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창원지검 검사
이영훈 창원지검 검사

1. 개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유튜브 등을 통해 전문적인 내용을 쉽게 습득할 수 있는 오늘날 부동산 경매의 관심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경매참여자가 늘어남에 따라 시세보다 저렴하게 낙찰받을 수 있는 경매의 매력도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최근 저가 낙찰을 목적으로 일부 경매물건을 이른바 ‘특수물건’으로 만들어 다수의 경매참여자들로 하여금 입찰을 주저하게 하는 행태가 빈발하고 있다.

지분에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하는 가등기(이하 ‘매매예약의 가등기’)를 경료하는 방법이 대표적인데, 그 목적물이 토지거래허가 구역에 위치하였다면 토지거래허가 자체를 허위로 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적 신뢰가 바탕이 되는 경매절차에서 낙찰가를 낮추기 위한 불법·탈법에 대하여는 엄단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위와 같이 지분에 대한 매매예약의 가등기로 인하여 경매물건이 ‘특수물건’이 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불법·탈법을 살펴보고 그 해결책을 모색한다.

2. 허위 가등기 효력의 문제- 민사법적 고찰

지분에 관한 매매예약의 가등기 경료로 그 이후에 이루어지는 경매과정에서 단순히 ‘특수물건’이라는 이유만으로 낙찰가가 현저히 낮아지게 된다면, 나머지 지분권자와 예비 입찰경쟁자 모두에게 손해가 발생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공유물분할판결 변론종결(무변론 판결의 경우 판결선고) 후 공유지분에 마쳐진 소유권이전청구권의 순위보전을 위한 가등기상 권리는 매각대금 완납으로 소멸하지만(2020다253836), 가등기가 변론종결 이전에 경료되었다면 가등기의 효력은 유지되고, 해당 지분권자로서는 매매예약에 따른 대금뿐 아니라 경매로 인한 매각대금까지 취득하는 이중의 이익을 누릴 여지가 있다(물론 저가 낙찰로 매각대금이 현저하게 줄어듬을 고려해야 하겠다). 심지어 위 대법원 판결을 우회하기 위해 공유물분할청구 소송에서 무변론승소판결이 예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결선고 전에 가등기를 경료하기 위해 원고가 변론기일 지정신청을 하는 등의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애초에 무변론 판결이 사법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행태는 사법비용을 부당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합리적인 경제인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가 이루어지는 경우 가등기의 원인이 되는 매매예약 자체가 통정허위표시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그러한 가등기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소재한 부동산에 관하여 이루어졌다면 애초부터 토지거래허가를 허위로 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등기 경료 시에도 본등기 경료라는 미래의 불확정한 시점부터 2년간 실거주하려는 계획을 토지거래허가 신청서에 기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토지거래허가 심사 인력이 이미 가등기 경료시 이루어진 토지거래허가의 후속 상황(본등기 실현 및 2년간 실거주)까지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가등기 경료 후 부득이한 사정변경으로 본등기 및 실거주를 하지 못하는 경우는 논외로 하더라도, 위와 같이 토지거래허가 후속 상황에 대한 심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노려 애초부터 가등기 경료상태 자체를 저가 낙찰 등 목적으로 악용하는 상황에 대한 제재를 상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위와 같이 가등기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이 제기되었을 때 법원으로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그 무효여부를 판단함으로써 당사자의 권리구제는 물론 경매질서와 사법질서 저해 시도를 엄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 신청서 기재내용의 실현여부, 매매예약에 따른 대금의 실제 지급여부, 무변론판결이 이루어지게 된 경위 등이 통정허위표시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3. 형사법적 수단의 보완적 역할- 경매방해와 부동산거래신고법위반

경매에서는 철저한 권리분석이 요구되므로 ‘특수물건’의 경우 그 점을 알지 못하는 자로서는 아무리 유찰이 계속된다고 하더라도 쉽게 응찰하기 어렵다. 지분에 매매예약의 가등기가 경료된 경우, 가등기 경료시점이 공유물분할청구소송의 변론종결(혹은 판결선고) 이전이라면 매수인으로서는 가등기가 원인무효임을 증명하여 가등기 말소판결을 받지 않는 이상 그 지분의 가치를 실질적으로 향유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분 취득과 동시에 과세 등 측면에서 주택수가 늘어나는 부담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가등기 말소청구소송에 나아갈 것을 상정하기 어렵다. 이에 경매방해 등 형사법적 수단의 보완적 역할이 대두된다.

위와 같이 통정허위표시인 매매예약에 의한 가등기 경료를 경매방해의 ‘위계’로 포섭할 여지가 있는데, 공유물분할판결 변론종결(혹은 판결선고) 전 가등기 경료를 위해 무변론 승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돌연히 기일지정 신청을 하거나 토지거래허가 신청서 기재내용과 모순되는 행태에 나아가는 것은 경매방해의 고의 인정을 뒷받침하는 요소이다. 허위의 채권을 가장하여 이루어진 유치권 신고에 대하여 위계에 의한 경매방해가 인정되는 것(2007도6062)과 비슷한 논리 구성이다.

한편, 부동산거래신고법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토지거래허가를 득한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데, 단순히 매매예약에 따른 매매가 실현되지 않는다거나 가등기 경료 후 오래도록 실거주를 하지 않는다는 결과적인 판단만으로 이를 섣불리 인정해서는 아니 됨은 명백하다.

그러나 목적물에 충분한 잔여 임차기간과 갱신청구권을 유보한 임차인이 거주한다거나, 공유물분할판결에 따른 경매를 앞두고 있는 경우라면(그래서 낙찰로 인한 지분권변동이 예정되어 있다면), 토지거래허가신청서에 기재된 2년간 실거주 계획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전자의 경우 본등기 경료와 임차인 퇴거가 시기적으로 맞물린다면 토지거래허가가 허위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겠다(애초에 토지거래허가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후자인데, 토지거래허가 신청 당시 공유물분할청구소송 경과에 관하여 상세히 소명하지 아니한 경우가 문제된다(그러한 소명이 이루어진 경우 역시 토지거래허가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위 ‘부정한 방법’의 해석에 있어 사회통념상 부정으로 인정된 행위로서 작위와 부작위를 모두 포함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리인바, 위와 같은 공유물분할의 정을 알고 있는 신청인이 그 내용을 신청서에 전혀 소명하지 아니하였다면, 그러한 토지거래허가 신청의 작위 혹은 소명하지 아니한 부작위가 부동산거래신고법위반을 구성하는 ‘부정한 방법’에 포섭될 여지가 높다. 구 국토계획법 위반죄로 처벌되는 토지거래허가 없이 토지 등의 거래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는 처음부터 토지거래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가리킨다는 판례(2012도362)에 비추어보면, 위와 같은 경우에 이루어진 매매예약 역시 애초에 토지거래허가를 잠탈하기 위한 목적이 다분히 인정될 것이다.

4. 결론

매매예약의 가등기를 인정하는 이상 가등기 경료 당시를 기준으로 미래 시점의 의사를 판단하고 그에 대하여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가등기와 토지거래허가 등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경매질서와 사법질서를 저해함으로써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행태는 분명 엄단해야 하겠다. 사적자치의 창의성이 자산시장에 그어진 ‘선을 넘는다면’ 그에 합당한 법적 조치를 가하고 종국에는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사법제도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민사 쟁송에서의 법원의 적극적인 역할은 물론, 부동산 거래질서 저해 사범을 엄단하기 위해 각급 지자체에 설치된 특별사법경찰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처벌 뿐 아니라 범죄수익환수를 통해 애초에 그러한 시도에 나아갈 경제적인 유인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영훈 창원지검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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