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적인 ENFP는 친화력과 화술이 뛰어나다. 어디를 가든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맡는다. 눈치가 빠르고 공감능력이 뛰어나 주위에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본인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을 즐긴다. 호기심이 많고 열정적이어서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잘 포착해 낸다. 하지만 때때로 변덕을 부리며 싫증을 잘 내는 측면도 있다.

'ENFP' 유형의 오정석(변시 11회) 안팍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제 막 법조계에 첫 발을 내딛은 새내기 변호사다. 즉흥적인 'P' 유형 답게 그는 업무 마감일만 정해놓고 그날 그날 처리하고 싶은 업무부터 해치우는 편이다. 하지만 뛰어난 몰입력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언제나 마감일보다 일찍 업무를 끝낸다. 

"저는 '언제 무슨 일을 해야지'라며 촘촘하게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마감일 전에 끝내자'는 생각으로 업무를 처리합니다. 대신 마감시한은 확실하게 기억해 둡니다. 아직까지 한 번도 마감을 넘긴 적은 없습니다."

14일 오정석 변호사가 경기 광주시 곤지암 캠핑장에서 로스쿨 동기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14일 오정석 변호사가 경기 광주시 곤지암 캠핑장에서 로스쿨 동기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업무를 빨리 처리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유쾌한 표정으로 "놀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거침없는 성품이 돋보인다. 오 변호사는 일주일에 사나흘씩 약속이 잡혀있다. 'E' 유형 특유의 '핵인싸' 기질로 대학교와 로스쿨에서는 학생회장을 도맡았다. 인기가 좋았던 그는 학교에 도착해 강의실로 가는 중간중간에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수십 분이 걸리기도 했다.

"늘 사람들과의 약속을 기다립니다. 대화를 나누는 게 즐겁거든요. 저녁 약속이 있는 날에는 약속을 가고, 없는 날에는 야근을 합니다. 언제 약속이 잡힐지 모르니, 일을 빨리 처리해 놓는 편입니다. 친구를 만날 때도 갑자기 약속을 정할 때가 많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즐겁게 사람들을 만나려면 더 부지런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 변호사는 '법조인은 진지하고 딱딱할 것 같다'는 통념을 깨부순다. 처음 만난 사람과도 시종일관 밝은 얼굴로 대화를 나눈다. 세심한 것을 놓치지 않는 'N'답게 조용히 상대를 파악하고, 상대가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다.

"법조인은 근엄하고 진지할 것 같다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며 유머러스하게 접근해도 사람들이 더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법조인에 대한 편견 덕분에 '반전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소개팅에서는 득을 많이 보는 편이고요(웃음). 눈썰미가 있는 편이라 상대가 숨기고 싶어하거나 굳이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부분도 간파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는 그냥 모른 척 합니다. 그래야 상대방도 관계에 부담을 느끼지 않거든요."

여가를 즐길 때는 'P' 기질이 강하게 드러난다. '무계획' 여행에 동행한 사람이 계획을 세우면 구속받는 기분이 들어 되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연애를 할 때도 정확한 약속장소와 시간을 정하지 않고, '주말에 만난다'는 정도만 정해둔다.

"여행을 떠나도 어딜 갈지 미리 정해두지 않는 것을 선호합니다. 지나가다가 좋은 가게가 보이면 들어가고, 갑자기 하고 싶은 활동이 생기면 즉흥적으로 합니다. 이번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비행기표를 휴가 일주일 전에 구매했습니다. 자세한 일정은 정하지 않고 훌훌 떠났습니다. 그래도 업무나 공부할 때 계획적으로 하는 걸 보면, 넓게 봤을 때 '무계획도 계획'이니 저도 'J' 기질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는 주변으로부터 '정의로운 사람' 또는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의뢰인을 대할 때도 언제나 따뜻한 태도를 견지한다. 밤낮 없이 울리는 상담 전화에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의뢰인에게 공감을 해준다. 인간 관계와 상대의 감정을 중시하는 'F'로서의 면모가 여기서 강점으로 발휘된다.

"휴가 중이나 늦은 시간에 의뢰인에게 전화가 와도 괜찮습니다. 의뢰인이 원하는 건 당장 무슨 일을 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대부분 자신의 고민과 걱정을 들어주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업무라기보다는 그냥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화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듣고 해결해주는 역할에 만족합니다. 연장선상에서 기회가 되면 국선변호인이나 공익 활동도 하고 싶습니다."

그는 직관적으로 문제를 분석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날카로운 통찰력은 그의 강점이다. 한 번은 의뢰인의 혐의가 명백해보이는 사건에서 "뭔가 억울하다"는 직감을 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관련 판례를 찾아보고 해당 사건을 담당한 선배 변호사의 변론 계획을 '자백을 바탕으로 한 변론'에서 '무죄 주장'으로 바꾼 적이 있다. 

"아직 배우는 단계지만, 선배 변호사님들이 맡은 사건에서 (선배님들께서) 미처 떠올리지 못하셨던 부분이 있으면 주저없이 의견을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A죄와 B죄 혐의로 수사 중인 의뢰인이 있었는데, 처단형이 3년 이상이어서 집행유예를 받기 어렵겠다고 판단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A죄와 B죄가 경합할 수 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아 관련 판례들을 찾아보니 A죄는 B죄에 흡수된다는 판례를 찾게 됐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의견을 제시해 사건 수행에 도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의견을 제시하면 대부분 받아들여지는데, 이럴 때마다 뿌듯함을 느낍니다."

집중력과 직관력이 뛰어난 '프로 열정러' 오 변호사는 공익 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변호사로서의 역량을 쌓은 뒤 다양한 경로에서 사회 참여를 꿈꾸고 있다.   

"현재는 변호사로서 역량을 키우는 게 가장 시급합니다. 소속 법률사무소에서 차근차근 실력을 키우고자 합니다. 어느 정도 역량이 갖춰지면 이후 구체적으로 진로를 생각해보려고 하는데, 장차 공직에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변호인 또는 대리인으로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권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다 보면,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공익 실현에도 작은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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