)된다는 우려도 있지만, 이미 자생 능력을 상실한 로스쿨을 온정주의와 카르텔에 기대어 무한정 지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실시한 전국회원 설문조사(응답자 1574명)에 따르면, 응답자의 83%에 달하는 1308명의 변호사가 "법학전문대학원법에 편입학 제도가 규정돼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답했으며, 70%인 1104명은 "편입학 제도가 시행된 적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응답했다.      

이어 81%인 1273명은 "결원보충제 연장을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해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들조차 결원보충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지 주장 이유로는 "결원보충제는 로스쿨 도입 초기 단계에서 그 정착을 목표로 한시적으로 도입된 것이므로 로스쿨이 출범한 지 13년이 지나 어느 정도 정착된 현재로서는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34%(987명)로 가장 많았다.

또 "각 대학이 담합해 법에서 보장한 편입학 제도를 전혀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결원이 발생한 해당 학년이 아니라 신입생을 충원함으로써 신입생들에게 공정하지 않은 경쟁 조건을 부여하고 있다"는 응답과(20%, 575명) "미국·일본 로스쿨의 경우 결원보충제도가 없으며 결원보충제도 폐지 시 각 로스쿨은 재학생의 이탈 방지를 위해 교육 서비스의 질을 더욱 향상시키게 될 것"(15%, 454명)이라는 답변도 나왔다. 

설문에 응답한 한 변호사는 "한시적으로 운영되도록 만들어졌으나, 이제는 다른 목적으로 전용되는 결원보충제는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편입학 제도를 통해 결원이 생긴 해당 학년의 학생을 유치할 수 있으므로 결원보충제를 도입한 목적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원래 입학 정원에 따라 수업이 개설되는데, 실제 입학하는 인원이 정원보다 10%정도 많다보니 전공필수 과목의 경우 수업이 과밀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며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결원보충제도가 폐지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남가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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