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영 변호사/(주)코스콤 경영기획부
장진영 변호사/(주)코스콤 경영기획부

변호사시험 합격 후 송무가 아닌 사내 변호사로 커리어를 시작한 탓에, 사내변호사와 관련된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 송무에 지친 동기들이 사내변호사로서의 장점을 묻는 질문을 할 때도 있지만, 사내변호사로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커리어가 걱정되지 않느냐의 질문도 받곤 한다. 적어도 6개월 동안의 수습기간에는 송무를 배우는 것이 불문율 아닌 불문율(?)로 여겨지기에 필자 역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사내변호사로 일하기 시작한 지 석 달이 넘어가는 요즘, 그동안 관심은 있지만 동경만 해오던 금융과 IT분야에 대해 배울 수 있어 사내변호사로 커리어를 시작하기로 한 선택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보통 사내변호사의 장점이라고 하면 대다수 사람들의 머릿속을 스치는 것은 아마 work and life balance, 일명 워라밸일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장점은 법무지식뿐만 아니라 본인이 일하는 회사 업계 전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내변호사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회사 조직이나 사업에 영향을 줄 법령, 규제 및 정책의 변화를 사전에 파악하여 적시에 그 정보를 해당 부서에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 업무들이 단순한 조사업무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사후대응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발의안 도입 시 산업계에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영향, 새로 만들어질 신규 법률의 예상 입법 방향 등 해당 분야를 바라보는 통찰력 내지 시각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최근 IT업계의 뜨거운 이슈이자 금융규제혁신회의가 출범하면서 제정이 본격화된 디지털자산기본법에 관한 조사업무를 맡게 되었다. 조사를 하면서 그동안 가상자산 관련 대책이 입법이 아닌, 행정상 규제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은 가상자산을 유형별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해외 입법 동향을 찾아보면서 이제는 입법 차원에서 해당 산업에 대한 규제가 아닌, 지원을 위한 근거조항을 마련해야 하고 가상자산의 기능별·산업별 분류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이전에는 신문을 훑어보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는 수준에 그쳤었지만, 이제는 바람직한 입법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견해까지 가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자신이 배우고 싶은 분야에서 실무를 배우며 전문성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송무로 변호사 커리어를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은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 관심 분야가 있고 그 분야의 실무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사내변호사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을 고려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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